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벌어지는 서브웨이의 갑질 논란
-기업의 운영방식을 되짚어보아야

서브웨이 매장. (사진=서브웨이)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서브웨이도 갑질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의 가맹점주들이 본사로부터 부당한 횡포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의 갑질 논란이라고 굳이 특별할 것은 없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특정제품 사용을 강요하거나, 매장관리 명목으로 무리한 인테리어 공사 등을 요구하는 일 자체는 사실 생각보다는 흔한 일이다. 본사의 요구에 따르지 않는 경우엔 폐점 조치까지 감행하는 등 제재가 가해지기도 한다. 말하자면 한국과 미국의 업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6월 뉴욕타임스(NYT)는 ‘서브웨이가 너무 비대해졌다. 가맹점주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본사 매장관리 직원들이 수명을 다한 전구 하나, 본사 규격에 안맞는 세제 사용 등 작은 것들을 이유로 부당한 가맹해지를 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북부의 한 번화가에서 20여 년간 서브웨이를 운영해온 가맹점주 마노지 트리파티 씨는 자신이 “서브웨이 본사에 미움을 사서 보복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할 정도의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서브웨이 측은 2017년부터 갑자기 매장관리 및 검사 목적으로 매달 지역매니저를 매장에 파견하기 시작했다. 유리문에 지문이 묻어있다거나, 화장실에 본사 지정제품이 아닌 다른 비누가 비치돼 있다는 식의 트집이 뒤따랐다. 샌드위치의 재료가 너무 두껍게 썰렸다는 핀잔도 들었다. 벌점이 쌓이면 본사는 가맹해지를 통보하고 가게를 접수할 수 있었기에 불안감은 날로 커져갔다.

같은 해 9월, 본사 직원은 트리파티 씨의 매장에서 전구 하나가 나가 교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리파티 씨는 바로 인근 마트에 가서 전구를 사 교체했지만 벌점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 같은 '갑질'이 근 1년 동안 반복되었다. 결국 그는 가맹해지 통보를 받고 멀쩡한 가게를 빼앗기고 말았다. 

NYT는 당시 매장 관리를 담당했던 직원을 만나 인터뷰를 들을 수 있었다. 레베카 허슬러라는 이름의 이 매니저는 신문에 본사의 지시로 일부러 트집을 잡은 것이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이어 “나는 그 사람들을 망치는 일을 부여 받았다. 나는 사실상 암살자나 마찬가지였다”고 고백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한 서브웨이 가맹점주가 부당하게 벌점이 누적돼 가맹해지를 당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을 넣기도 했다. 지적 대상이 된 것은 냉장고 위의 먼지, 재료 부족, 본사 지정제품 아닌 국내 세제 사용 등이었다. 특히 한국 본사의 경우, 불만이 있으면 미국 중재위원회에 직접 와서 소명하라고 해명은 부분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최근 10년간 가장 성공적인 프렌차이즈로 간주되던 서브웨이의 갑질. 그들의 성공의 이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서브웨이의 에그마요 메뉴. (사진=서브웨이)
서브웨이. (사진=서브웨이)

◆ 서브웨이의 놀라운 성공 이면에는

서브웨이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 4만240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등 세계 최대의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매출액으로 꼽자면 맥도날드, 얌 브랜드(KFC, 피자헛, 타코벨 등을 소유), 버거킹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매장 수로만 따지자면 맥도날드(약 3만6500여 개)나 스타벅스(약 2만9300여 개)도 뛰어넘는다. 그 중 미국에만 2만4000여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한국에서도 가파르게 매장 수를 늘리고 있는데, 최근 몇 년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맥도날드의 매장 수를 곧 추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서브웨이가 이렇게 점포를 빠르게, 많이 늘릴 수 있었던 것에는 비결이 있다. 직영이나 전문 업체에게 운영을 맡기는 비중이 높은 맥도날드나 스타벅스와는 달리, 대부분 개인에게 가맹점을 내줬기 때문이다. 서브웨이를 미국에서 창업하는 데 드는 초기비용은 단돈 1만5000달러로, 맥도날드의 4만5000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대신 서브웨이는 점포가 올리는 매출의 8%가량를 수수료로 납부한다. 이 같은 시스템은 지난 반세기 동안 매우 잘 운영되어 왔다.

서브웨이의 기업가치는 123억 달러까지 치솟았고, 한 때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이민자에게는 성공의 발판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거기에 서브웨이의 친환경, 친소비자적인 이미지가 더해졌다. 정크푸드와 비만의 상징이 되어버린 맥도날드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천연재료를 사용하고 직원들을 존중하며 공정무역을 지향하는 새로운 소비방식의 전도사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현재에는 이 같은 이미지가 한국에서도 주효하고 있는 셈이다.

