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등 치료 어려운 질병에만 한정됐던 유전자 치료 연구
-확대 법안 개정안 발의로 유전자 교정 도구 활용 연구 물꼬
-유전자 치료가 아닌 조작으로 변질 될 우려도 제기돼

국내에서 제한적이었던 유전자 치료 연구에 관련한 법안이 개정될 전망이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 픽사베이)
국내에서 제한적이었던 유전자 치료 연구에 관련한 법안이 개정될 전망이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 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국내에서 제한적이었던 유전자 교정 도구를 활용한 연구 환경이 앞으로는 연구 범위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향후 획기적인 유전자 치료법들이 제시될 것으로 보이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국내도 선진국처럼 유전자 치료 연구 제한 없어진다

보건복지부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일규 의원이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국가 생명윤리 정책의 최고 심의기구인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유전자 치료 연구에 대해 포괄적인 희귀·난치병 극복을 위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연구대상 질환 제한을 완화하도록 권고(2018년 12월)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유전 질환이나 암, 에이즈 등의 질병에 해당하거나 이런 질병과 상관없이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현저히 우수한 유전자 치료법일 때는 연구할 수 있게 했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만 유전자 치료 연구를 할 수 있게 해놓았다. 지금은 유전 질환이나 암, 에이즈 등의 질병에 한정해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거나 현저하게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유전자 치료법일 경우 등의 조건을 갖춰야만 한다.

이번 개정안은 유전자 치료 연구 대상 질환을 사실상 없애고 모든 우수한 유전자 치료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는 경우 유전자 가위 기술 등 생명 과학 기술 발전에 따른 유전자 치료연구를 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구계획서에 대한 사전 심의와 승인 후 윤리적 준수 의무를 명시했다. 유전자 치료 연구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아울러 유전자 치료 연구의 심의 전문성 보완을 위해 IRB(연구기관에 소속된 생명윤리위원회) 심의 이외에도 국가위원회에 자문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IRB 중심의 연구 승인, 수행 과정·결과에 대해 조사·감독 이외에도 연구자의 보고 의무를 포함해 필요시 국가위원회가 직접 조사하고 자료 요청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유전자 치료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도구는 유전자 가위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픽사베이)
유전자 치료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도구는 유전자 가위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픽사베이)

유전자 치료법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도구는?

유전자 치료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유전적 변이나 유전물질이 도입된 세포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을 뜻한다.

현행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를 목적으로 인체 내에서 유전적 변이를 일으키거나 유전 물질 또는 유전 물질이 도입된 세포를 인체로 전달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유전자 치료 방법으로는 체내 유전자 치료, 체외 유전자 치료, 유전자가위 등이 있다. 체내 유전자 치료는 질환을 치료하는 유전자 정보가 담긴 DNA를 바이러스에 주입하고 이 바이러스는 몸속에 투입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체외 유전자 치료의 경우 환자로부터 세포를 채취해 질환을 치료하는 유전자 정보가 담긴 DNA를 주입해 이를 다시 환자 몸속으로 투입하는 방식이다.

유전자 교정 기술로 대표적인 유전자 가위는 환자의 유전체에서 특정 염기 서열을 인식한 후 해당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기준이다.

유전자 치료로 연구를 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개정안이 이번에 발의된 배경으로는 규제 때문에 선진국 대비 국내 유전자 치료 연구가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학계와 업계에서 제기되어 온 것이 큰 이유로 보인다.

선진국의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유전자 치료 연구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국가 전문위원회가 안전성 등을 검토해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처럼 연구 가능한 질환에 제한을 둔 적이 있지만 지난 2015년 이를 폐지했다. 다만 후생노동성 산하 심사위원회에서 연구 계획을 검토해 허용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의 경우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편집해야 할 DNA를 찾아 주는 RNA(리보핵산) 부분과 표적 부위(DNA)를 실제로 잘라내는 절단 효소 부분으로 구성됐다.

유전자 가위와 관련한 기술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픽사베이)
유전자 가위와 관련한 기술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픽사베이)

학계에서 꾸준히 연구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

의도하지 않은 돌연변이를 양산할 수도 있다. 이에 최근에는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인테그레이트(INTERGRATE)’라는 교정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DNA를 자르지 않고 원하는 위치에 유전자를 넣어주는 교정 기술이다.

국내에서도 유전자 가위 기술과 관련해 새로운 소식이 최근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장미희 선임연구원팀은 세종대 연구진과 함께 암을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일 수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했다.

KIST 연구진은 앞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외부 전달체 없이 세포막을 뚫고 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개량한 바 있다. 이들은 이 유전자가위에 추가적으로 혈액암 세포가 면역세포인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Lymphocyte·CTL)의 공격에 저항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능을 넣는 성과를 냈다.

이번에 발의 된 개정안이 통과되면 향후 더욱 활발한 연구 성과가 국내에서도 나올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제약업계에서도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출시된 유전자치료제 종류를 살펴보면 많지 않다. 지난 2012년 7월 유니큐어의 ‘글리베라’를 EU가 허가한 이후 2015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항암 유전자치료제인 암젠의 ‘임리직’을 허가했다.

유전자 연구는 유전자 조작이라는 딜레마에 빠질 위험이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픽사베이)
유전자 연구는 유전자 조작이라는 딜레마에 빠질 위험이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픽사베이)

유전자 연구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제기

유전자 치료 연구 제한이 국내에서 개선되더라도 기술적 요인이나 임상시험과 제품 생산에 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한계 요인으로 보인다.

한편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기술이 적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본지 또한 영화 속에서 일어난 상황과 함께 해당 기술에 대한 부작용을 거론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영화 속 ‘유전자 가위’ 현실로>

유전자 기술이 더욱 밀접해짐에 따라 학계에서도 이 기술에 대비해 제도를 정비하는 등의 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19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한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딥체인지, 세상을 바꾸다’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유전자 가위기술로 직접 유전자를 조작하려는 시도가 이미 이뤄지고 있다며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대비를 촉구했다.

중국에서 ‘아기 유전자 해독’ 산업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관련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을 예로 들며 그는 “2028년이면 중국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기들이 유전자 조작으로 높은 지능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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