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수 및 해수 침수 등 수해 지속 심화
- 농업에서 어업으로 생계 전환했지만… 여전한 침수 피해
- 생계 위해 도시로 향할 수밖에 없는 ‘기후 난민’들

방글라데시 강변의 주민들 (사진=pixabay)
방글라데시 강변의 주민들 (사진=pixabay)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오래전 방글라데시 국민들에게 홍수는 축복이었다. 범람한 물이 토지에 충분한 양분과 수분을 제공해 땅을 비옥하게 했다. 하지만 오늘날 방글라데시인들에게 홍수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니다.

◆ 나아질 기미 보이지 않는 방글라데시 수해

과거 방글라데시의 홍수는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규칙적인 주기를 가지고 홍수가 일어나 범람이 예상되는 시점에는 미리 대비를 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홍수의 양상이 예측할 수 없게 바뀌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인을 지적했다.

우선, 네팔 지역의 삼림 벌채가 심각해지며 홍수를 미리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사라졌다는 점이 대두된다.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해 사이클론이나 폭우가 빈발하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또 방글라데시 전체 면적의 3분의 2는 해수면 밑 5m 지점에 위치해있다. 수해로부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찾아오는 홍수와 해수 범람으로 인한 토지 침식은 방글라데시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가이빈다(Gaibandha) 지역에 거주하는 세레나(serena)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년간 가꿔온 농사가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다 휩쓸려가는 일이 이제는 흔하다”고 전했다. 또 홍수로 인해 농작물 뿐만 아니라 집과 식수 등도 사라져 주민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유튜브 영상 ‘As sea levels rise, Bangladeshi islanders must decide between keeping the water out—or letting it in’ 캡쳐 (사진=유튜브 채널 Science Magazine)
유튜브 영상 ‘As sea levels rise, Bangladeshi islanders must decide between keeping the water out—or letting it in’ 캡쳐 (사진=유튜브 채널 Science Magazine)

갑작스런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못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이 증가함에 따라 학계에서는 ‘기후 난민(climate refugee)’라는 용어까지 대두됐다. 다수의 통계에 따르면 기후 난민은 2050년 1억5000만명에서 2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방글라데시의 경우에는 향후 100년 안에 해수면 높이가 1.5m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수면이 올라감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높은 조수로 인한 범람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현재 매년 한 번 꼴로 일어나는 큰 규모의 바닷물 범람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3번, 많으면 15번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수해로 달라진 방글라데시 국민들의 삶

홍수와 범람이 지속되며 피해가 커지자, 방글라데시 국민들은 기후 변화를 이겨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농업에서 어업으로의 생계 전환이 이어졌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조이스 첸(Joyce Chen) 교수는 “바닷물의 범람이 지속되어 기존의 농토가 염분화 돼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농지를 잃은 농민들이 새로운 타개책을 찾아 새우 양식 등의 어업에 나선 것이다.

전통적으로 농업이 주요 생계수단이었던 삿키라(Satkhira) 주에서는 수해가 지속되자 90년대 이후 새우 양식이 주요 산업으로 바뀌었다. 해안에 인접한 곳에서는 바다 새우, 내륙 쪽에는 민물 새우를 키우는 방식이다. 

사이클론이 불어닥친 후 방글라데시 삿키라 주 파타칼리 마을의 제방 위에 선 주민들 (사진=한겨레신문)
사이클론이 불어닥친 후 방글라데시 삿키라 주 파타칼리 마을의 제방 위에 선 주민들 (사진=한겨레신문)

범람 및 침수 지역의 어업화는 초기에는 ‘친환경적인 기후 변화 해결책’이라며 환영 받았다. 바닷물이 들어차 사용할 수 없는 토지를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은 분명 매력적이게 들렸다. 하지만 기후 변화의 기세는 더욱 거세졌다.

수해의 정도와 빈도가 더욱 늘어남에 따라 새우 양식 시설에서도 침수 피해가 늘어났다. 양식장 마저도 침수 피해로 인해 황폐화되어 문을 닫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방글라데시 새우 양식장은 과거 번성했을 때에 견주었을 때 그 절반 정도밖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첸 교수는 양식장의 침수 피해 외에도, ‘주민간의 갈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첸 교수에 따르면, 새우 양식으로의 산업 전환은 기존 농업에 필요하던 노동력의 10%만을 필요로 했다. 일자리를 잃어가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침수 지역의 농민들은 양식 산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했으니, 어업으로의 전환을 두고 인접 마을 주민들끼리의 갈등이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 생계 찾아 마을 떠나는 이주민

새우 양식 산업이 많이 들어서게 됨으로써 일자리를 잃게 된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새우 양식을 하더라도 다시 바닷물이 덮쳐 일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된 어민들도 떠나는 길을 택했다.

첸 교수에 따르면 해마다 대략 10만명 정도의 사람들이 수해로 인해 이주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많은 이주민들은 수해 걱정이 없는 도시로 향하는데, 미숙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도시 근처에 형성된 슬럼에 정착해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는 현재 높고 빠른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변덕스러운 기후가 방글라데시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 문제와 그로 인한 자연재해, 삶의 터전을 잃은 ‘기후 난민’들의 생활 문제 등 여전히 방글라데시가 안고 가야할 숙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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