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란드, 유럽 연합 국가 중 인종차별 가장 심각
​​​​​​​- 제도 있으나 유명무실…대책 마련 요구 확대

핀란드 국기 (사진=pixabay)
핀란드 국기 (사진=pixabay)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이자 살기 좋은 나라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핀란드. 그런 핀란드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복지국가’ 핀란드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차별의 내막에 대해 살펴본다.

◆ 핀란드 인종차별, EU 최하위 수준

지난 연말 유럽연합 기본권기구(European Union’s Fundamental Rights Agency, EU FRA)에서 발표한 ’EU에서 흑인으로 사는 것(Being Black in the EU)’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내 아프리카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핀란드가 EU의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유럽연합(EU) 전역에 거주하고 있는 2만5000명과 아프리카계 6000명이 조사 대상이 되었다. 이 조사에서 핀란드 뿐만 아니라 여러 유럽 국가들에 거주하고 있는 아프리카계인들은 주거, 법 집행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 5년 간 인종을 이유로 괴롭힘(harassment)을 당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핀란드의 경우, 조사 대상의 6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는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로 2등에 해당하는 룩셈부르크는 52%, 가장 낮은 몰타는 20%에 불과했다. EU 평균은 30% 정도에 머물러, 핀란드는 평균보다 2배가까이 차별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년 간 인종적 괴롭힘(harassment)을 당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핀란드(FI)가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사진=FRA)
’지난 5년 간 인종적 괴롭힘(harassment)을 당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핀란드(FI)가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사진=FRA)

 

’지난 5년 간 인종적 폭력(violence)을 당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역시 핀란드(FI)가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사진=FRA)
’지난 5년 간 인종적 폭력(violence)을 당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역시 핀란드(FI)가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사진=FRA)

같은 기간 동안 ‘괴롭힘(harassment)’이 아닌 ‘폭력(violence)’을 당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서도 역시 핀란드는 응답자 중 14%가 '그렇다'고 답해 최악의 성적을 차지했다. 유럽 연합 국가들의 평균은 5%였고, 포르투갈이 2%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보고서의 좋지 않은 수치를 방증하듯, 최근 핀란드에서는 인종이 이유가 되는 사건,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핀란드 언론 헬싱키 타임즈(Helsinki Times)는 밝혔다. 핀란드에 거주 중인 르완다 여성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핀란드 제품을 팔기에 부적절하다’는 말을 듣고 일자리를 거부당했다. 케냐에서 온 한 여성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흑인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원치 않을 것이다’는 직접적인 차별의 말을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례를 인용한 핀란드 언론은 "핀란드의 인종차별은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개선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고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튜브 ‘핀란드에서 흑인으로 사는 것(To be Black in Finland)’ 캡쳐 (사진=유튜브 채널 adwoa nicoletta)
유튜브 ‘핀란드에서 흑인으로 사는 것(To be Black in Finland)’ 캡쳐 (사진=유튜브 채널 adwoa nicoletta)

◆ 핀란드, 상황 악화 지켜만 보나?

핀란드 내에서 인종 차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핀란드 정부에서는 인종 차별을 겪었을 때 대처 방안에 관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반-차별 옴부즈만 제도(Non-Discrimination Ombudsman)’나 ‘반-차별 평등 재판소(National Non-Discrimination and Equality Tribunal)’, ‘민족 간 관계 자문위원회(Advisory Board for Ethnic Relations)’ 등의 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정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그러나 제도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럽인종차별위원회(European Commission against Racism and Intolerance, ECRI)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옴부즈만 제도와 자문 위원회 등은 그들의 권한에 따라 차별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과 인적 자원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하다. 또 반-차별 평등 재판소의 경우에는 여전히 인종 차별 피해자에 대한 배상 명령을 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인간 권리에 대한 시민사회의 높은 의식 수준과 복지 국가로서의 명성을 가지고 있는 핀란드는 인종차별과 관련해 유럽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안게 됐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각종 인권 단체에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 짚어지고 있는만큼, 보완과 개선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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