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역비 “홍콩경찰지지”...네티즌들 ‘뮬란 보이콧’
-중국 출신 아이돌도 ‘홍콩경찰지지’ 나서
-침묵도 힘들어...분명한 입장 취하라는 검증과 압력

유역비 주연의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 (사진=웨이보)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홍콩의 반송중(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 배우 유역비가 홍콩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비판을 사고 있다. 홍콩 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역비가 홍콩 경찰 지지에 나서자 네티즌들은 유역비가 주인공인 영화 <뮬란> 불매 운동에 나섰다.

◆ 유역비 “나는 홍콩경찰을 지지한다”

유역비는 미국시민권자로 '천일유혼' 등 중국 영화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내년 개봉을 앞둔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디즈니 영화 '뮬란'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유역비는 14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나를 쳐도 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적힌 사진을 게시하고 ‘#我也支持香港警察(나도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다음날 오전에는 “서로 생각이 다르면 나쁜 감정 없이 헤어지면 된다”는 글도 남겼다.

유역비의 해시태그는 지난 13일 홍콩 시위대의 공항 점거 시위를 겨냥한 것이다. 중국 관영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날 중국의 한 기자는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을 주장하며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한 시위대에게 붙잡혔다. 현지 언론은 14일 “시위대가 홍콩 공항에서 열린 불법 집회 도중 한명의 관광객과 한명의 기자를 폭행했다”며 “시위대는 이들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보도했다. 이후 시위대에게 붙잡혀 두 손이 묶인 기자가 “나를 때려라.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웨이보 등을 통해 공유됐다. 이에 중국 누리꾼들은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해시태그 #我也支持香港警察(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공항 점거 당시 시위대에게 억류된 기자. 이 기자는 시위대 측에게 중국 측의 스파이로 의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홍콩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탄과 빈백건(알갱이가 든 주머니 탄) 등을 마구 발포해 한 여성이 한쪽 눈을 실명할 위기에 처하면서 경찰의 무력 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유역비의 이같은 발언은 전 세계적 비난을 샀다. 

이에 네티즌들은 SNS에 해시태그 #Boycottmulan(보이콧뮬란)을 달고 쓴 글을 널리 공유하면서 유역비가 주인공 맡은 영화 <뮬란> 불매 운동에 나섰다. 여론 역시 싸늘한 편이다. 몇몇 사람들은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으로 이민가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유역비가 중국 내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지지선언을 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중국의 정치적인 선동에 연예인들이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가 열리는 와중에 중국계 연예인들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중화권 스타들의 잇따른 정치적 발언

홍콩 태생의 친중파 배우로 알려진 배우 성룡 역시 지난 4일 자신의 웨이보에 “나는 오성홍기의 수호자다. 이 깃발을 지키는 사람이 14억 명이나 있다”라고 썼다. 성룡은 이후 14일 중국중앙방송(CCTV)과의 인터뷰에서 이 웨이보 글을 언급하면서 “한명의 홍콩인이자 중국인으로서 기본적인 애국심을 표시하고 싶었다”며 “홍콩은 내 고향이고 중국은 내 국가다. 나는 내 국가와 고향을 사랑한다. 홍콩이 빨리 안녕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아이돌 가수들도 홍콩 시위를 진압하는 중국 경찰에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며 이같은 해시태그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레이를 비롯해 에프엑스(f(x))의 빅토리아, 우주소녀의 성소, 여자아이들의 우기, 갓세븐의 잭슨 등이 자신의 웨이보에 홍콩 경찰과 중국을 지지하는 사진이나 글을 올리자 누리꾼들은 ‘홍콩 경찰의 폭력 진압을 지지하고 있다’며 이들을 비판했다.

엑소 레이 인스타그램

앞서 중국 유명 연예인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지 않은 광고 브랜드들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들 브랜드가 홍콩과 대만을 '중국'에 함께 표기하지 않고, 따로 표기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배우 양미, 그룹 TFBOYS 멤버 이양천새, 세계적 모델 리우웬 등이 각기 광고 계약을 맺은 명품 브랜드들에 성명문을 올려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대부분 홍콩과 마카오 등을 중국이 아닌 별도 국가로 표기했다는 게 그 이유였으며 삼성전자, 캘빈클라인, 베르사체, 코치, 지방시, 아식스, 스와로브스키 등이 대상이었다.

중국 본토를 넘어 대만·홍콩 출신 멤버들까지 중국을 지지하고 나선 이유는 이들의 활동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홍콩이나 대만보다 중국 시장이 압도적으로 크고, 만약 제대로 입장 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활동이 어려워지는 등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화권 아이돌들의 홍콩경찰 지지선언. (사진=웨이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중국 시장을 의식한 입장 표명일 확률이 높다. 한국 아이돌 그룹에 속해 있어도 중국 개인활동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연예인 입장에서는 중국 이해관계에 반대되는 주장을 하면 중국 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으리라 본다”고 이야기했다.

중국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길도 마땅치 않다. 한류 중심인 케이팝 아이돌 그룹에 대한 주목도가 높고, 이제 침묵을 선택하기에는 사태가 너무 커진 탓이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찬성 말고 침묵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중국 연예인들의 활동은 자신이 선택한 정치적 입장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이럴 때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현지 팬들의 비난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알게 모르게 활동을 꺼리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중화권 멤버도 그런 검증과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설명했다.

중화권 아이돌들의 행보에 대중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예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반면, 막강한 파급력을 지닌 K팝 아이돌들이 일제히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게 옳은 것인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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