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산불 지속, 매 분마다 축구장 1.5배 면적 사라져….
- G7 포함 국제사회 산불 진압 지원 약속, 브라질은 ‘글쎄’
- 아마존 개발 · 기후변화협약 · 자유무역협정 등 정치적 이해관계, 산불 속 또 다른 문제

화마가 지나간 후의 아마존 (사진=연합뉴스)
화마가 지나간 후의 아마존.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아마존 산불이 한달 째 계속되고 있다. 이미 불길은 서울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면적에 번졌다. 지금까지 아마존 면적의 17%가 불에 탔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이틀 사이에도 1600여건의 화제가 또 발생했다.

◆ 아마존 산불 둘러싸고 서로 다른 입장 ‘시끌’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는 올해 1월부터 8월 24일 사이 아마존에 발생한 산불 건수가 약 8만 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지난해 발생 건수(39,759 건)의 두배 가까운 수치다. 자연발생적 원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가폭이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심각한 아마존 산불의 원인으로 ‘사람’을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벌목업자나 농민들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산불을 낸 건수는 확인된 것만 해도 지난해 대비 83% 늘어났다.

아마존에 의도적 방화가 늘어나는 이유를 규명하는 과정에서는 ’정치적’ 주장이 오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극우성향의 개발주의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당선 이후 늘어난 개발 수요가 아마존 화재의 원인이라 지적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아마존 개발을 위한 규제 완화의 뜻을 내비치자, 공지(空地)를 만들기 위한 방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아마존 산불이 "정부가 환경 사범에 대한 단속을 축소하고 전문가들을 내모는 등 환경 훼손 행위를 방관한 결과"라면서 개발을 우선하는 정책을 비판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 사태 배경에 브라질 정부에 대한 비판을 확대하려는 비정부기구(NGO)의 악의적 행동이 개입 됐을 수 있다고 주장해 공분을 샀다. 아마존 산불의 진압에 계속된 난항을 겪고 있는 와중에 서로의 정치적 입장 차에 따른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SOS 아마존' 시위를 펼치는 브라질 시민 (사진=연합뉴스)
'SOS 아마존' 시위를 펼치는 브라질 시민 (사진=연합뉴스)

산불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불구하고 브라질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시민들이 먼저 ‘SOS 아마존’이라는 구호와 함께 국제사회의 도움을 청하고 나섰다. 브라질 밖으로는 지난 23일 포르투갈, 영국, 독일 등 각국의 브라질 대사관 앞에서 아마존 화재진압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 국제사회의 지원 약속에도 큰 소리치는 브라질

아마존 산불이 국제적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국제사회도 산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지난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정상회의를 연 주요 7개국(G7) 정상은 브라질에 즉각 2천만 달러(약 242억 원)를 지원하는 것에 합의했다. AP통신은 이 자금이 화재 진압용 항공기 지원에 쓰일 것이라 보도했다. 자금 지원 외에도 G7 정상들은 또 물류 및 금융 지원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정작 브라질 당국은 국제사회의 지원에 크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6일 G7의 지원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기자회견에서 "(G7이) 아마존을 마치 식민지나 무인도처럼 대한다"며 "아마존 산불 진압을 위한 국제사회 지원의 배후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을 두고는 "마크롱 대통령이 나와 브라질을 모욕한 것을 철회하면 주요 7개국(G7)의 지원을 받아들일지 고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G7의 지원을 수용하는데 있어 마크롱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두 정상간 오갔던 설전 때문이다. 앞선 23일 마크롱 대통령은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환경 문제에 관련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브라질의 아마존 산불에 대한 미온적 대응과 개발주의 입장 고수를 지적한 것.

아마존의 개발 및 보전 등에 대한 주권은 브라질에 있다는, 이른바 ‘아마존 주권’을 강조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에 크게 반발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브라질 정부의 지지부진한 산불 대응에 대해 “말 그대로 우리 집이 불타고 있는 것”이라 말했던 것을 두고 ‘식민지적 사고방식’이라며 격분하기도 했다. 두 정상간의 갈등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여사를 조롱하기까지 하며 격화됐다.

현재로서는 브라질 정부가 국제사회의 지원을 조건부로 수용하기로 하며 논란이 일단락됐다. 오타비우 두 헤구 바후스 브라질 대통령실 대변인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브라질 정부는 외국 단체와 국가들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데 열린 입장"이라면서 "중요한 점은 브라질에 들어오는 돈이 반드시 브라질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주권’의 입장을 고수하며 지원을 받더라도 지원금에 대한 관리는 브라질이 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 국제사회 갈등 속 불타는 아마존, 속타는 시민들

프랑스는 브라질에게 지속적으로 파리기후변화협정의 준수를 요구해왔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2030년까지 아마존을 파괴하는 불법 벌목의 완전 종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가 포함된 유럽연합(EU), 브라질이 포함된 메르코수르(MERCOSUR,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남미 4개국이 출범한 ‘남미공동시장’) 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주요 협상 내용이기도 했다. 개발주의자로서 아마존 주권을 주장하며 아마존 지역에 대한 개발 의지를 계속해서 내비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요구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브라질이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자, 마크롱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20여년간 논의가 진전되지 않던 EU와 메르코수르 간 자유무역협정은 지난 6월에야 체결에 합의했지만, 아직 EU 핵심 국가인 프랑스의 비준이 남아있는 상태다. 프랑스와 입장을 같이하는 아일랜드도 같은 의사를 밝혔고, 핀란드는 브라질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며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다만 EU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존재한다. 독일 메르켈 총리의 대변인은 프랑스의 입장은 아마존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브라질이 이 심각한 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하는 것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도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EU-메르코수르 FTA를 막는다는 (프랑스 등의) 견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U 탈퇴를 앞둔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글로벌 자유무역이 지금처럼 매우 어려운 시기에 또 하나의 무역협정을 취소하는 것은 나라면 주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여전히 불타고 있지만 각국의 상이한 정치적 입장 아래 신속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마존 sos’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무엇보다 신속한 화제의 진압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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