- ‘외국인 혐오’ 범죄, 남아공에서 빈발… 나이지리아 시민 사회는 다시 보복
- 인종차별 정책, 실업률 등 내재된 문제 多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벌어진 소요 사태가 국경을 넘어선 국민 간 갈등으로 이어지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경찰관이 약탈자 진압을 위해 최루탄을 던지는 모습 (사진=뉴시스)
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경찰관이 약탈자 진압을 위해 최루탄을 던지는 모습.

지난 1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중앙비즈니스 기구(CBD)에서 발생한 화제 진압 중 대규모 약탈 및 소동이 일어났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피해를 입은 상점은 50여 곳에 달하며, 대부분 나이지리아 등 외국인이 소유한 상점이 타겟이 됐다. 약탈 및 소요사태가 이어지며 지금까지 5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아공 경찰은 사태 진압 과정 중 70여명을 체포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나이지리아에서 남아공 사태에 대한 보복 약탈이 일어났다. 나이지리아의 주요 도시인 라고스와 이바단 등 곳곳에서 남아공 출신 상인이 운영하는 상점 수십 곳이 약탈 당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도 경찰과 군 병력까지 동원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반발이 거세 진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아공과 나이지리아 정부 모두 소요사태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앞서고 있다. 특히 ‘보복성’ 짙은 약탈이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가 자칫 ’외국인 혐오’ 즉, 제노포비아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어째서 혼란 속에 일어난 범죄의 표적이 ‘외국인’이 된 것일까?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부실한 경제

남아공 사회개발부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이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것’에 있다고 밝혔다. 또 여러 외신도 남아공 소요사태의 타겟이 외국인으로 집중된 것이 남아공의 높은 실업률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남아공은 매우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올해 초 세계은행(WB)은 세계경제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을 발표, 2019년 남아공의 경제성장률을 1.3%로 전망했다. 이는 아프리카 내에서도 저조한 수준이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 중 가장 산업화된 국가 중 하나이지만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올해 남아공의 실업률은 29%를 돌파했다. 2018년 3분기에는 청년(15~24세) 실업률이 약 52.8%를 기록했다. 남아공의 실업률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건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항구도시 더반과 경제중심 도시 요하네스버그 등의 도시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주민들이 폭력 사태를 피해 대피해 있는 모습 (사진=Daily Nation/AFP)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주민들이 폭력 사태를 피해 대피해 있는 모습 (사진=Daily Nation/AFP)

◆ 남아공, 왜 외국인에 분노하는가

높은 실업률이 남아공 국민들의 외국인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게 된 이유를 찾기위해서는 다소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20여년 전 남아공에서는 넬슨 만델라 정부가 들어서고 곧 인종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 apartheid)이 폐지된다. 이에 주변국 주민들이 보다 나은 여건을 찾아 대거 남아공으로 유입된다. 현재 남아공 인구 5100만명 중 5~10%가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유입 초기에는 저임금 노동력으로 환영받았으나,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실업률이 치솟자 남아공 국민들의 반감을 사기 시작했다. 작금의 소요 사태의 기저에도 그런 반감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아파르트헤이트가 보다 근본적인 실업의 원인이라고 분석하는 주장도 있다. 오래도록 지속된 인종차별 정책 탓에 크게 무너진 사회구조를 완전히 회복하는데는 분명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인종차별 및 분리 정책은 폐지 되었으나 여전히 그 잔재가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남아공 주마 대통령은 “아파르트헤이트가 실업자들이 취업하기 위해 기술이나 전공분야를 습득하는 데 방해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아공 흑인들 사이에서는 ‘경제적 아파르트헤이트’는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제노포비아’의 지속된 역사

이러한 정치적·역사적 배경은 이번 남아공의 폭력 사태가 결코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사실 지금껏 남아공 사회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하는 폭력 사태 및 범죄가 빈발했다. 2015년에는 남아공 더반에서 주민들이 외국인 이주자들과 가게를 습격해 14세 소년을 포함해 최소 6명이 숨졌다. 방화 등의 범죄도 이어지며 집과 일터를 잃은 외국인은 5000여 명에 달했다.

2008년 벌어졌던 유혈사태에서는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의 조사 결과 최소 24명이 숨졌으며, 1만3000여명에 이르는 외국인이 집과 일터를 잃었다. 당시에도 남아공의 실업률은 20%를 넘어선 상태였다. 이런 대규모 소요사태 외에도 남아공 내에서는 주기적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 혐오’ 범죄가 발생해왔다.

연도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진 외국인 대상 위협, 가해, 살해 등의 횟수 통계 (사진= African Centre for Migration & Society)
연도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진 외국인 대상 위협, 가해, 살해 등의 횟수 통계. (사진= African Centre for Migration & Society)

남아공 정부는 매번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과거로의 회귀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강경한 대응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제노포비아’ 문제가 발생한 데에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는 불평등과 빈부격차 등의 요소들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남아공에서 장기 집권하고 있는 아프리카국민회의(ANC) 정권의 무능과 부패는 매번 문제시 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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