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성, 일본의 섹스산업 선도
-업계는 이들의 취향 따라잡기에 골몰

유서 깊은 일본의 성매매 문화. (사진=worldpress)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과거 17세기 에도(지금의 도쿄) 북동쪽의 요시와라는 홍등가가 즐비한 유흥의 도시였다. 요시와라는 지금도 일본 섹스산업의 중추로 기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수요는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요시와라의 흥망성쇠는 오늘날 일본이 처한 섹스산업의 변화를 반영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본질적으로 불법인지라 정확한 통계를 내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프트한 수준의’ 성적 서비스는 다소 수요가 늘었으나, 전반적으로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짚었다. 사회학자인 마사히로 야마다에 따르면 “일본의 섹스산업은 말 그대로 섹스뿐만 아니라 정서적 친밀감이나 로맨스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켜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온갖 형태의 서비스가 발달하기 마련이었다. 카바쿠라라는 형태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남자는 옆에서 여성이 서비스해주는 음료를 마시고, 여성은 옆에서 아양을 떤다. 어떠한 신체접촉도 없다. 반면 한국에서도 알음알음 알려진 ‘이미지 클럽’에서의 남성은 일종의 상황극을 통해 성적 판타지를 해소한다. 오나쿠라라는 곳에서는 남성은 자위를 하되, 여성은 단지 그것을 지켜보기도 한다. 포르노가 발달한 맥락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서비스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발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군이 일본에 진주하기 시작했고, 1958년 법령을 통해 성매매를 금지하기 시작한 것이 역설적으로 온갖 변종 성매매의 시작이 되었다는 해석이다. 최근에는 인구구조와 경제변화가 산업의 변화를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전 인구의 28%가 65세 이상이다. 이에 도쿄의 야노연구소의 연구원은 카츠히로 마츠시마는 “(산업 전반이) 소프트하고, 모호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의 메이드 카페. (사진=cnn)

◆ 산업을 이끄는 노인들

일본의 한 주간지는 이에 최근 노인 남성들이 “단지 젊은 여성들과 대화하기 위해” 성매매 업소를 찾는 현상에 대해 다뤘다. 이에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산업의 중추는 20대에서 노인들로 넘어간 지 오래”라며, “그들 대다수는 섹스를 즐기기보다는 젊은 여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남성전문매거진인 일본의 My Journey의 한 기사는 “최근 본지의 주요 구매층은 50대에서 60대”라고 말했다. 주요 소비층이 바뀌다보니 기사에서 다루는 콘텐츠도 달라졌다. 여성의 적나라한 사진 등을 개제했던 편집방향에도 대폭 수정이 가해졌다.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얌전해졌다는’ 평이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실버 포르노’라는 말로 현상을 대변한다. 심지어는 80대 노인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찾는 일이 업계의 새로운 고민으로 급부상했다.

반대로 이전보다 ‘성욕’에 관심이 없어진 20, 30대 청년들에 눈높이를 맞추는 일도 빠질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20대 남성들이 요시와라에 방문해 동정을 잃는 일이 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성 경험이 없는 남자’들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은 남자 중 42%와, 결혼하지 않은 여자 중 44%가 35세가 될 때까지 성 경험이 없다고 한다. (대략 60%의 일본인들이 30~34세에 결혼한다) 한 기자에 따르면 “많은 일본인들이 섹스를 단지 피곤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코노미스트가 인터뷰한 한 관계자 역시 “남성들을 위한 음지의 서비스도 ‘그들 스스로 하게 하는 것, 혹은 유사 성행위’로 변질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마츠시마 연구원 역시 “차라리 자위가 더 즐겁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나체의 여성들과 채팅할 수 있는 웹사이트나 폐쇄된 공간에서 DVD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서점의 한 성인잡지 진열대. (사진=웨이보)

◆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일각에서는 이를 일본 남성의 자존감 하락으로 해석하곤 한다. 현지 언론들 역시 “독립적이고 당당한 여성”에 짓눌린 현상의 일종으로 해석하곤 한다. 앞치마를 입은 여성이 음식을 직접 떠먹여주는 ‘메이드 카페’는 이 같은 현상을 대표한다. 그들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아예 어떤 곳에서는 남성이 돈을 내고 여성 곁에 눕기도 한다. 추가 요금을 내면 반려동물을 데려오거나 여성과 직접 아이컨텍을 할 수 있는 식이다.

사회학자들은 이 모든 것이 ‘남성의 자존감 하락’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섹스 산업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어린 여성에 대한 일종의 ‘패티시즘’이 이 같은 현상을 대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가령, 도쿄의 여러 업소에서는 남성이 교복을 입은 여성과 대화하거나 곁에 누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는 실제로 여성이 미성년자만 아니라면 일본에서는 얼마든지 합법으로 간주된다.

일본의 경제상황 역시 현재의 흐름에 한 몫 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른바 ‘버블경제’가 한창일 때 엄청난 현금이 해당 산업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성행위 자체는 굉장히 비쌌다”며, “반면 메이드카페는 별로 비용부담이 없었다. 우리 돈으로 만 원 정도였다”고 당시의 흐름을 짚었다. 그러나 전통적인 성매매 서비스가 오늘날 불황을 맞게 된 것은, 그 분야의 문제이지 전체 섹스산업의 쇠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야노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유관산업과 서비스는 2014년 2.1% 성장했다”며 “반면 성매매 업소의 매출은 1%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포르노 웹사이트인 포르노허브의 예를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일본 사람들이 네 번째로 많이 접속하는 웹사이트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My Journey의 편집장인 이코바가 이코노미스트에 주장한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유관 업계는 달라진 소비자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잘 알려진 문구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늘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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