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떄보다도 가능성 높다

보리스 존슨의 등장과 함께, 올해 안으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늘어가고 있다. (사진=ytn)
보리스 존슨의 등장과 함께, 올해 안으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사진=ytn)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2019년 7월 23일은 영국에게 운명의 날과도 같았다. 영국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보리스 존슨이 당 대표로 선출된 후 영국의 신임 총리로 확정된 날이다.

당 대표 경선에서 66.4%의 득표율을 기록한 보리스 존슨 총리는 최대 정치현안인 브렉시트 협상에 있어서 유럽연합(EU)과 합의 없는 ‘노딜 브렉시트를 마다하지 않겠다(no ifs or buts)’는 기존 입장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애초에 그는 언론인 시절부터 EU의 관료주의를 비판해 왔으며,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EU 탈퇴를 강력히 주장했다.

결국 7월 24일 새로 구성된 내각은 강경 브렉시트 인사들로 구성되었다. 10월 31일로 예정되어 있는 브렉시트 시한에 EU와의 합의 여부와 관련 없이 탈퇴하겠다는 존슨 총리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는 순간이었다.

◆ 브렉시트의 가장 큰 문제는 ‘통관’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총 5차례에 걸쳐 (노딜) 브렉시트 대비 회원국과 관련 산업계가 대비해야 하는 주요 사안들을 제시했다. 가령, 6월 12일에 발표된 5차 비상계획안은 앞서 발표된 계획 중에서 노딜 브렉시트 대비 지속적이고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분야로 △거주권 및 사회보장 △의약품 및 화학물질 △어업 △금융서비스 등을 선별하여 준비사안을 다시 강조했다.

이에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존슨 총리 이후 브렉시트 향방은 △노딜 브렉시트 △재선거 △질서 있는 브렉시트로 구분될 수 있다”라며 “현 상황에서 10월 31일에 노딜 브렉시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오태현 전문연구원에 의하면 “존슨 총리의 첫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존슨 총리는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어내기보다는 EU로부터의 완전한 독립과 탈퇴를 의미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추진할 것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오 전문연구원은 “야당인 노동당의 공세와 존슨 총리의 정치적인 계산으로 인해 노딜 브렉시트 이전에 재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신임을 획득함으로써 노딜 브렉시트 추진의 정치적인 동력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영국의 존슨 총리. (사진=야후)

이에 오 전문연구원은 “메이 前 총리 시절에 합의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강경 브렉시트파의 반대가 거센 만큼, 질서 있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바탕으로 하는 질서 있는 브렉시트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초기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출입 통관절차에 대한 혼란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오 전문연구원은 “영국 및 EU와 교역을 하는 한국 통관당국 및 기업들은 통과 지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가장 우려되고 있는 관세율은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관세율의 경우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저율 또는 무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이미 발표한 바 있으며, EU는 영국에 대해 WTO 최혜국대우조항에 따라 관세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니 관세율은 교역에 있어서 큰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기존에 없던 통관절차가 새로 시행됨에 따라 교역량에 따른 일시적인 통관 지연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EU와 영국은 양자간 원활한 교역을 위해 유럽수출입업체 세관등록번호(EORI: Economic Operator Registration and Identification), VAT 등록번호 등을 신속히 발급받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런던의 브렉시트 찬성 시위. (사진=BBC)

실제로 영국 총리실의 노딜 브렉시트 관련 비밀문건(일명 ‘yellowhammer’)에 따르면, 노딜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은 △통관 지연에 따른 물동량 급감 △신선식품 감소와 이에 따른 공급가격 상승 △의약품 수급문제 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예를 들어 영국과 프랑스 간 물류이동의 경우, 프랑스 통관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전체 트럭의 85%가 영향을 받으며, 이로 인해 통관에 최장 1.5~2.5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동시에 영국과 EU 간 통관과정에서 항구의 물동량이 원활화되기까지 약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특히 의약품은 영국의 도버와 폴크스톤을 통해 전체의 4분의 3이 유통되고 있다. 그러니 EU 입장에서는 의약품 공급이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에 오 전문연구원도 “관세장벽보다는 의약품과 화학물질의 인증과 라벨링 등 비관세장벽에 따른 수출입 통관절차상 혼란이 주요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얼마나?

브렉시트 시한을 앞둔 시점에서 영국과 EU의 지도부가 동시에 교체되는 상황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그 어느 때보다도 존슨 총리가 10월 31일에 노딜 브렉시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U 집행위원회의 ‘고집’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과 2018년 11월 합의한 브렉시트안에 대한 재협상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존슨 총리 내각의 출범에도 EU의 기본입장은 변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EU와 영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백스탑 조항(안전장치)의 폐지와 관련하여 EU의 미셀 바르니에 브렉 시트 협상대표는 폐지 또는 재협상 불가입장을 밝히고 있다.

브리쉘의 EU집행위원회 건물. (사진=EU집행위 홈페이지)

결국 존슨 총리 이후 브렉시트 향방은 △노딜 브렉시트 △재선거 △질서있는 브렉시트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존슨 총리의 첫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존슨 총리는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하기보다는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할 가능성인 높다.

물론 야당인 노동당의 공세와 존슨 총리의 정치적인 계산으로 인해 노딜 브렉시트 이전 재선거가 실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재선거가 실시된다면, 이는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한 수’로 흘러갈 가능성이 더욱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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