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보잉 737맥스. (사진=보잉)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보잉 737맥스8 기종의 잇따른 추락으로 촉발된 운항중단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보잉에 대한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는 보잉의 위기가 미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지시간으로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이날 보잉의 신용등급을 종전의 'A2'로 동결했으나, 등급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제시했다. 이날 앞서 피치도 보잉의 신용등급을 무디스와 같은 수준인 'A'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머잖아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보잉 주가는 1% 하락했다. 보잉은 다우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4%로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기업 중 가장 높기 때문에 보잉 주가가 요동칠 경우 다우지수 전체가 출렁일 수 있다. 이에 무디스는 성명에서 “운항중단 전과 비교해 회사의 재정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면서 “재정이나 명성에서 보잉이 받게 될 궁극적 여파의 해법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피치는 보잉의 가장 인기 기종인 737맥스의 운항중단이 앞으로 몇년 동안 회사의 영업이익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잉은 737맥스8 기종이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에 두 건의 추락 사고를 내면서 궁지에 몰렸다. 이 사고로 346명이 목숨을 잃었고, 전 세계적으로 737맥스의 운항이 중단됐다. 보잉은 추락과 연관된 것으로 파악되는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지만, 운행 재개가 언제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잉의 운항중단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미국 경제가 둔화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보잉과 거래하는 항공사, 보잉에 부품을 제공하는 현지 납품업체, 일자리가 보잉 위기의 영향권에 있다는 설명이다. 또 보잉의 항공기 수출 물량이 줄어 미국의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안전성 우려로 737맥스 인도를 중단한 보잉은 생산량을 월 42대로 줄였다. 4월의 52대에서 20% 가까이 축소한 것이다. 지난 5월엔 미국의 내구재 수주가 전월대비 1.3% 감소한 데는 여객기 수주가 줄어든 이유가 컸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지난주 올해 여객 수송 계획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메리칸 항공은 올해 2분기 7800편의 항공편을 취소해 1억8500만 달러의 수익 감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내 최대 국내항송사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올해 40대 이상의 737맥스 기종을 도입해 운영하려는 계획이었으나 최근 이를 중단한 바 있다. 사우스웨스트 역시 50여명의 신규 조종사에 대한 초기 훈련을 연기했고 50여명의 기장 승진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항공의 경우 737맥스 기종을 운항해온 400여명의 조종사들이 부분 급여을 받거나 강제 휴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37맥스 엔진을 공급해온 GE의 경우 2분기에 3억달러(350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보잉사 주가가 전광판에 표시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여파는 오는 26일 발표를 앞둔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에도 반영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잉의 생산량 감소가 미국 성장률을 약 0.1%포인트 끌어내렸을 것으로 봤다. WSJ 사전조사에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연율 2% 성장해 1분기의 3.1%에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내구재 수요는 시장 예상보다 더 큰 폭인 전월 대비 1.3% 감소했다. 특히 5월 항공기 수주는 지난 4월에 비해 28.2%나 감소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여객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줄어들었다.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 감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워드 매카시는 "보잉 사태는 이미 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J.P모건도 보잉 사태로 인해 미 경제성장률이 0.1%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WSJ는 위기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고량을 조절하기 위해 보잉이 생산을 더 줄일 경우 보잉과 거래하는 납품업체들이 위기에 대응해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보잉은 737맥스의 인도 재개를 희망하지만 일부 당국자나 항공사들은 올해 안에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애널리스트들은 연말 보잉의 항공기 재고가 300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