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변 조선족 자치구 중심도시 연길, 조선족 인구 지속 감소
- 비상식적 물가와 소득수준, 어려움 여전
- 경제 어려움 타개할 대책 마련 필요

연길 시내 건물 (사진=시사1)
연길 시내 건물.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연변, 연길’하면 우선 조선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연변 자치주는 1952년 자치구가 설립된 후, 1955년부터 자치주로 변경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조선족의 ‘자치주’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연길 시에서 조선족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조선족의 자치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 조선족 자치구의 인구 변화

연길(延吉, 옌지)시는 길림성 동부에 위치한 도시이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중심도시로서, 수도 역할을 하고 있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인구는 약 65만 명이다. 연길시가 속해 있는 연변 자치주의 총 인구 수는 2010년 기준, 약 227만 명에 이르고, 이 중에 조선족은 약 83만 명으로 36.5%에 해당하는 수치다. 자치주 설립 전인 1953년에는 조선족의 인구 비중이 70.5%에 달했으니,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중국 법 상 소수민족 자치주는 소수민족의 인구 구성이 전체의 30% 미만이 되면 자치주 자체가 강제로 해제될 수도 있다. 조선족 비율이 계속 줄어들며 문제는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중심도시 연길에서의 조선족 이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연길시에 남은 조선족 인구는 15만이 채 안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연길시 전체 인구는 2014년 기준 65만명까지 늘었고 70만명 수준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조선족 비율은 2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그쳐 있다. 즉 조선족은 줄고, 다른 인구는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 연길시의 기형적 인구 구조, 이유는?

‘조선족’의 자치주로 설립된 연변의 핵심도시인 연길시에서 오히려 조선족의 수가 점점 더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물가’를 들었다.

연길시의 물가 수준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2015년 중국 대졸자의 평균 월급은 3300위안(약 62만원)이었는데, 이미 2013년 연길시의 식당 종업원의 월급이 4000위안(약 75만원)을 넘어선 상태였다. 또 연길시 내에서 사기업 등에 취직한 사람들의 소득 수준은 평균을 더욱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임금에 큰 차이가 있다 보니, 연길시의 물가는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주변 도시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받을 수 있는 임금 자체가 크다 보니, 중국 내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연길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었다. 지난 10년 사이 연길시로 외부 인구가 급속히 유입되었다. 2010년까지만 해도 40만 명 정도였던 인구가 2014년에 65만 명까지, 4년 사이에 거의 1.5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어가 병기된 연길 공항 모습 (사진=SBS)
한국어가 병기된 연길 공항 모습. (사진=SBS)

현지에서는 외부 유입 인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입 인구 대부분은 한족이 아닌 중국 중서북지역에서 온 위구르 자치구, 키르기즈스탄, 카자흐스탄 등 투르크계 소수민족들과 몽골인들이다. 그중 상당수가 중국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어 시민들의 불편함을 호소한다는 이야기다. 

반면 연길시가 삶의 터전이었던 조선족 사람들에게 끝없이 치솟는 물가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소비가 물가를 끌어올림에 따라 소득 수준이 물가가 올라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 이유로 주로 거론되는 것이 한국 등지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난 조선족들이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조선족의 수는 2018년 3월 기준 약 68만 명 정도로 집계된다. 터전을 떠나 타지에서 돈을 번 이들은 연길 등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부치고, 그 돈은 자치구 내에서 소비되다보니 자연스레 물가가 올라가게 된 것이다.

연길에서 생활하던 이들은 점점 더 높아지는 물가 탓에 삶을 유지하기 어려움을 겪었고, 다시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돈을 벌기 위해 연길을 나섰다면,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 연길을 나서는 셈이다. 현재 연길시에 남은 조선족 인구는 15만이 채 안된다고 한다. 연길시 인구가 곧 70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조선족은 오히려 연길을 빠져나갔다. 조선족 인구 비율도 계속해서 줄어들어 앞으로 연길을 포함한 연변이 ‘조선족 자치주’라는 명칭을 유지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 조선족 중심으로 경제 발전 노력

중국이 70년대 이후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연길을 비롯한 조선족자치주는 고도발전에서 소외되었다. 북한과 인접한 지리적 조건 탓에 북한의 경제상황이 개선됐다면 연변의 공업도 발전될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못했다. 또 인접 항구인 라선항이나 청진항을 발전시키기에는 제약 사항이 너무 많은데다가, 러시아의 극동지역 인구도 그리 많지 않기에, 공업이 발달될 여지가 없었다.

안영걸 중국 연길시 서울주재부 대표 (사진=전자신문)
안영걸 중국 연길시 서울주재부 대표.

그렇지만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안영걸 중국 연길시 서울주재대표부 대표는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연길(옌지)하면 여전히 부정적이고 낙후된 모습을 많이 떠올린다”며 “동포들의 노력으로 이룩한 급속한 경제 발전과 도시 기반 시설 구축”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또 시정부 차원에서 한국 IT·바이오 기업 투자 유치를 집중 지원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연길시는 10여년 전부터 IT 육성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관련 투자를 집중해왔다. 지리적·언어적 장점을 적극 활용해 동북아 IT 아웃소싱 중심도시로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연길시 고신기술산업개발구 내 중한과학기술산업원에는 이미 네이버와 국내 호스팅 기업 등 국내 기업이 입주해 IT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연길시정부 차원에서도 기업의 입주 비용 감면과 인적자원 매칭 등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지속 마련 중이다.

앞으로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조선족 자치구’로부터 ‘조선족’이 떠나가는 부조리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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