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의 전략적 육성으로 경제구조 및 체질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사진=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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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은 최근 들어 더욱 격화되는 양상으로 전개되며 세계경제에 크나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G20 국가들의 GDP 성장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여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574개사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순이익은 작년 대비 42.95%나 감소해 거의 반토막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실적 악화는 우리 경제에 큰 비중을 점하고 있는 반도체 경기의 급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 등으로 인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때문에 실적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주요 소재 세 가지에 대한 수출을 규제함으로써 우리 경제를 압박해오고 있다. 예단할 수는 없으나 일본은 이에 더해 규제품목을 더욱 더 확대할 수도 있어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암울한 현실을 두려워하거나 탓하기 보다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우리의 경제체질과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천우신조의 기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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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규제로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첨단산업 관련 소재·부품산업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취약한 부문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소재·부품산업에서 강소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전화위복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정부도 이와 관련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긴 호흡을 가지고 하나의 정책을 일관되게 실행하는 전략이 중요할 것이다. 특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중심의 R&D 지원정책에 더해 산학연 연계 구조를 학회나 협회 중심으로 만들어 R&D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파트너십(partnership)의 확립이 필요하다. 갑을 관계나 주종관계가 아닌 동등한 사업의 동반자로서 서로 상생하는 관계 말이다. 우리는 그 동안 기술개발과 관련하여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분쟁사례를 심심치 않게 접해왔다. 이는 서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대중소기업간 공정거래를 기대하지 않는 문화로 고착된 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첨단기술로 중무장한 기초 체력이 튼튼한 중소기업이 뒷받침될 때 대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더 배가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상호 신뢰의 바탕 아래 기술개발을 위한 기획 단계부터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으며,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개발한 결과물의 공정한 구입처가 되어줄 때 상호 파트너십은 완성된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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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에 체결된 이스라엘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은 첨단 원천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 강국 가운데 하나이므로 이를 우리의 소재·부품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연계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의 기술사업단이 소재·부품·장비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와이즈만연구소의 기술 리스트를 바탕으로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 이를 국내의 기업들과 연계시키는 방안 등 구체적인 협력 프로세스로 발전시키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주식투자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투자의 위험을 줄이는 방안이 된다는 것을 빗대어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처럼 공급사슬관리의 달인 애플도 위험을 줄이기 위해 원부자재 공급처를 한 곳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화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기업들도 규모의 경제효과, 생산라인의 최적화 문제 등 제반 측면을 검토하여 공급사슬의 다양화 문제에서 밸런스를 확보하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해외의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세계적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 협력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 쪽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는 말이 있듯이 최근 일본과의 갈등에 따른 당면 문제도 당장은 어려움이 있다고 할지라도 산학연 및 민관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은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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