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시 전경. (사진=웨이보)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중국 남부의 첨단산업 중심지인 선전을 세계적인 도시로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이 명백해지고 있다. 홍콩이 누리고 있는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는 “선전이 2025년까지 도시개발뿐 아니라 혁신과 연구 개발 등의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중심 도시로 성장시킬 계획”을 담고 있다. 금융 발전과 혁신을 촉진하는 한편 대규모 국제회의와 이벤트, 해외 기관과 단체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도 함께 담겨 있었다. 한편, 해당 계획은 지난 2월 중국이 홍콩과 마카오, 선전과 광저우를 합해 중국판 실리콘밸리 '웨강아오대만구(Greater Bay Area)‘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후 약 반 년 만에 구체화된 셈이다.

◆ 새 정책은 어떤 내용 담고있나

중국 당국은 선전을 5세대(5G) 통신, 인공지능(AI), 생물의학연구소 등의 연구개발(R&D)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라고 일찍이 밝힌 바 있다. 이번 발표에는 구체적으로 새로운 생명 의학 연구를 위해 ‘의학 과학 아카데미’ 국영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도 포함되었다.

중국 정부는 또한 선전, 홍콩, 마카오 금융시장도 통합할 계획이다. ‘외화 관리를 개방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일부 장벽 해제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현 중국 정부는 중국과 외국 기업이 외화로 환전할 수 있는 금액에 대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합작벤처기업에서 외국인 지분 비율에도 제한이 있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선전에서 외국인이 거주 비자를 쉽게 취득하게 한 다음 중국 내 기업의 법적 대리인이 되는 길을 열어 줘 외국인 전문가와 인재를 유치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새 정책 발표문에는 사회신용제도와 관련해 ‘광둥성, 홍콩, 마카오 지역 빅데이터 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중국 당국은 2014년부터 온라인 구매와 공공장소에서의 일상 행태 등 시민의 활동을 감시하고, 시민의 ‘신용도’ 점수를 매기는 사회 신용 제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신용등급이 나쁜 사람은 비행기 탑승이나 기차표 구매 등 공공서비스가 금지된다.

이 새로운 정책은 홍콩을 대신해 선전을 금융 중심지로 만들려는 중국 정부의 열망을 나타내지만 홍콩 경제 신문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에는 유연한 금융 시스템과 보다 완전한 법적 규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당초 홍콩은 금융과 무역, 항공, 혁신, 법률 및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승인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홍콩의 이러한 ‘역할 분담’은 선전의 잠재력을 다소 희생시키는 일이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실상은 달랐다. 여러 매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홍콩의 지위와 기능은 자국 경제 중심지로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장기화된 민주화 요구에 홍콩의 향후 경제전망은 그리 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빠질 수 없다. 아울러 홍콩의 지위에 제한을 두고 선전을 세계적인 도시로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최근 의지는 중국판 실리콘밸리 구축 계획의 대대적인 수정과 함께 홍콩에 대한 암묵적인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홍콩에서 2019년 6월 9일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열렸다.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br>
홍콩에서 2019년 6월 9일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열렸다.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br>

일부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 시위를 통해 중국 정부에 공개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12주 이상 이어진 대규모 시위는 종종 과격파와 경찰 간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에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장기화된 시위로 홍콩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고 홍콩과 중국 정부의 관계에도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와 환구시보를 통해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면 금융과 경제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지위가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중국 본토의 여러 도시가 정치적 분쟁 대신 국가에 대한 봉사를 통해 약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선전, 홍콩 뛰어넘을 수 있을까

중국 정부는 선전과 광저우를 육성하는 것이 홍콩에 적용되는 ’일국양제‘ 체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지도부는 일반적으로 “선전이 최고의 성적을 올리려 노력하고 있을 때, 홍콩은 마치 ’버릇없는 아이‘처럼 군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자식에게 떡 하나 더 물려주면, 뒤떨어지는 자식도 자극받지 않겠냐는 논리다.

실제로 선전은 지난해 연간 경제 성장에서 홍콩을 앞질렀다. 선전의 지난해 총생산 규모는 2조4200억 위안(약 470조 원)을 기록했고, 홍콩의 총생산은 이보다 약간 못 미치는 2조4000억 위안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선전 육성은 더 구체적인 계획이 뒷받침돼야 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성이 해외투자의 걸림돌로 손꼽힌다.

선전에 위치한 텐센트 본사. (사진=텐센트)

미국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의 데이비드 샤 연구원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샤 연구원은 “선전이건 샹하이건, 홍콩을 대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그 도시가 인권과 법치를 지킬 수 있고 외국자본과 언론의 통제를 받지 않는 사회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전제조건이 없다면 어떤 계획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시사평론가 지예 썬은 “사회주의가 세계 최고의 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과시하고자 하는 의지”라며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야망이다”고 평가했다.

키워드

#홍콩 #선전 #중국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