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다람쥐 씹어먹는 한 유튜버 화제
-채식 둘러싼 논란은 한층 더 치열해져

죽은 다람쥐를 씹어먹는 퍼포먼스로 유명세를 탄 유튜버. (사진=sbs)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최근 영국의 한 유명 반(反)채식주의자가 죽은 다람쥐 살을 뜯어 먹는 엽기적인 퍼포먼스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난 4월 여러 외신은 지난 주말 런던 소호 루퍼트 거리에서 죽은 다람쥐 살점을 실제로 뜯어 먹던 남자가 경찰에 억류되는 상황을 전했다. 화제가 된 인물은 ‘sv3rige’란 이름으로 유튜버로, 영국의 유명한 한 반 채식주의자다. 일찍이 새나 생선을 날 것으로 먹는 퍼포먼스로 유명세를 얻은 바 있다. 그 와중에 ‘죽은 다람쥐 살 뜯어 먹기’가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그는 체포될 당시 ‘베가니즘(동물로부터 나오는 제품이나 서비스 어떤 것도 소비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은 곧 영양실조’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기도 했다.

결국 지난주 이 남성은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불특정 다수의 행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기 위해 이 행동을 계획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가디언 등 여러 외신들은 “‘반채식주의자’에 대한 논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며, 한층 치열한 논란을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반채식주의자를 둘러싼 의견은 영국 내에서도 다층적이다. ‘채식을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그들의 이념에 비추어보면 더욱 그렇다. 일부는 영양학적으로 채식의 위험성을 말하고 육식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채식이나 채식 행위 자체에 대한 반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에 치열한 논쟁이 가중된다. 실제로 해당 행위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행위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응해,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채식을 강요하는 사람이 많다. 육식을 옹호하고 권할 자유도 있다”며 옹호하는 측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 영국 내 채식주의 개념

일각에서는 채식주의자를 둘러싼 논란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PC)’을 둘러싼 논쟁의 일환으로 이해한다. PC는 일반적으로 모든 종류의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사회적 운동을 넘어, 미국을 중심으로 하나의 사상적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

PC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 사상적 담론이나 자체적인 모순은 둘째 치고 다수를 도덕적으로 결함 있는 사람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현대 사상가의 거두 중 하나인 움베르토 리코 역시 PC에 대해 “PC는 파시즘과 같다”며 적대적인 정서를 보였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반PC’ 즉, 모든 도덕적·정치적 편견이 멸균된 상황에 피로감을 표시하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자신의 신념(채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일부 채식주의자들에 대한 적대감이 반(反) 채식주의자들의 퍼포먼스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동물 보호 NGO를 인용해 “몇몇 연구에 따르면 비건들은 동성애자, 이민자, 무신론자들보다 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비건들보다 더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이들은 마약중독자뿐”이라고 전했다. 이와 같은 ‘채식 공포증’이 생기는 이유로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주며, 육식은 잘못됐다는 인식을 퍼뜨려 사람들을 방어적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전통적인 식단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지켜져왔던 ‘ 한 가지 고기와 두 가지 야채 원칙(meat and two veg principle)’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56%가 식단에서 육류는 필수적 요소가 아니라고 답하기도 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육류가 신체에 이롭지 않다는 의식도 늘어났다. 한편, 비(非)채식주의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8%가 육류 소비를 줄였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 이유로 ‘지나친 육류 섭취가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이가 49%, ‘체중관리를 위해서’라고 대답한 이가 29%로 나타났다.

채식을 둘러싼 논란은 다층적이다. (사진=픽사베이)

다른 조사에서는 최근 6개월 내 영국 성인의 50%가 육류대용식품을 먹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다수는 스스로를 반(半) 채식주의자라고 칭한다. 그러니 이들의 관심은 ‘실제적’이다. 플렉시테리언이라는 신조어도 현상을 대변한다. 플렉시테리언은 육류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뜻한다. 주 1회 육식허용, 식당에서만 육식허용 등 실제적인 목표를 드러내고 이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다. 요새는 ‘생선이나 흰 고기는 먹는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페스카테리언이라고 칭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의 대부분은 건강과 환경을 위해 육류소비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이른바 인권을 넘어서 ‘동물권’을 보호하자는 이념 하에 채식주의자를 자처하기도 한다. 적어도 ‘채식 소비는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지키는 스마트한 소비’라는 인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반(反) 채식주의자의 반발을 PC에 대한 거부감에서만 이해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채식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나 성장기의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채식은 위험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굳이 멀리갈 것 없이 한국의 사찰에서도 동자승은 향후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 육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탈리아에서도 2016년 16세 이하의 아동에게는 엄격한 채식을 강요할 수 없다는 법이 만들어졌다. 부모가 자식에게 채식을 강요한 나머지 자녀들이 영양실조에 걸리는 사건들이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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