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구상도.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차 제조·판매에서 자율주행·친환경차의 이동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업계는 글로벌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이에 국가 내 동맹도 대세가 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에는 일본 1위와 4위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와 스즈키가 자본 제휴를 맺는다. 도요타가 스즈키 주식 4.95%를 사고, 스즈키는 도요타 주식 0.2%를 취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차 연합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앞서 22일에는 아우디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자율주행차 동맹에 합류할 것이란 소식도 나왔다. 독일차들도 미래 자동차 시대를 대비해 손을 잡는 분위기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실리콘밸리 신흥 강자에 맞서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에선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 전기차 업체 테슬라, 승차 공유 업체인 우버·리프트 등이 각자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개선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미래 자동차 산업의 강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자동차 업계와 IT·통신 업계가 한 데 뭉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 든든히 뒤를 받치는 소프트뱅크

일본은 도요타를 중심으로 연합이 형성되고 있다. 그중 정점이 지난해 소프트뱅크와 동맹 선언이었다. 두 회사는 모네(MONET) 테크놀로지라는 법인을 설립해 자율주행 셔틀사업인 ‘이팔레트’ 사업을 준비 중이다. 셔틀이 음식점·병원·호텔 등으로 변하는 신개념 이동 서비스다. 여기에는 일본 2위 업체인 혼다까지 지분을 투자했고, 280여 개 중소기업이 추가로 가세했다. 

2017년에는 도요타·마쓰다·덴소가 합작한 전기차 플랫폼 개발 회사가 설립됐고 이후 참여 기업이 스바루·스즈키·다이하쓰 등 총 9개로 늘었다. 자국 내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고, 중복 투자를 줄여 글로벌 미래차 시장을 공동 개척하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전세계 모빌리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있다. 소프트뱅크는 우버(미국)·디디추싱(중국)·그랩(동남아)·올라(인도)·카림(중동)·얀덱스(러시아) 등 지역별 1위 플랫폼의 최대지분을 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모빌리티 시대가 도래하면 소프트뱅크가 깔아놓은 전 세계 플랫폼을 통해 일본 차가 큰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독일 3대 강자 “유럽시장은 지킨다”

독일 3대 강자가 뭉친 것도 적어도 유럽 시장은 지키겠다는 의지다. 전기차는 오랜 개발 노하우가 필요한 내연기관 엔진이 필요 없어 시장 진입 문턱이 낮은 편이다. 또 자율주행을 비롯한 각종 첨단 편의 사양을 제공하기 위해선 센서·알고리즘 등 컴퓨터 기술이 많이 필요하다. 순식간에 미국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이 자동차 시장에서 각광받게 된 이유다.

이에 벤츠와 BMW는 유럽에서 각각 운영하던 차량공유업체인 카투고와 드라이브나우를 ‘셰어나우’로 합치는 등 5개의 모빌리티 플랫폼 합작사를 만들어 우버에 맞서고 있다.

그러니 한국에서도 ‘국가 간 연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미래차와 관련된 저력 있는 기업이 많은 만큼, 힘을 합쳐 한국 시장을 지켜내고 글로벌 시장도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경우 최근 “미래 자동차 산업은 IT와 융합돼 사람의 이동뿐 아니라 물류 산업까지 확대될 전망”이라며 “함께 산업을 지켜내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비빌 언덕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세계적인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가 버티고 있는데다, 반도체 1위기업인 삼성전자가 뒤를 받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테슬라가 설계한 ‘풀셀프드라이빙(FSD)’ 시스템을 탑재한 시스템 반도체 칩을 납품하는 등 ‘하드웨어’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 시대에 중요한 5G 통신 기술의 선두주자도 한국 기업들이다. 인공지능과 정밀지도 기술이 뛰어난 네이버도 있다. 그러나 이 업체들 가운데에서 아직까지 유의미한 동맹이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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