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미국인 50만 명 유전자 조사
유전적 영향은 8~25% 정도
단일 유전자가 영향 미치지는 않아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동성 간의 성적 행동과 연관된 사상 최대 규모의 유전체 연구에서 누군가의 성적 취향을 예측할 만큼 믿을 만한 유전적인 특징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는 “게이 유전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거의 50만 명의 유전체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8월 29일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발표됐다. 이 연구는 지금까지 작은 규모로 진행된 여러 연구들에서 나온 결과를 뒷받침 하는 것이다. 성적 선호도는 유전적인 요소를 아주 희미하게 가지고 있지만, 어떤 단일 유전자도 성적 선호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의 유전학자이면서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안드레아 간나(Andrea Ganna)는 “게이 유전자는 없다”고 말했다.

간나 연구팀은 성적 지향의 극히 일부는 유전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환경적, 문화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소규모 연구의 결과와 유사한 수치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사회학자인 멜린다 밀스(Melinda Mills)는 그 결과가 전체 인구를 대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Biobank)에 등록된 사람의 유전자 정보와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에 본사를 둔 소비자 유전자 회사 23앤미(23andMe)에 등록된 사람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들이 가진 유전적 정보와 건강 정보는 대부분 유럽의 혈통이며 나이든 사람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영국 바이오뱅크에 참가한 사람들의 나이는 40세에서 70세 사이였으며, 23andMe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참가한 사람들의 중간 나이는 51세였다.

연구팀은 생물학적인 성과 자기 성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연구 대상자들을 탈락시키는 유전자 분석 연구관행을 따랐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에는 트랜스젠더나 선천적 성기 기형인 간성(intersex)은 포함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누군가의 유전자가 부분적으로 그들의 성적 성향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왔다. 1990년대의 연구는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나 입양된 형제들보다 성적인 성향을 공유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일부 연구는 Xq28 영역이라고 불리는 X 염색체의 특정 부분이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사람들의 성적 성향과 관련이 있다고 제안하였다. 하지만 후속 연구는 그러한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모두 매우 작은 표본 크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대부분 남성에게 초점을 맞췄다고 밀스는 말한다. 이것은 성적 성향과 관련된 많은 변이를 탐지하는 과학자들의 능력을 방해했다.

최근 유전자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DNA의 한 글자가 변이하는 현상인 단일염기 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에 주목하고 있다. 간나 연구팀은 수십 만 명의 SNP를 조사하는 ‘전장유전체 연관성 분석(GWAS)’을 사용했다. 만약 공통적인 특성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특정 SNP를 공유한다면, SNP는 어떤 면에서 그 특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원들은 연구 참가자들을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같은 성별의 누군가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보고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 후, 연구원들은 두 개의 개별 분석을 수행했다.

한 그룹에서 그들은 100만 개 이상의 SNP를 평가했고, 서로 공통적으로 더 많은 SNP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유사한 성적 습관을 보고했는지를 살펴보았다.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성적 행동의 변동의 8~25%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의 두 번째 분석을 위해, 간나와 그의 동료들은 어떤 특정 SNP가 동성 간의 성적 행동과 관련이 있는지 알고 싶어 했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더 흔한 5가지를 발견했다. 100만 개 이상의 SNP에서 5개를 발견한 것이므로 유전적인 영향은 아주 대단히 작다고 볼 수 있다. 이들 5개 SNP는 전체적으로는 1% 미만을 설명할 뿐이다.

그러나 간나는 이러한 SNP를 어떤 개인의 성적 선호도를 신뢰성 있게 예측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왜냐하면 단 하나의 유전자가 성적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연구원들이 동성 간의 성행위에 관련된 SNP들 중 일부를 확인했지만, 그들은 유전적 변이가 무엇을 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하나는 냄새와 관련된 유전자에 가까운데, 간나는 이 유전자가 성적 매력에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SNP는 남성형 대머리와 관련이 있는데, 이는 성호르몬의 수치에 의해 영향을 받는 특징으로, 이러한 호르몬들이 동성 간의 성행위와도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동성애자들의 퍼레이드. 과학자들은 '게이 유전자는 없다'고 선언했다. credit : pixabay
동성애자들의 퍼레이드. 과학자들은 '게이 유전자는 없다'고 선언했다. (사진=pixabay)

이번 결과는 인간의 성생활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연구내용이 잘못 해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LGBTQ 옹호 단체와 과학 통신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 논문과 대중에게 그들의 연구 결과를 전달하는 최선의 방법을 연구했다. 그들의 노력에는 민감하고 전문용어가 없는 언어를 사용하여 대중에게 결과를 제시하는 웹사이트의 설계와 그 한계가 포함되었다.

가장 중요한 결론은 “유전자는 아주 아주 아주 작은 효과를 미친다”고 닐은 말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옥스퍼드대 사회학자인 멜린다 밀스 박사는 "많은 설명이 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 연구가 X 염색체에 게이 유전자가 있다는 연구들이 틀렸다는 추가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성적 행동과 상관관계가 있는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잣대 역할을 해 온 알프레드 킨제이의 주장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알프레드 킨제이는 사람들을 성적 스펙트럼에 따라 전적으로 이성애자에서 배타적으로 동성애자로 분류했다.

밀스는 이 연구가 강조한 5가지 변종 중 2가지 변종은 남성과 여성 모두 나타났고, 2가지 변종은 남성에게만, 1가지 변종은 여성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그녀는 "여성과 남성을 움직이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의 성감별 측면에서 검토할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충분히 조사되지 않았다."

이 연구결과는 다른 인종, 다른 연령층 또는 성적 파트너에 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문화적 규범을 가진 장소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브로드 인스티튜트의 벤자민 닐(Benjamin Neale) 박사는 "우리가 잘 해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곳에서 같은 결론이 나타날 것이라는 절대적인 보장은 없다"고 말한다.

이 연구는 목요일 사이언스지에 발표되기 전부터 저명한 브로드 인스티튜트 내를 포함한 논쟁과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LGBTQ. 커뮤니티에 속한 몇몇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강화하기 위해 과학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탄약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뉴욕 타임즈는 보도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유전자가 동성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비록 그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할지라도 게이에 반대하는 운동가들이 유전자 편집이나 배아 선택을 요구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두려움은 유전자가 아주 부분적인 역할만 한다는 증거가 동성애는 선택이라고 주장하며 전환 치료와 같은 전술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대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벤자민 닐 박사 역시 게이이다. 닐 박사는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증오의 안건을 진전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악용될까 봐 걱정스럽지만, 우리가 이 문제에 접근한 방식과 우리가 시도했던 지역사회 참여 방식이 중요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민감할 수 있는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누군가가 동성 간의 성행위를 한 적이 있는지 아닌지가 주요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 건강 문제 및 위험 감수, 대마초 사용, 경험의 개방성, 외로움과 같은 특성과 유전적 상관관계를 나타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가 일류 과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에 널리 동의한다.

밀스 박사는 "이 분야의 최고 유전학자들과 몇몇 사회과학자들이 이 일을 하고 있으니, 누군가 하려고 한다면, 나는 그들이 그렇게 했다는 것이 다행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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