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이후 베트남 정부 주도로 스타트업 지원 활성화
- 정보기술 분야 스타트업의 성장세 또렷
- 성장세, 전망 모두 좋지만 ‘쩐의 전쟁’ 예고

베트남 시내 (사진=pixabay)
베트남 시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최근 베트남 스타트업의 성장세가 매섭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정보기술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정부 주도로 안정적으로 조성되어가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술적 숙련도가 더해지면서 성장을 위한 발판이 마련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 베트남 스타트업의 성장, 예견된 것이었다

베트남의 주요 창업 지원 기관인 토피카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현지 스타트업에 유치된 투자금이 8억 89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재작년 보다 3배 가량 많아진 금액으로 1년 새 베트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핀테크, 전자 상거래, 물류테크 등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정보기술 분야가 베트남 스타트업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적 솔루션이 기존의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킬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금이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사실 베트남 스타트업의 큰 성장이 화제로 떠오른 것은 이번 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베트남 스타트업계는 성장을 지속하면서 제도적 보완을 통해 큰 도약을 준비해왔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2016년 ‘프로젝트 844’  로 알려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이때부터 정부 주도로 자국 스타트업 생테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제도로서 확립한 것. 2025년까지의 발전 계획을 수립하면서 스타트업 지원 센터 설립, 해외 시장 개척 활로 마련, 국가 과학기술 프로젝트를 통한 스타트업에 대한 기술 지원, 관련 법규 개정 및 신설 등을 약속했다.

제도적 지원과 기술 발전, 인력 개발이 함께 병행하자 베트남은 현재 동남아에서 가장 뜨거운 핵심 투자처로 떠올랐다. 아시아 IT 전문매체인 테크인아시아는 “예전에는 동남아 스타트업 선두국가가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였다면, 이제는 베트남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베트남 내 IT 직종 수 증가 추이 (사진=TopDev)
베트남 내 IT 직종 수 증가 추이. (사진=TopDev)

기술 지원과 늘어나는 IT 관련 인력 수요도 정보기술 분야 스타트업의 성장세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베트남 스타트업 투자업체인 ‘500스타트업베트남’는 향후 5년 안에 베트남 엔지니어의 수가 세계 3위 안에 들 것으로 전망하며 베트남 기술 사업의 전망을 밝게 점쳤다. 실제로 베트남에서 IT 업계 일자리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IT 채용회사 TopDev는 올해 베트남의 IT 업계 일자리는 작년 대비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견했다.

이에 더해 베트남 정부는 4차 산업 발전 및 기술 확산을 위한 지원 정책을 계속할 예정이다. 지금도 정부는 베트남 내 과학 기술 분야 기업에 대한 4년간 법인세 면제 등의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6월에는 베트남 벤쳐 서밋이 열려 해외 투자자들과 기업 등을 초청해 베트남 스타트업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널리 알렸다. 베트남 정부와 과학기술부는 스타트업 생태계 마련을 위해 스타트업 엑셀레이터 베트남 실리콘 벨리를 출범하며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수상의 지시로 마련되어 진행됐던 국제혁신스타트업 행사(Tech Fest)가 약 5500명의 참석자, 600개의 신생 기업, 250명의 투자자, 투자 펀드, 내외국 연사를 유치했다. 올해 9월에는 미국, 11월에는 한국을 찾아 Tech Fest를 개최한다. 국제적인 규모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가 나서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인력시장의 솔루션을 제공한 잡합의 창업자 응우옌 케빈은 이와 관련해 “현지 정부가 새로운 테크 스타트업의 설립이 좀 더 수월해지도록 사업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베트남 벤쳐 서밋(Vietnam Venture Summit) 참가 투자처 (사진=Vietnam Venture Summit 웹사이트 캡쳐)
베트남 벤쳐 서밋(Vietnam Venture Summit) 참가 투자처 (사진=Vietnam Venture Summit 웹사이트 캡쳐)

◆ 발전 전망 좋지만, 한계는 명확…자금 확대 필요

반면 지원과 성장이 이어지며 베트남 스타트업의 전망은 밝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들린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재작년 베트남 내 신생 기업 수는 12만 6859개로 전년 대비 15.2% 증가했다. 국민 1인당 창업 수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를 앞질렀을 정도다. 그렇지만 작년 베트남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계약은 단 92건에 불과하다.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면서 창업의지는 크게 증가했으나, 여전히 자금 문제는 남아있다. 팜 홍 꾸앗 베트남 과학기술부 산하 국가기술·기업가 정신 및 상업화 개발처 처장은 3월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 “작년 한 해 동안 92개 투자계약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며 “정부가 창업 투자정책을 만들도록 단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베트남 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은 베트남 최대 IT기업 VNG 그룹 한 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VNG는 설립된 지 15년이 지났으므로 보편적으로 알려진 스타트업의 정의에 맞지는 않아, 엄밀히 말하자면 베트남 내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스타트업은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베트남 화폐 (사진=pixabay)
베트남 돈. (사진=픽사베이)

이와 관련해 물류 스타트업 아비빈의 최고경영자(CEO) 팜 남 롱은 베트남 스타트업의 약점으로 부족한 인내를 지적했다. 그는 "베트남 기업들은 종종 단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한다"면서 "사업을 키우기까지 7~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 베트남 기업들은 1, 2년 안에 결과를 보길 원한다”고 비판했다.

베트남 셔틀버스 공유 서비스 앱 GoDee를 만든 응옥 응우옌은 “과거에 비해 엑셀러레이터 수도 늘면서 초기 자금 유동성과 전문성이 좋아졌다. 다만, 현지 스타트업 시장은 아직 금전적인 투자가 사업 개발 활동을 완전히 뒷받침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아직은 여전한 자금 한계의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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