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장 비이성적인 대응

일본 불매운동을 나쁘게 볼 이유도 없다. (사진=무료배포이미지)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자 판결에 반발해 경제보복을 감행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보복의 문제점을 파헤쳐야 할 언론이 ‘차분하고 이성적인’ 등의 수사로 상황의 본질을 희석하는 점이 아쉽다.

본질을 희석시킨다는 말은 우리 국익에 반하는 ‘어깃장’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게 경제보복에 대응하고 있다. WTO에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한편, 일본과는 지속적으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중재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히려 비이성적인 태도로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일본이다. 그러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응은 일본 쪽을 바라보며 외쳐야 한다. 왜 앵무새처럼 우리 정부와 국민을 향해 떠드는가.

일본 ‘불매운동’ 또한 시기적절하다. 물론 정부 측에서 대놓고 불매운동을 조장할 수야 없다. 그러니 민간 차원에서 아베 정부의 발밑에 타격을 주겠다는 구상은 매우 훌륭했다. 여행 자제 등의 움직임이 일본의 지방정부 측에 타격을 주고 있으니 아베는 전 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민간 차원의 불매운동을 정부 차원에서 대놓고 저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우리는 최선의 대응을 한 셈이다. 외교의 기본이 되는 ‘팃포탯’의 정석이기도 하다. 

실제로 모 언론에서 개재한 '일 계산된 홀대 말려들지 말고 냉정하게 대처해야'라는 사설은 기가 막히다. “이번 홀대 행위도 의도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흥분하면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며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득이 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이쯤되면 그놈의 ‘냉정하고 차분하게’는 곧 이성적인 일본은 이상향이며, 따라서 우리 국민들은 '감정적'이며 따라서 열등하다는 프레임을 주입하려는 의도인가 싶다.

아베의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대외정책은 더 이상 말하면 입만 아프다. 따지고 보면 아베를 이렇게 비이성적으로 만든 것은 이전 한국의 무능한 대일 외교정책 때문이 아닌가싶다. 말인즉슨, 외교의 근간인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확실히 적용하지 않은 탓이며, 바꾸어 말하면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일본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결과다. 팃포탯과 협력이론에 의하면 상대방이 우리에게 해를 입힌만큼, 우리도 반사적으로 상대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그렇게 상대방의 피로도를 누적시키고, 또 우리의 반격의지를 각인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양 측의 우호관계로 이어진다. 상대방이 우리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관념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 이론대로라면 우리가 이성적이면, 결국 상대도 이성적으로 변한다. 그러니 상대가 수십 년간 비이성적이었다는 것은 우리도 결국 비이성적이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차분하고 이성적으로’는 우리를 가장 비이성적인 길로 인도하는 최악의 여론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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