서브웨이의 창업자인 프레데릭 드루카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 이유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그가 구현해낸 자수성가한 사람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1965년 서브웨이 공동소유자인 피터 벅은 아버지의 친구에게서 빌린 1000달러로 코네티컷에 첫 번째 식당을 열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17살이었다. 고객 앞에서 주문받는 즉시 만드는 샌드위치라는 개념은 즉각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1974년에 이미 미국에 16개의 판매 지점을 보유하게 되자 드루카와 벅은 식당을 프랜차이즈화 하기로 결심한다.

프레드 드루카. (사진=서브웨이)

드루카 회장은 서브웨이의 운영 방식 그대로, 소규모 사업자들의 선두에 서서 항상 자기 ‘가족’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을 어필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규모 사업을 가로막는 법규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티비나 라디오 출연에도 거리낌 없이 나섰다. 2013년 2월 27일에는 CNBC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한탄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사업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늘 새로운 규제가 생기고 있거든요. 기업, 특히 작은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만약 제가 지금 이 시대에 창업했다면 서브웨이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이에 전업작가인 찰스 라이트 밀스은 그의 글 ‘화이트칼라: 미국의 중산층’에서 드루카 회장은 “용감하고 과감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그는 드루카 회장을 일컬어 “미국 영세 사업자들의 물질적인 번영에 기여하고 있으며, 자본주의 유토피아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서브웨이의 운영비 역시 경쟁업체에 비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서브웨이 내에는 튀김기계나 넓은 주방, 제빙기, 음료용 음수대 등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정이 조금 다른 모양이다) 토스터기 한 대, 재료들을 진열하기 위한 진열대와 음료수를 보관하기 위한 냉장고 한 대면 충분하다. 그래서 서브웨이 매장은 경쟁업체에 비해 점포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다.

수수료 8% (KFC와 피자헛의 경우는 11%) 역시 언뜻 보아서는 합리적인 재투자로 이어지는 것 같다. 본사는 로열티를 받고 상표광고를 하며, 빵을 해동하고 굽는 13가지 단계, 매장 정돈 상태, 집기, 위생규정, 가격정책 등 본사에서 요구하는 규정을 각각의 가맹점들이 세심하게 지키는지 감독관을 보내 확인한다.

그러나 가맹점주의 시각은 다소 미묘하다. 한 업주는 회사와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결정은 그들 몫이고 우리는 그걸 따를 뿐입니다.” 또 다른 업주는 한술 더 떠 “만일 서브웨이의 개발팀에 알리지 않고 무언가를 바꾸면 큰 문제가 생깁니다”라고 말했다.

◆ 서브웨이의 위기

문제는 2015년부터 불거졌다. 프레드 델루카가 사망하며 경영권 혼란이 빚어졌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경영진은 아동 성범죄에 연루되기도 했다. 건강한 소비 등 긍정적인 이미지가 퇴색한 것도 이 때가 시작이었다.

퀴즈노스 등 라이벌 업체들도 기지개를 피기 시작했으며, 맥도날드와 웬디스 등 기존의 강자들은 저가 공세를 펼치며 서브웨이의 아성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자리를 물려받은 수잔 그레코는 이듬해부터 회사의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이에 2016년에는 처음으로 폐점 수가 신규점 수를 넘어섰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정리하려는 목적이었을 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트리파티 씨의 가게처럼 수익이 잘 나오는 점포도 곧 희생양이 됐다. 

거기에도 이유가 있다. 서브웨이는 미국을 100여개 지역으로 나눠서 관리한다. 지역마다 사무소가 있고 여기에 소속된 직원들은 스스로가 서브웨이 점포를 운영하기도 한다. 매니저이자 점주이기도 한 직원이 다른 가맹점주의 가게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필연적인 문제를 낳기 마련이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부 직원들이 멀쩡히 운영 중인 다른 가게의 트집을 잡아 본인 가게의 경쟁자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잘 되는 가게를 인수해서 자신의 주머니를 불리기 경우도 흔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이 점포를 소유해야 점주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정책으로 이 운영방식을 고수해 왔을 테지만, 이해충돌의 위험까지는 막지 못했다. 이 문제는 곧 부메랑이 되어 버렸다.

2017년에는 이 같은 문제가 공론화돼 소송까지 벌어졌다. 웨스트버지니아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서브웨이 매장 3곳 중 2곳이 서브웨이 매니저가 소유한 점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기존에 다른 점주들이 멀쩡히 운영하던 점포를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서브웨이가 점포간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거리를 두고 가맹점을 내주는 '거리 제한 기준' 등도 적용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확장에만 매진한 것도 이러한 사태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델루카가 자신의 꿈인 미국 내 5만개 점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문제는 서브웨이가 비상장사여서 오너일가에 의해 은밀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회사의 실적과 자금 흐름 추적도 맥도날드 같은 업체들보다 어려워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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