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물산 주가하락이 삼성家 이익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을 수 있다" 판결
삼성, 이재용 이익위해 의도적으로 매수청구가 낮춘 셈…이 부회장 지배구조 '흔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데일리비즈온 이동훈 기자] 법원이 삼성물산의 주식이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강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낮춰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통합당시 5만7천원으로 책정됐던 합병 1주당 주식매수청구가를 6만6천원으로 올리라고 판결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경영권강화를 위해 삼성물산의 합병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한 점을 인정한 판결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은 오너일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면 편법이나 반도덕적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판결에서 다시 한번 입증됐다.

서울고법 민사35부(윤종구 부장판사)는 삼성물산 측이 합병시 제시한 주식매수가가 너무 낮으니 매수가를 올리라고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법원이 1심의 결정을 뒤엎고 옛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일성신약과 소액주주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특히 고법은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됐고 삼성가(家)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을 수 있다는 의심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판시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엘리엇 , “2015년 2월 동종업계 중 삼성물산 주식만 내렸다”

엘리엇은 지난해 6월 18일 삼성물산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동종 건설업계 중 가장 견조한 실적을 보이며 주가 역시 견조한 흐름을 보였지만 같은해 2월 동종 건설 업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유독 삼성물산만 주가가 내렸다는 점에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제일모직의 상장 발표 직후 삼성물산 주가가 급락한 점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축소경영에 나서며 매출, 이익, 수주 등을 부정적 방향으로 관리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제일모직이 지나친 고평가를 받았다는 주장도 함께 담았다. 합병 발표 직후 제일모직의 주가이익률(P/E)은 코스피지수 대비 120배에 달했는데 이는 패션, 건설, 레저, 식음 사업 등 제일모직이 영위하고 있는 각 업종들의 주가이익률을 크게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최고경영자(CEO)가 축소경영을 통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내렸다며 "삼성 오너 일가가 억지 합병을 추진해 삼성물산 주주들에 약 7조8천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당시 합병 반대론자들도 "양사 합병은 지배권 승계를 원활히 하려는 목적"이라며 "오너 일가가 순환출자 형태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유지하고, 순환출자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물산 측은 "주가는 시장의 종합 평가가 반영된 객관적 가치이며 합병비율이 주가를 따르는 건 법에 명확히 규정된 것일뿐만 아니라 따르라는 명령"이라고 반박했다.

지배구조엔 어떤 영향 미칠까?

현재 삼성그룹은 이번 고법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2심의 결정이 굳어질시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도 크나큰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해 9월 1일 자로 합병을 완료했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양사 합병에 따라 이재용을 중심축으로한 삼성그룹의 재편 작업도 가속화됐다.

당시 양사의 합병성사 조건 중 하나가 주식매수 청구규모가 1조5000억원을 초과할 경우 합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당사자들에게 주식을 일정금액으로 사달라고 요구하는 권한이다. 이 행사가격이 5만7234원으로 결정됐다.

증권가에 따르면, 당시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가치만 따져도 12조원이 넘고 부동산까지 더하면 자산가치가 30조원에 육박했다. 이 합병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라도 굳이 주식매수를 청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편법을 이용해 적은돈으로 삼성물산의 주식을 인수해 경영권을 승계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통합삼성물산은 또하나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의 지분을 19.3%, 삼성전자 4.1%, 삼성바이오로직스 51.2%, 삼성SDS 17.1%를 보유하게 됐다. 통합이전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23.2%를 가지고 있었다. 총수일가지분은 42.2%였다. 통합이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식을 1대 0.3으로 바꿔 총수일가 지분은 30%를 넘게 되고 이재용 부회장은 16.5%를 보유하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을 정점으로 기존의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시킨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차질이 발생했다. 고법의 결정대로 삼성물산의 주가가 6만6천원 결정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이 낮아져 그룹 지배구조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삼성도 그룹차원에서 대법원에 항소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고법의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해 재항고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