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 주도 하 성급한 계획에 결국 5G 상용화 연기
- 국가가 나서 산업 발전 주도, 기술 선도하는 중국
- 5G ‘리더’ 되기 위한 필수조건 ‘연결성’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중국이 내달 1일 정식 시행 계획했던 5G 상용화를 연기하며 잠시 주춤했다. 중국 IT 매체 중관춘온라인(中關村在線)은 구체적인 상용화 시기는 밝히지 않았으나, 중국 3대 통신사(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가 우선 상용화 연기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상용화 시기가 이르면 내달 20일 혹은 10월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5G 기술 (사진=pixabay)
5G 기술. (사진=픽사베이)

◆ 성급한 서비스 결정 배후에 중국 정부 있었다

내달 1일부터 서비스를 정식 시행하려던 중국의 계획은 사실 애초에 계획됐던 통신사의 서비스 개시 일정과는 시간차가 있다. 무리하게 진행됐던 5G 서비스 상용화 계획이 너무 속도에만 집착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당초에 중국 통신사들은 자사 발전 계획을 가지고 내년에야 5G 서비스를 정식 개시하는 것을 목표했다. 해당 목표 아래 중국 3대 통신사는 시범망 구축, 설비 및 테스트 등을 했지만 갑작스러운 중국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

중국 정부가 5G 상용화 계획에 돌연 개입한 이유는 다름 아닌 ‘무역전쟁’이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가시화되자 중국 정부가 나서 산업 발전을 이끈 것이다.

지난 6월 중국 당국은 통신업계에 5G 영업 허가증을 교부했다. 이어 저가 5G 요금제와 화웨이 5G 스마트폰에 대한 인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이는 모두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덩달아 중국 통신사들도 화웨이와 중국의 합작품을 위해 더 이른 서비스 상용화를 실현해야 했던 셈이다.

중국 정부가 미리 나서 5G 상용화를 주도한 이유는, 화웨이가 미국의 압박에 맞서 버틸 수 있는 내수시장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 5월 미국은 화웨이와 그 자회사들을 거래 제한 대상 기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중국 기술산업의 선봉장으로 일컬어지는 화웨이에 대한 강한 제재가 들어오자 중국 정부도 손을 쓴 것이다.

아시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19 상하이' 화웨이 전시장 (사진=연합뉴스)
아시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19 상하이' 화웨이 전시장.

지난달 29일에는 중국 정부가 2017년 발표했던 ‘차세대 AI 발전 계획’의 일환인 ‘세계 IT 대회’에서 AI 발전을 이끌 대표 기업에 화웨이를 추가하는 일도 있었다. 세계 IT 대회는 상하이시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과학기술부, 공업정보화부,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중국과학원, 중국공정원과 공동 주최하는 '국가' 행사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시행 중인 산업 육성의 혜택이 화웨이에게도 돌아간 것이다. 중국 언론에서는 해당 기업들을 ‘국가대표팀’이라 일컬을 정도다.

◆ 자신만만한 중국 기업의 ‘근거 있는 자신감’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 계획을 등에 업은 탓일까, 많은 중국 기업 관계자들은 5G 분야의 성공을 확신하는 모습이다. 사실 5G 상용화 계획이 미루어지기는 했어도 현재 중국 기업이 5G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은 전 세계 60% 정도의 규모에 해당하는, 약 372만 개의 4G 기지국을 구축했다. ‘경쟁’ 중인 미국의 경우에는 약 20만 개에 불과하다. 5G 통신망의 보급이 4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국이 서비스 상용화에 있어서는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이 맞다. 또 증권일보는 중국 3대 이동통신사가 구축할 5G 기지국이 향후 5년 이내에 600만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또한 관련 기술 특허에서도 중국은 경쟁국가들을 압도하는 성적을 가지고 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인 IP리틱스에 따르면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기업이 보유한 5G 표준필수특허(SEP) 개수는 지난 3월 기준, 전체 비중의 34%에 달했다. 표준필수특허(SEP)란 대체 불가한 핵심적인 기술 특허를 의미한다. 5G 분야 핵심 기술 특허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 중국이 미래 경쟁 구도에서 굉장히 유리한 위치에 서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 중에서도 화웨이는 보유 SEP가 1554건으로 세계 1위다. 2위는 스웨덴의 노키아(1427건), 3위는 삼성전자(1316건), 4위는 LG전자(1274건), 5위는 중국 ZTE(1208건)다. 5위 안에 중국 기업이 2개나 자리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IT 매체 테크웹(TechWeb)은 중국이 5G 서비스 제공을 본격화하면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향후 5~6년 동안 5G 관련 투자 규모가 9000억 위안(약 152조4960억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뒤늦게 4G의 상용화에 도전하던 2013년 당시, 그 이후의 전략도 함께 준비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과학기술부는 2013년 ‘IMT-2020 프로젝트’를 조직했다. 주요 통신사 3사 및 통신 장비 제조업체와 함께 5G 기술 표준 개발에 힘썼다. 그 결과 지금 중국의 5G는 2020년 이후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connecting everything 5G’ 모든 것을 잇는 5G (사진=신화통신)
‘connecting everything 5G’ 모든 것을 잇는 5G (사진=신화통신)

◆ 5G, 리더가 되려면?

중국이 분명 강력한 5G 시장의 선두 후보인 것은 맞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부분에 있어서의 보완과 개발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5G가 상용화 되고 나면 기술 패권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는 5G 기술 자체가 가지는 ‘연결성’ 때문이다. 장비 개발과 네트워크 구축은 5G의 상용화를 위한 필수적 요소이지만, 상용화 이후에는 그 기술을 활용한 컨텐츠와 서비스, 데이트 활용 등이 산업을 이끌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IT 대기업들이 즐비한 미국이 기술 상용화 이후 시장의 리더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에 반해 중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 유력 증권매체 퉁화순차이징(同花順財經)는 중국이 관련 기술의 명확한 체제나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다양한 첨단기술 영역의 산업 정책이 따로 분리돼, 서비스 통합이 요구되는 5G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현재 관련 기술의 발전 양상을 보면, 중국의 자신감은 분명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은 정부 주도의 성급한 서비스 상용화 계획에서 잠깐 주춤했다. 국가적 차원의 제재와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힘겨운 싸움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또 현재 국면을 넘어선 미래 시장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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