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화웨이 배제놓고 고심 중
-중국은 옛일 끄집어내며 디즈니 ‘작심 비난’
-미국·중국 중국·인도 간 관계악화에서 비롯

인도의 한 화웨이 팝업스토어. (사진=CNN)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화웨이와 디즈니가 각각 무역전쟁 등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고전하고 있다. 사실상의 외교적 보복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도 정부는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구축을 위한 핵심 부품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배제할 것이라고 밝혀 중국과 인도 간 갈등이 한 층 더 격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에서는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가방 등 입장객의 소지품을 뒤진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별안간 중국 관영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 화웨이 배제 선언한 인도 정부

12일 인도 현지 언론 이코노믹스타임스는 바르티에어텔(에어텔)과 보다폰아이디어, 릴라이언스지오인포컴 등 인도 이동통신업체들이 5G 통신망 구축을 위한 핵심 부품에 화웨이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국가 안보 위협 우려가 있고, 미국의 제재 조치에 따른 잠재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선 화웨이 장비를 보이콧(배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인도 이동통신업체의 이같은 움직임은 중국 정부가 5G 통신망 구축 작업에 착수한 인도를 향해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지 말라고 압박한 후 나온 것이다. 6일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인도가 화웨이를 배제하면 인도 국내 기업이 역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인도 관계자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자 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면서 “핵심 부품이 아닌 다른 부품에 화웨이를 배치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 이동통신업체는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한다는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핵심 부품이 아닌 다른 부품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가격을 고려했을 때 화웨이를 마냥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기존의 화웨이 장비를 다른 업체의 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발생할 막대한 비용 부담이 눈에 밟힌다. 실제로 바르티에어텔과 보다폰아이디어는 특정 서비스 지역의 2G, 3G, 4G 통신망에 화웨이와 ZTE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인도가 현지 이동통신사와 함께 착수할 5G 시범 사업엔 화웨이를 비롯해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 ZTE 등 6개 기업이 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인도는 미국의 화웨이 배제 압력에도 여전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저울질만 할 뿐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인도 정부 일각과 업계에선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도 통신장비서비스수출진흥위원회(TEPC)는 지난해 말 정부에 통신, 철도, 국방 등 정부 관련 장비에 화웨이 등 중국산 통신장비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중국은 인도와 화웨이 문제 외 영토 분쟁 문제로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중국은 인도를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은 12일 베이징(北京)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을 만나 “양국 모두 국가 발전과 민족 부흥의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다”며 양국 간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인도를 다독여 우방으로 끌어들인 후 대외 역량을 미국 대응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디즈니랜드. (사진=디즈니)

◆ 중국은 디즈니에 별안간 총공세

한편,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가방 등 입장객의 소지품을 뒤진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중국 관영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소비자 권익을 침해했다는 게 이유이지만,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미국 기업 때리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한 대학생이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새삼 화제가 되면서부터다. 상하이 화동정법대 3학년인 왕모(21)씨은 지난 1월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찾았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디즈니랜드 측은 외부에서 구입한 간식을 문제 삼으며 입장을 불허했던 것이다. 이에 왕씨는 대부분의 간식을 버리고 가방 검사까지 받고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그는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3월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상대로 관련 규정 폐기 및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왕씨는 이 규정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만 적용되고, 미국과 프랑스 등 서구에는 존재하지 않아 차별적이라고 보았다. 디즈니랜드는 공중위생 유지를 위한 규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왕씨 측은 수익 극대화를 위한 상술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왕씨가 상하이 푸동신구 인민법원에 제기한 소송은 지난 4월부터 1심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중국 관영 언론들이 이 사건을 집중 보도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인민일보는 12일 ‘디즈니,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소비자 권익’이라는 제목의 논평까지 냈다. 인민일보는 “서구에 없는 규정으로 아시아 소비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며 “가방 검사는 소비자의 존엄성에 관련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계속되는 항의에도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고수하는 것은 위생보다 이익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며 “디즈니가 고집스럽게 소비자 권익의 대척점에 서 있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CCTV도 “음식 반입을 금지하고 가방을 수색하는 것은 갑질 조항”이라며 “이는 자율적인 경영권이 아니며 소비자 권익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거의 대부분의 관영 언론이 연일 디즈니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미·중 무역전쟁의 수위를 높이자 중국도 그 반작용으로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역전쟁 발발 이후 중국에 진출한 다수의 미국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지만,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지난 2016년 개장한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경우 탈(脫)중국이 불가능하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갑질 규정에 대한 지적인지 미국 기업 때리기인지 여부는 조만간 드러날 것”이라며 “디즈니랜드 보이콧으로 확산할 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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