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그룹 자회사, 최근 완성차 모델 공개
-제조업 중심지 두고 태국과 각축전 예고

빈패스트.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베트남의 ‘삼성’ 빈그룹(Vingroup) 산하의 자동차브랜드 빈패스트(Vinfast)가 지난달 첫 양산형 자동차 모델인 파딜(Fadil)을 공개했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완성차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뿐만 아니라, 베트남 자동차 산업에 누구보다 긴장하고 있는 또 하나의 국가가 있다. 바로 태국이다.  

빈패스트의 첫 작품인 파딜의 ‘스펙’은 현지에서도 꽤 만족할 만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해치백이며, 가격은 1만6900달러(약 2000만 원)정도다. 이 밖에도 빈패스트는 2020년까지 전기차를 포함해서 12종의 자동차 모델을 선보인다. 북부 하이퐁에 위치한 335헥타르 규모의 생산시설에서 우선은 35억 달러(약 4조1000억 원)를 투자, 연간 25만 대의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은 2025년까지 생산 대수를 50만 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제조업 선도국가로 도약해가는 베트남

레 티 투 튀 빈패스트 회장은 최근 방콕에서의 한 연설에서 “(자동차 생산은) 중공업 분야로의 첫 진출”이라며 “일단 국내시장부터 공략한 후, 베트남을 제조업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아시아타임즈(AT)에 따르면 이는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태국 자동차 산업 관계자들에게 던지는 선전포고와도 같다. 자동차는 이미 태국의 효자 수출 상품이기 때문이다.

AT는 실제로 “베트남이 자체 차량 브랜드의 생산에 성공하자 태국 정부에서 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베트남은 불과 2년 전인 2017년 9월부터 자동차 제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올해 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5%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베트남은 6.7%에 해당한다. 1인당 GDP의 경우 태국은 7200달러(약 850만 원)인데 비해, 베트남은 아직 2600달러(약 307만 원)에 불과하지만 베트남의 주요 도시인 호찌민과 하노이 거주자들의 1인당 GDP는 6000달러(약 710만 원)로 태국의 1인당 GDP와 큰 차이가 없다.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1인당 GDP가 3000달러(약 354만 원)를 넘으면 신흥시장에 소비 ‘호황’이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베트남에는 9800만 명의 잠재 소비자가 있다. 이는 태국의 6900만 명을 압도한다. 게다가 태국의 소비자들은 이미 고령화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이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레 티 투 튀 회장은 “베트남은 자동차 소비의 중요한 전환점에 와 있다”며 “베트남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약 20대 정도로 자동차 보유율이 매우 낮으나 태국의 자동차 보유율은 이보다 10배는 더 높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태국의 자동차 시장은 베트남을 경계할 이유가 있다. 특히 베트남이 태국과 달리 유럽연합(EU)을 포함해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EU와 EU-베트남 자유무역협정(EVFTA) 체결로 자국산 자동차를 포함해 낮은 관세 혜택을 보게 됐다. 거기에다가 지난해 베트남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관세 철폐와 경제통합을 목표로 추진된 협력체제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ATPP)도 체결했다. CPATPP 체결 덕에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11개국에 수출되는 베트남 수출품은 관세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  긴장하는 태국 자동차업계

태국의 무역정책전략실은 최근 “태국 자동차 납품업체들은 다수의 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FTA와 낮은 인건비 혜택을 입고자 베트남으로 이전할 가능성에 대비해놓고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작년 태국은 384억 달러(약 45조 원) 상당의 자동차와 부품을 수출했다. 태국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 분야의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해당한다.

태국은 아세안을 단일시장으로 묶는 아세안무역협정(AFTA)과 호주와의 태-호 FTA(TAFTA)를 포함해 총 13개의 FTA를 체결해놓은 상태다. 

베트남 빈그룹의 팜 넛 브엉 회장. (사진=포브스)

태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자동차 산업을 육성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세계 12위의 자동차 제조 국가로서의 위상을 자랑한다. 도요타, 혼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독일과 일본 자동차 회사들 외에 미국의 포드와 쉐보레가 진출해 있다. 거기에다 2500곳이 넘는 부품 납품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물론 빈패스트가 태국을 누르고 베트남을 자동차 제조 중심국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 그렇지만 모기업인 빈그룹은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이고, 창업자인 팜 녓 브엉 회장은 67억 달러(약 8조 원)의 순자산을 자랑한다. 빈그룹은 주로 부동산 투자로 수입을 올리지만(2017년 기준 빈그룹 전체 매출은 40억 달러(약 4조7000억 원), 순이익은 2억 5400만 달러(약 3000억 원)였다), 작년 12월에는 베트남 최초의 스마트폰 제조 공장을 신설했고, 헬스케어와 소매 부문으로 사업 다각화도 추진 중이다. 
  
빈그룹은 특히 중국의 화웨이와 같이 베트남의 ‘국가대표 기업’을 육성하려는 베트남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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