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최근 홍콩서 IPO 계획 취소
-홍콩달러 및 증시 급락…공모가 낮아질까 우려
-홍콩 내 자금이탈 가속화되고 있어

마윈의 뒤를 이은 알리바바의 새 CEO 대니얼 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날로 격화되는 홍콩 사태에 불똥을 맞았다. 결국 이달로 예정됐던 홍콩 상장을 연기했다.

21일 유력 언론들은 알리바바가 이달 말 예정했던 150억 달러(18조원) 규모의 상장 계획을 미뤘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위가 장기화되자 홍콩의 안정과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 하에 내려진 조치다. 알리바바는 이미 지난주 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가진 이사회에서 홍콩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알리바바가) 상장 일정과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홍콩의 정치적 긴장이 완화되고 시장 환경이 좋아질 경우, 빠르면 10월 중 홍콩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알리바바가 홍콩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릴 것”이라고 보았다.

금융계는 알리바바의 홍콩 상장 계획을 주시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움직임이 중국 정부가 홍콩의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4년에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통해 250억 달러(30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은 바 있다. 이에 홍콩 상장도 검토했지만, 당국으로부터 지배구조 승인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뉴욕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지난해 홍콩 증권 당국이 차등의결권 주식을 허용하한 것을 발판삼아 알리바바는 홍콩 증시 2차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차등의결권은 기업 최대주주나 경영진에 보유지분율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토록 허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선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최대 음식배달 앱 메이퇀뎬핑과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 등이 차등의결권 적용 기업으로 홍콩에서 상장했다. 

알리바바 뉴욕증시 상장 당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공모가 저평가 가능성도 우려

니케이아시안리뷰는 22일 알리바바 그룹 홀딩의 150억 달러(18조975억원) 규모 상장 연기 소식에 공모금액 저평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투자은행의 한 애널리스트는 “홍콩 주식 평가액이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홍콩 자본시장이 이미 침체된 상태였으며 반송환법 시위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더 나은 가치를 평가받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홍콩에 상장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11주간 지속된 시위에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로 고위 간부들 역시 입국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항셍지수(HSI)는 직격탄을 맞았다. 22일 기준 종가 2만6040.98로 시위가 시작된 6월 10일(2만7578.64)보다 약 5.6% 하락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그룹 텐센트의 주가도 약 3% 하락하는 등 대외 불안에 따라 주가도 하향세를 타고 있다.

자연히 홍콩 주식시장이 둔화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하이 카이위안 캐피탈의 브록 실버 상무는 “알리바바는 정치적으로도 빈틈없는 시장 개척자이며 이들의 상장 지연은 시장의 역풍을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본토 기업들이 알리바바의 결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이런 분위기가 중국 기업들의 홍콩 상장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달에는 벨기에 맥주회사 앤하이저-부시 인베브가 98억 달러 상장을 연기했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상장연기는 뉴욕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홍콩주식시장에 상당한 실망스러운 결과임은 분명하다. 홍콩은 이미 중국 테크놀로지기업들의 상장을 촉진하기 위해 상장규정을 완화한 바 있다. 예정대로라면 알리바바가 첫 번째 사례가 될 터였다. 로이터는 “그러한 혜택이 아무소용 없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자 많은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월가로 향했던 사례에서 짐작할 수 있다. 

알리바바 중국본사 입구. (사진=신화통신)

◆ 해외자금 ‘홍콩 엑시트’ 우려

한편,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11주째 이어지자 홍콩 내 자금이 해외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의 정치적 불안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서 비롯된 흐름이다.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홍콩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국제 송금 전문기업 트랜스퍼와이즈에 따르면 8월 들어 홍콩 외부로의 유출 금액은 유입 금액보다 2.64배나 많았다. 홍콩 시장에 100달러가 들어가는 동안 264달러가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정확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자금은 미국, 영국, 싱가포르, 유로존 등의 은행 계좌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동안에는 홍콩에서 자본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홍콩은 고정환율제(페그제)를 채택하고 있어 과거 세계적인 금융위기 국면에서도 급격한 자금 이탈을 방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즈호은행의 아시아 외환 담당 켄 청 수석전략가는 “홍콩달러 환율이 7.84달러 수준까지 오른데다(가치 하락), 증시가 급락한 것은 투자자금이 해외로 이동하는 조짐”이라고 분석했다.

기존에는 일부 부유층이 개인 자산을 옮기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홍콩 리스크’ 자체가 부각되면서 아예 홍콩을 대체할 투자처를 찾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금융불안의 원인은 결국 정치불안에서 비롯된다. 거기에 경제침체가 끼어들었다. 현재 홍콩 경제는 대외교역 부진에, 정치 불안으로 내수까지 위축된 상황이다. 올해 2분기 홍콩의 전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0.4%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한 성장률도 0.5%에 그쳐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했고, 수출은 5.6%, 수입은 7% 줄었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홍콩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당초 2~3%에서 0~1% 사이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 청쿵그룹 전 회장도 돈을 꾸준히 빼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리카싱 가족이 운영하는 ‘CK 애셋 홀딩스’가 최근 영국의 주류업체인 그린 킹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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