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앞두고 연이은 악재
-실적 악화에 취약한 비즈니스 모델...우버 전철 밟을라
-여기에 오너리스크 더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아담 노이만 위워크 CEO. (사진=위워크)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제 2의 우버를 꿈꾸는 글로벌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의 기업공개(IPO) 흥행에 먹구름이 끼었다. 실적 부진에 시장은 위워크의 비즈니스 모델에 신뢰를 보내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담 노이만(Adam Neumann) 창업자 겸 CEO가 주식 매각과 대출을 통해 7억 달러(약 8200억 원)를 현금화해 시장에 연이은 의구심을 던져주고 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외신은 노이만 대표가 자신이 보유한 지분 매각과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로 7억 달러를 현금화했다고 보도했다. IPO를 앞둔 기업의 창립자가 이런 규모로 현금화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물론 노이만이 처음은 아니다. 스냅챗 창업자 에반 스피겔과 슬랙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도 IPO 전에 각각 2800만 달러와 320만 달러를 현금화한 바 있다. 하지만 규모 면에서 노이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노이만은 현금화한 자본을 부동산과 스타트업 등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자금을 투자할 자신의 운용사를 설립했고, 금융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이만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CNBC 방송에 출연한 예일대 제프리 손네필드 교수는 “노이만의 행동은 저커버그와 일론 머스크를 연상시킨다”며 “하지만 위워크는 페이스북과 테슬라와 같은 기술 기반 기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 성장성 한계 봉착했나

위워크는 올 하반기 뉴욕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470억 달러(약 55조 원)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이 문제다. 지난해 1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적자도 19억 달러다. 매출과 적자 모두 2017년 대비 약 두 배 증가했다.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3월까지 매 시간 21만9000달러(약 2억6000만 원)를 손해 본 셈이다.
 
위워크는 올해 매출 목표를 30억 달러(약 3조5350억 원)로 잡았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선릉 3호점과 홍대점 등을 잇달아 여는 등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익성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위워크는 지난 1분기에만 7억 달러(약 8250억 원)를 손해 봤다. 

이를 두고 지난 5월 실적발표 후 노이만은 “돈을 적게 번 것이 아니라 새 사업에 투자하느라 손실을 냈다”고 설명했다. 아티 민슨 최고재무책임자(CFO)도 "투자 때문에 손실이 나는 것이다. 돈을 잃는 것과 투자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위워크의 모회사 위컴퍼니는 같은 달 약 29억 달러(약 3조4170억 원)를 투자해 글로벌 부동산 플랫폼인 ‘아크(ARK)’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이 지난달 기업공개(IPO) 한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를 의식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우버는 상장 이전 80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지난해 3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좋지 못했다. 우버는 IPO 직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최악의 IPO’라는 오명을 썼다. 

위워크 사무공간. (사진=위워크)

◆ 위워크도 오너리스크 불똥 튀나

실제 위워크의 최대 투자자로 알려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도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난해 말 투자금액을 당초 16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줄였다. 미국 증권가에서도 위워크의 기업가치를 이전보다 낮게 평가하는 '다운 라운드'를 단행했다. 위워크의 혁신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도 위워크가 크게 세 가지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대·임차 수요 간 장단기 균형 문제와 경제 불황기 사업의 안정성, 그리고 위워크를 기술 기업과 부동산 회사의 경계에 있는 정체성 문제가 그것이다. 

오는 31일에는 애널리스트 데이가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 위워크가 시장의 의구심을 얼마나 걷어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의 예상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이번 노이만 CEO의 주식 매각 논란과 같이, 오너리스크가 회사의 성장세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해부터 위워크는 직원의 의사와 상관없이 '고기 없는 회사'를 선언하며, 고기가 들어간 음식에 대해서 비용 처리를 해주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직원에게 식사를 제공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채식을 강요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다만 창업자 개인의 가치를 강제하고, 직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비판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앞서 구글 역시 본사 내 2개 식당이 매주 월요일을 '고기 안 먹는 날'로 정했지만 직원들의 항의로 결국 철회한 바 있다. 라즐로 복 전 구글 인사담당 부사장은 "사람들은 선택권을 빼앗기는 걸 싫어한다"며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기에 올해 초 노이만이 자신이 소유한 건물을 다시 자신의 회사인 위워크에게 임대해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불을 붙였다. 유력 외신들에 따르면 노이만은 맨해튼 등지에서 여러 건물에 투자해 지배적인 소유권을 얻은 후 이를 위워크에게 장기임대하고 있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16~2017년 동안 위워크는 1200만 달러(약 140억 원)의 임대료를 노이만에게 지불한 상태이며, 남은 임대기간동안 1억1000만 달러를 더 지불해야 한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CEO와 회사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통 기업은 임원이 회사 건물을 소유해 다시 회사에 임대하는 것을 금지한다. 임대료가 턱없이 높거나 평소라면 임대하지 않았을 건물을 임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워크 대변인은 해당 계약과 관련해 이미 이사회와 위원회의 승인을 받았고, 투자자들에게 공개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문제는 노이만이 위워크의 최대주주로서 의결권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워크의 '위'는 영어로 '우리(We)'를 뜻한다. 그러나 여러 매체에서 지적한대로 최근 노이만의 행보는 '아이워크(IWORK)'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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