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입소문으로 등장한 ‘왕홍 아이스크림’
- 아이스크림 산업 전망 1년만에 급변
- Z 세대의 등장, 시장을 이끌다

아이스크림 (사진=pixabay)
아이스크림 (사진=pixabay)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중국 아이스크림 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중국 아이스크림 시장의 트렌드는 ‘왕홍 아이스크림’이다. ‘왕홍’이란 왕루어홍런의 줄임말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영향력 있는 유명한 존재를 뜻한다. 말하자면 SNS가 현재 중국 아이스크림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 1년만에 확 바뀐 산업 전망

‘왕홍 아이스크림’이 큰 인기를 얻으며 최근의 흥행을 거두기 전에는 중국 아이스크림 시장의 전망은 그리 좋지 못했다. 작년 ‘중국 요식업 보고서 2018’만 보더라도 온라인 브랜드 검색어 순위 상위 5개 가운데 3개는 음료브랜드가 차지하며 아이스크림 브랜드는 선전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에 진출한 유명 아이스크림 브랜드 프랜차이즈 하겐다즈도 매장 인테리어를 카페와 비슷하게 재정비하기까지 했다.

아이스크림이 식품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유는 중국 소비자들의 달라진 관심과 소비 경향에 있다. 중국인들 사이에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널리 퍼지면서 열량이 높고 당분이 많은 아이스크림을 기피하는 소비자 또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듯 오히려 차(茶) 음료는 식품 시장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던 추세였다. 차 음료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이 중국 소비자들의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서 자리하며 널리 퍼져나갔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같은 대도시 번화가에는 밀크티를 비롯해 중국식 차 음료를 파는 매장들이 밀집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작년만 해도 중국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15% 하락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앞섰다.

◆ 아이스크림 시장의 게임 체인저, ‘왕홍 아이스크림’

변화한 소비 트렌드 속에서 아이스크림 시장의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한 것이 바로 ‘왕홍 아이스크림’이다.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를 공략한 무색소, 무첨가물, 천연재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 크게 떠올랐다. ‘전문가급 아이스크림’으로 일컬어지며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제 1946’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이다. 첨가물 없이 순수한 맛을 강조한 이 아이스크림은 막대 또한 고급 대나무를 사용해 은은한 향이 나게끔 했다.

저지방 젤라또를 막대 아이스크림 형태로 제조해 판매하는 아이스크림도 크게 유행했다. 고급 재료와 함께 분해 가능한 천연 막대를 사용한 아이스크림 ‘중쉐가오’의 선전도 주목받았다. 설립된 지 5개월 밖에 안된 신생 브랜드였지만, 소비 트렌드를 공략해 중국 최대 쇼핑 페스티벌인 광군제 기간 중 판매 개시 15시간 만에 2만 개 제품을 판매했다. 중쉐가오는 지난해 5월 20일 티몰 플래그십 스토어에 정식 입점 후 6월 빙과류 품목에서 판매량 2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주요 왕홍(网红) 아이스크림 브랜드 (사진=KOTRA 우한 무역관)
주요 왕홍 아이스크림 브랜드. (사진=코트라 우한 무역관)

◆ 변화의 주역, Z 세대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전통적인 충성고객은 15세에서 29세에 이르는 젊은 층이다. 이들은 유행에 민감하며 소비를 통한 자아 만족을 추구하기 때문에 가격이 소비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충동형 소비가 전체의 2/3을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어 더욱 흥미롭다.

그런데 ‘충성고객’ 15세~29세의 젊은층에 접어든 세대가 바로 중국의 Z 세대(주우허우, 95년 이후 출생한 청년층)다. 아이스크림 시장 뿐 아니라 모든 소비 시장에서 중국의 Z 세대는 필수적으로 공략해야 할 핵심 소비자다. 텐센트 QQ와 시장정보·데이터컨설팅 기관 칸타가 공동 발표한 ‘중국 Z세대 소비력 백서(이하 백서)’는 중국 Z세대가 2020년 이후 중국 전체 소비력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정도다.

백서는 ‘친구들과의 소통과 취향공유, 관계 유지를 위해 위챗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기업들은 건강한 소비트렌드를 따라감과 동시에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Z세대의 입맛 또한 고려했다. SNS에 올리고 싶은 감각적이고 고급스러운 아이스크림 디자인으로 Z 세대의 관심을 끈 것이다. 기존 아이스크림과는 다른 차별적인 ‘비주얼’은 Z 세대에게 큰 구매요인으로 작용했다. 고급 아이스크림의 가격도 Z 세대의 소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가격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아이스크림 시장에 기업이 Z 세대의 소비 경향을 고려한 전략을 수립하니 자연스럽게 ‘왕홍 아이스크림’이 탄생할 수 있었던 셈이다.

중국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 변화 추이 (사진=중국보고망(中国报告网))
중국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 변화 추이. (사진=중국보고망)

◆ 시장 잠재력은 여전, 앞으로의 큰 성장 기대

새로운 소비 경향과 아이스크림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맞물리면서 주춤하던 아이스크림 시장에 새로운 국면이 찾아왔다. 이에 더해 중국 아이스크림 시장의 발전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중국의 1인당 아이스크림 소비량은 일본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5㎏에 불과하다.

해당 지표의 가장 선두에 있는 미국은 연평균 65㎏, 그 다음을 달리는 유럽은 50㎏이다. 나라별로 아이스크림 소비 경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매우 낮은 수치에 있어 앞으로도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중국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도 지속 성장세여서 해당 분야의 발전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왕홍 아이스크림의 등장 이후에는, 온라인 쇼핑몰의 지난 6월 아이스크림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증가했다. 중국 상반기 최대 쇼핑 행사인 ‘6.18’ 프로모션 기간 1천만 개 이상 판매, 이 중 하루 최고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281% 증가한 200만 개에 달했다. 아이스크림 구입 경로도 기존의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에서 온라인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계속해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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