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난민으로 돌아선 터키
-더 이상 난민 받지 않겠다는 이탈리아
-스페인 “난민 받는 것은 좋은데...”

지중해를 떠도는 난민들. (사진=알자지라)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최근 다소 관심이 식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시리아 난민들은 유럽행 배에 몸을 싣고 있다. 그러나 내전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으며, 이들의 유럽행이 이전보다 자유로워진 것도 아니다. 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유럽 국가들의 난민에 대한 관심은 다소 식었다. 유럽을 이끌어온 프랑스나 독일은 온통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관심이 쏠려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중동 난민들의 유럽 이주 관문 역할을 하는 지중해 인접 국가들에 난민 문제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이들 국가의 정치인들에게도 난민 수용의 문제는 그들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이슈로 보인다. 이에 터키와 이탈리아, 스페인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한다.

◆ 터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지난달 20일은 터키 이스탄불 당국이 정한 미등록 난민에 대한 이주 데드라인이었다. 이스탄불의 미등록 난민들에게 이날까지 도시를 떠나지 않는다면 강제로 추방하겠다고 통보를 내린 상태다. 이스탄불에는 약 10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살고 있는데 무려 50만 명이 이른바 ‘무허가 난민’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스탄불에는 등록된 난민과 그러지 않은 난민이 뒤엉켜 살고 있다. 만약 터키 당국이 이들의 강제 추방을 실시한다면 지위가 다른 가족들이 생이별을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터키 당국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터키는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부터 시리아로부터 36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유럽 전역의 난민보다 많은 수치다. 터키 인구가 약 800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4%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터키의 경제난이 문제였다. 지난해 터키는 3·4분기 연속 전 분기보다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했다. ‘역성장’ 국면이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갈등으로 인해 터키 리라화의 가치절하, 금융시장 불안 등의 악재가 겹쳤다. 설상가상으로 터키의 실업률은 11.1%을 기록했다. 이에 시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이방인에게 향했다. 일각에서는 "시리아인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국가 재정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는 EU 국가들에 난민 수용의 대가로 보조금을 더 지급해달라고 주장한다. 

◆ 이탈리아 “적극적 난민 거부”

이탈리아에서는 난민 문제가 가장 이슈다. 지난해 총선에서 역대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여당 '오성동맹'이 내세우는 공약 중 하나가 난민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더욱 강경한 반(反)난민 정책을 앞세운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 영해에 무허가로 진입한 난민 선박에 최대 100만 유로(약 15억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이 이탈리아 하원을 통과하기도 했다. 법안에 따르면 이탈리안 해상치안당국은 해당 선박을 억류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살비니 부총리의 강경책은 나름의 효과를 보여 올해 이탈리아로 유입된 난민은 2년 전에 비해 10분의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오픈암즈의 난민구조선에서 구조된 난민들. (사진=PRESSENZA)

이 가운데 스페인 구호단체 '오픈 암즈(Open Arms)'의 난민 구조선에 대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살비니 부총리는 여느 때처럼 강경한 태도로 160명을 태운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했다. 이에 구조선은 무려 20일을 해상 위에서 표류했다. 표류기간이 길어지면서 선박 안의 열악한 환경에 고통을 호소하는 난민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난민들은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바다에 뛰어 해안에 도착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에 시칠리아섬 카타니아 특별법원은 살비니 부총리가 난민이 탑승한 구조선의 입항을 막아 이들을 ‘불법 감금’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상원 의원들은 살비니 부총리에 면책특권을 적용해 그의 법정행을 막아냈다. 결국 지난달 21일 검찰은 해당 선박을 직접 방문해 현장 조사를 실시한 후 구조선을 압류하고 난민들의 하선을 명령했다.

◆ ‘친난민 정책’ 스페인

반면 스페인은 '친난민 정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오픈 암즈’의 해상 표류가 길어지자 스페인은 군함을 파견해 이들을 데리고 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선박의 스페인 항구 입항을 허가하겠다는 정부의 의사에 ‘오픈 암즈’가 장거리 항해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자 함정을 출동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내각은 “해군 함정 아우다스호를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으로 보내 스페인령 마요르카섬으로 입항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친난민 정책의 배경에는 스페인 국민의 열린 태도가 첫 번째로 자리한다. 일단 스페인인의 86%가 ‘난민을 환영한다’고 밝힌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당시 조사에 의하면 난민수용 반대의견은 13%에 불과했다. 친난민에 대한 응답률은 EU 10개국을 포함한 전체 18개 조사대상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호셉 보렐 스페인 외무장관은 “유럽 인구를 감안할 때 우리가 늙은 대륙으로 변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피가 수혈돼야 한다”며 난민 문제를 인구 감소의 해법으로 내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40년간 독재를 펼친 프랑코의 유산이라고 해석한다. 강력한 민족주의적 사고관으로 뭉친 독재에 대한 반발이 난민 친화적 태도에 밑거름이 됐다는 관점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사진=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역시 반난민 정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스페인의 친난민적 태도로 난민들의 유입이 점점 늘자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7월 동안 해상을 통해 스페인으로 들어온 이민자는 2만2858명으로 유럽 전체(5만7571명)의 40%에 육박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난민이 유입되는 지역은 골치를 썩고 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주가 대표적이다. 안달루시아 주정부는 이에 대해 중앙정부가 경제적 지원 없는 무책임한 포용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12월에 이 지역 지방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 복스가 11%를 차지하며 스페인 역사 최초로 원내에 진입하게 됐다. 이들은 4월 총선에서도 10%의 지지를 받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중앙의회 하원에 진출했다. 2016년 총선에서 0.2%의 지지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약 50배의 지지율 폭등을 기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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