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령 카슈미르에 다시금 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사진=타임즈)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권이 무슬림이 다수인 카슈미르 지역(잠무 카슈미르)의 특별자치권을 폐지했다. 1954년부터 인정해 온 잠무 카슈미르의 자치권을 모디 정권이 폐지한 것은 이 지역을 인도 주류사회에 통합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미트 샤 인도 내무장관은  5일 의회에서 잠무 카슈미르주에 특별자치권을 부여하는 헌법 370조를 대통령령으로 폐지하며, 이는 즉각 발효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여당인 인도인민당(BJP)이 다수인 의회는 이에 즉각 찬성했다. 인도 헌법 370조는 국방·외교 등을 제외한 영역에서 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카슈미르 지역 무슬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인도령으로 남아 있게 만드는 핵심 조치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잠무 카슈미르주는 인도 연방 직할령(領)이 돼 중앙정부 통제를 받게 됐다. 헌법 370조가 1954년 대통령령으로 헌법에 포함됐기 때문에, 폐지도 대통령령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여당의 논리다.

◆ 카슈미르 분쟁은 무엇인가?

카슈미르는 지난 70년간 인도, 파키스탄 간 분쟁지역이었다. 1947년 영국의 식민 지배가 끝난 이후, 인도 반도는 힌두교 중심의 인도와 무슬림 중심의 파키스탄 두 나라로 분리 독립됐다. 당시 카슈미르는 무슬림 농민이 다수(77% 이상)였지만, 지배층은 힌두교도들이었다. 다수인 무슬림들은 파키스탄 편입 또는 독립을 원했으나, 힌두교도였던 카슈미르 지도자 하리 싱은 인도 편입을 결정했다. 이에 파키스탄이 힌두교도 지도자들에 대한 테러를 일으키면서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부터 2년간 전쟁을 치렀다.

1949년 유엔의 중재로 휴전하면서 파키스탄령 아자드 카슈미르,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로 분할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인도와 파키스탄은 1965년과 1971년 두 차례 더 전쟁을 벌이는 등 지금까지도 카슈미르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 헌법 370조의 철폐가 의미하는 바는?

카슈미르 주에 적용되는 헌법 370조는 폭넓은 자치권을 포함한다. 국방, 외교, 금융 등 국가 차원의 이슈를 제외하고는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자치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 독립 국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그리고 외지인에게 토지구매를 허용하지 않는 법안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 조항이 유명무실화될 위험에 처했다. 말인즉슨 카슈미르의 무실림들은 이제 기타 인도인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였던 헌법의 적용범위 내에 편입되었다는 뜻이다. 많은 카슈미르인들은 실제로 이 부분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지역 내 다수는 무슬림이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부쩍 강성화된 힌두와의 접촉에 부담감을 표하는 모양이다. 더군다나 이제 힌두인들이 카슈미르 내로 몰려와, 토지 및 자산구매에 열을 올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무슬림 다수의 인구분포에도 변화가 야기될 조짐이 보인다.

◆ 모디에게 의미하는 바는?

현 여당인 인도인민당은 그간 내내 헌법 370조의 철폐를 주장해왔다. 모든 헌법 조항이 카슈미르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4, 5월 진행된 총선에서, 인민당의 선거구호에는 늘 “370조는 없어져야 한다”가 빠지지 않았다. 모디 정부는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발판으로 임기를 5년 더 연장한 바 있는데, 말하자면 현재의 조치는 공약의 이행과정에 속한다. 전통적인 라이벌이었던 인도국민회의를 포함해 사마즈와디 당 등 일부 지역정당들이 반대의사를 펼쳤으나, 소수자에 속하는 정당들이 반발할수록 전체적으로는 여당 측에 유리한 정국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거기에다 니케이신문은 “현재의 조치는 모디 정부에게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전 인도 하원의 의장이자, 현재는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야쉬와트 싱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총선이 다시 열린다면, 모디와 인민당은 (하원 내 의석 수 기준으로) 라지브 간디 정권시절 세웠던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카슈미르 내에서의 반파키스탄 시위. (사진=다카트리뷴)

◆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파키스탄은 이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식 성명을 통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인도의 ‘불법 행위’를 저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인도 국무부 역시 성명을 통해 “카슈미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인도 정부에게는 해당 행위에 대해 “내부 문제”라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국무부 대변인 모르간 오르타거스는 이에 더해 “모든 상황을 종합해 (인도와 파키스탄의 실질국경인) 통제선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뉴욕을 본거지로 한 인권단체들 역시 성명을 냈다. 현지의 한 남아시아 담당연구원은 “인도 정부는 카슈미르의 안보를 유지할 책임이 있다”며, “시위자들을 포함한 모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역시 “역내 무슬림들의 처우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 인파 관계의 미래는?

과거 인도와 파키스탄은 세 차례 국지전을 펼친 바 있다. 그 중 두 차례가 카슈미르의 영유권을 둘러싼 전쟁으로, 현재까지 양자 간 관계에서 핵심 쟁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인도정부의 카슈미르에 대한 조차가 전쟁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뉴델리를 본거지로 한 국방전문가이자, 카슈미르 힌두 출신인 A.K 달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경제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인도와 또 다른 전쟁을 벌일 여력이 없다”며, “그러나 국경 지대에서의 소규모 도발과 국지전은 언제고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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