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나 홀로 디지털세’ 강행
-미국은 무역보복 등 반격 준비중
-아마존 “프랑스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수밖에”
-영국 등 OECD 각국도 디지털세 도입 예상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프랑스가 마침내 디지털세 부과를 확정지었다. 지난달 11일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된 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는 절차가 마무리됐다.
 
프랑스 정부는 2019년 3월 일명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 Tax’, 우리말로는 ‘구글세’라고 불리는 디지털세 법안의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7월 4일에는 프랑스 하원 투표를 거쳐 최종적으로 상원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으며 통과됐다.

물론 EU 차원에서도 디지털세가 추진된 적은 있다. 그러나 작년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프랑스 정부가 독자적으로 디지털세 부과를 추진했다. 당시 프랑스를 비롯해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는 EU 차원의 디지털세 도입을 찬성했으나, 아일랜드, 네덜란드, 덴마 크 등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독일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프랑스 디지털세 법안에 따르면, 매출액을 기준으로 대상 기업에 일률적으로 국내 매출액 대상 3%의 디지털세가 부과된다. 대상 기업은 약 30개 글로벌 IT 기업으로 예상된다. 과세대상 기업으로는 전 세계 및 프랑스 국내에서 디지털 사업 매출액이 각각 7억5000만 유로와 2500만 유로를 초과한 기업이다.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중개 수수료, 타깃 광고 및 데이터 판매에 따른 수익이 과세대상이며, 전자상거래를 통한 상품 및 서비스 판매, 결제서비스 및 금융서비스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디지털세가 OECD 차원에서 관련 합의안이 마련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것임을 언급했다.

디지털세는 전통적인 조세체제와는 다른 새로운 제도로, 이미 여러 국가에서 도입이 논의되거나 발효될 예정에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추세로 평가된다. EU 회원국을 중심으로 디지털세 법안 마련 및 협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이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디지털세의 표적이 된 IT공룡들. (사진=연합뉴스)

가령 영국은 2020년 4월 발효를 목표로 디지털세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생 기업 및 스타트업은 디지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며, 연간 전 세계 매출액 5억 파운드 및 영국 내 매출액 2500만 파운드를 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영국 내 매출액에 대해 2%의 디지털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주로 영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검색엔진, 온라인 마켓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OECD와 G7/G20을 중심으로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으며, 2020년까지 디지털세 관련 보고서를 최종적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 미국과 유럽각국이 반대하는 이유는?

미국은 프랑스의 디지털세가 미국기업에 대한 불공정 무역관행에 해당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1974년 채결된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를 결정(2019년 7월 10일)했으며, 이로 인한 미국과 프랑스 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프랑스의 디지털세가 미국 주요 IT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미국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어 무역대표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USTR은 조사에 약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미국정부와 IT 기업들은 프랑스의 디지털세가 미국은 물론 프랑스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이 프랑스 국내에서 창출한 일자리는 약 1만804개에 이른 것으로 조사된다”고 부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보복조치로 와인에 대한 보복관세 또는 수입제한조치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우려에는 설득력이 있다. 일각에서는 EU 디지털세 제안 당시 이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EU에 위치하고 있지 않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가 관세장벽과 유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유럽 내에서는 특히 디지털세 부과가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유럽의 비즈니스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내부에서도 플랫폼 수수료 인상이 소매가에 영향을 미쳐 프랑스 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로비. (사진=아마존)

◆ 아마존의 반격도 가시권에

이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프랑스 정부가 도입한 디지털세에 대응하기 위해 프랑스 기업에 오는 10월부터 판매 수수료 3%를 더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업체를 겨냥한 디지털세를 판매업체들에 그대로 전가하는 ‘맞불’ 조치라는 평가다.

19일 CNBC 등 주요 외신은 아마존이 프랑스 지역 소상공인 업체 수천 곳을 대상으로 수수료 3% 인상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판매수수료는 5~10% 수준이다. 여기에 추가 수수료를 더 붙이겠다는 뜻이다. 프랑스 정부가 아마존에 부과하는 매출 3%의 디지털세를 현지 판매업체에 그대로 떠넘기는 셈이다.

아마존은 CNBC에 “이 세금은 우리가 기업에 제공하는 시장 서비스(아마존의 입점 판매 서비스)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어서 판매 파트너에게 물려주는 것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피터 힐츠 아마존 세무전략이사는 역시 이날 한 공청회에서 “아마존의 프랑스 지역 매출 가운데 58%가량은 현지 제휴업체에서 발생한다”며 “디지털세는 이중과세이자 아마존과 수천 곳의 소상공인 업체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럼에도 디지털세는 시대적 흐름

그러나, 지난달 17~18일 개최된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디지털세 부과에 대한 원칙적인 찬성을 담은 성명서가 발표됨에 따라 향후 국제적인 차원에서 디지털세 부과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필요 시 한국정부는 관련 의견 개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오태현 연구원은 이에 부연하여 “디지털세 도입은 두 가지 접근방법으로 추진된다”며, “△디지털 서비스 소비국의 과세권 강화(pillar1)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글로벌 실효세 도입(pillar2)이 그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세의 구조를 단순화하고 집행이 가능해야 하며, 동시에 이중과세 방지가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연구원은 “한국정부도 디지털세 도입과 관련한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들과 다양한 채널을 통한 의견 교류가 요구된다”며, “국제사회의 논의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현재 OECD에서 작업계획에 따라 주도그룹이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도 이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세 관련하여 적시에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고 논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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