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와 UNIST 공동연구팀, 독사 어금니 착안
-고분자 약물 피부에 전달하는 패치 고안
-주사 바늘 상처 달고 사는 당뇨 환자에게 희소식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주사바늘을 통해 주입하던 약물이 피부에 붙이는 패치로도 전달이 가능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슐린 주사를 평생 투여해야하는 당뇨 환자나 주사바늘을 무서워하는 환자들에겐 희소식이다.
1일 숭실대 전기공학부 배원규 교수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정훈의 교수 공동연구팀은 “독사의 어금니를 본떠 고분자 약물 등을 피부 안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액상약물 전달패치를 고안해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현지시간으로 이날 국제 의공학 저널 ‘사이언스 트랜스레이션 메디슨’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약효가 있는 고분자 물질은 각질 등 피부의 보호막을 뚫고 들어가지 못한다. 이는 피부에 바르는 비타민제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1853년 프랑스 외과의사 샤를 가브리엘 프라바즈는 피스톤과 속이 빈 바늘이 달린 도구를 발명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실린지 주사기라는 도구가 현재까지 보편적인 약물 투여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프라이즈는 주사기라는 아이디어를 독사의 어금니를 보고 영감 받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배원규 교수 연구팀도 독사의 어금니에서 영감 받았는데 프라바즈와는 다르게 아이디어를 얻어낸 것이다.
프라바즈가 영감을 얻은 앞 어금니 독사는 머리에 실린지와 같은 펌프 구조가 있어 무는 순간 압력으로 독을 밀어 넣는 방식으로 적을 공격한다. 이와 달리 배 교수 연구팀의 뒷 어금니 독사는 독을 밀어넣는 압력기관이 없이도 단 몇 초 만에 먹이의 피부 안쪽으로 독을 전달했다.
이를 유심히 살펴보니 어금니에 미세한 홈이 있어 무는 순간 먹이의 피부 표면에 미세한 홈을 만들고 이 홈을 따라 모세관 현상으로 외부의 압력 없이도 독이 침투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를 주목한 연구팀은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어금니 구조 모사체 100여개를 배열한 엄지손톱 크기의 우표형 약물 전달패치를 만들었다.
이를 슈퍼컴퓨터로 유체 시뮬레이션을 해보자 머리카락 굵기의 두 배만한 어금니 구조 모사체 하나하나가 실린지 주사기처럼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에 실험용 쥐(마우스)와 실험용 설치류(기니피그) 살갗에 패치를 부착해 5초 만에 백신이나 유효 약물이 전달되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각질을 통한 약물 전달은 160여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난제였지만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자연모사공학으로 해결의 길을 열었다”며 “약물 전달 패치는 치매 치료제나 당뇨환자용 인슐린 등 다양한 고분자 약물을 안전하게 피부에 전달하거나 히알루론산이나 비타민 에이, 천연물질 등을 바늘 없이 피부에 흡수되도록 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