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항공사 케세이퍼시픽이 위기를 맞았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최근 중국의 홍콩 '캐세이퍼시픽'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캐세이퍼시픽 직원들이 홍콩에서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캐세이퍼시픽을 '보이콧(불매)'하자는 목소리도 거세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캐세이퍼시픽의 한 직원이 홍콩 경찰의 항공편 탑승 개인정보 신상을 유출한 사실이 포착됐다. 글로벌타임즈에 따르면 이 직원은 해당 경찰의 중국 쓰촨성 청두행 탑승권 정보를 SNS 왓츠앱을 통해 공개하며 '더러운 경찰(黑警)'이라고 비난했다는 것이다. 이 직원은 해당 경찰에 대한 방해 공작을 펼쳐야 한다며 사람들을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케세이퍼시픽은 즉각 대응에 나섰고, 이 직원을 포함 2명이 즉각 해고되었다.

◆ 케세이퍼시픽 직원들의 도 넘은 일탈

이는 최근 홍콩내 시위가 몇 주 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중앙정부 지지를 얻고 있는 홍콩 경찰이 최루탄, 물대포 등으로 시위대를 진압한 데 따른 불만이 커진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지난 6월 9일부터 현재까지 홍콩 경찰 1200여명과 그들 가족들 전화번호·주소 등 개인 신상정보까지 유출되었다. 

중국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이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이번 사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심지어 캐세이퍼시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세이퍼시픽은 승객 신상 유출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하며 회사 차원에서 즉각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캐세이퍼시픽은 10일 홍콩 시위와 관련해 폭동 혐의를 받는 한명의 조종사를 비행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홍콩 경찰이 폭력 시위대 44명을 체포한 가운데 이 조종사는 당시 검거돼 폭동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조종사는 지난달 15일부터 아무런 비행업무도 수행되지 않았고, 30일부터는 업무 배치에서 아예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지난 5일 홍콩에 송환법 반대 시위 일환으로 대규모 총파업이 열렸을때 캐세이퍼시픽 직원 최소 2000명이 파업에 동참한 사실이 드러나며 중국 민심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다 최근 캐세이퍼시픽 웹사이트의 항공권 예약 국가 선택 항목에 홍콩·대만을 독립국가로 표기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논란은 더 커졌다. 중국은 그동안 '하나의 중국'을 내세워 전 세계 항공사에 대만·홍콩을 별개 국가로 표기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이밖에 캐세이퍼시픽 직원들이 영어와 광둥어를 할 줄 모르는 승객, 특히 중국 본토 승객을 차별하며 불친절하게 응대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홍콩에서 2019년 6월 9일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열렸다.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br>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열릴 당시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캐세이퍼시픽 "일국양제 지지" 강조 

논란이 커지자 캐세이퍼시픽은 8일 또 한 차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캐세이퍼시픽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그리고 홍콩이 중국의 일부분인 사실을 지지한다”며 “홍콩의 평화·안정을 해치는, 항공 안전에 영향을 주는 그 어떤 행동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직원들의 개인행동이 회사 전체를 대변하는 게 아님을 분명히 했다.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부당한 행위는 엄중히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명은 “홍콩은 일국양제와 기본법 아래 고도의 자치를 누리고 있음과 동시에 중국 발전과 긴밀히 연결돼 캐세이퍼시픽 발전에 많은 기회를 가져왔다”며 “홍콩과 중국 발전사업의 기회를 매우 소중히 여긴다”고도 했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현지 기업들은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정치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 캐세이퍼시픽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 홍콩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의 정치적 리스크가 커졌다고 9일 보도하기도 했다. 캐세이퍼시픽은 현재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 영향으로 올해 하반기 사업의 타격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시위 발발 이후 지난달 홍콩으로 들어오는 승객 수는 현저하게 감소했고, 예약에도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캐세이퍼시픽은 1946년 설립된 홍콩 최대 항공사이자 아시아의 대표 항공사 가운데 하나다. 한때 홍콩을 식민 지배했던 영국계 다국적 기업집단인 스와이어 그룹 계열 항공사다. 현재 중국 국영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도 대주주로 있다. 

한편 캐세이퍼시픽은 앞서 7일 실적보고서를 발표했다. 올 상반기 매출 535억4700만 홍콩달러(약 8조4000억 원), 순익 13억4700만 위안(약 2014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화물운송 매출이 감소한 반면, 여객운송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캐세이퍼시픽은 특히 홍콩의 정치적 불안 상황이 하반기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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