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 거성' 측정법 발표
기존 상수와 3파전 양상
우주학 근본 변화 올 수도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최근 10년 동안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지에 대해 두 가지 견해가 팽팽하게 맞섰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으로 우주팽창계수인 ‘허블 상수’를 측정했지만, 차이를 해소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러나 새 허블 상수는 우주의 근본적인 특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16일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한 논문에서 시카고 대학의 웬디 프리드먼 (Wendy Freedman) 교수 연구팀은 ‘적색 거성’(red giant)을 이용하여 측정한 허블 상수를 발표했다.

허블 망원경에서 관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새로운 허블 상수는 69.8 메가파섹(megaparsec, 69.8km/sec/Mpc)이다. 1파섹은 326만 광년 거리에 해당한다.

이 측정치는 일정한 간격으로 진동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사용해서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아담 리스(Adam Riess)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74파섹 보다는 작다.

프리드먼 교수팀이 측정한 적색 거성들(노란 원)과 그들이 위치한 은하. credit : NASA, ESA, W. Freedman (University of Chicago), ESO, and the Digitized Sky Survey
프리드먼 교수팀이 측정한 적색 거성들(노란 원)과 그들이 위치한 은하. credit : NASA, ESA, W. Freedman (University of Chicago), ESO, and the Digitized Sky Survey

그러나 지난 10년동안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은 플랑크 위성이 관측한 빅뱅의 유물인 우주 배경복사(CMB)를 이용해서 허블 상수를 별도로 측정했다. 유럽우주국은 허블 상수를 67.8 파섹으로 계산했다.

67.8과 74의 차이는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두 가지 측정법이 모두 개선되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해졌다. 그래서 이론가들은 이 같은 차이가 암흑 에너지와 암흑물질을 인정하고 수립한 ΛCDM이라는 우주론의 표준 이론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이날 발표된 프리드먼 교수의 ‘적색 거성 측정법’은 ‘세페이드 변광성 측정법’과 ‘우주배경복사 측정법’ 사이의 차이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새 허블 상수가 기존의 두 허블 상수 중간에 있기 때문에 논쟁을 해결하지 못했다.

허블 상수의 차이가 해결되지 않으면, 암흑 물질의 본질에 관한 일부 기본 이론들이 틀릴 수 있다. "근본적인 물리학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프리드먼은 네이처(Nature)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을 비롯한 몇몇 천체물리학자들은 1920년대에 대부분의 은하가 우리 은하(Milky Way)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을수록 더 빨리 멀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주팽창의 속도와 거리 사이의 비율은 허블 상수로 알려지게 되었다.

허블이 처음 추정한 허블 상수는 500메가파섹이었지만,  측정 기법이 개선됨에 따라 천문학자들은 허블 상수를 하향 조정했다.

여러 연구가 예측과 관측의 불일치를 지적함에 따라, 과학자들은 우주의 기초 물리학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고안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프리드먼은 "허블 상수는 우주의 규모, 크기, 나이를 결정하는 우주학의 중요한 변수으로, 우주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계량화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우리가 이전에 보았던 불일치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 새로운 증거가 현재의 우주 모델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고 확신할 이유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적색 거성 Camelopardalis가 헬륨 섬광으로 발전하는 모습. credit : Image courtesy of ESA/NASA
적색 거성 Camelopardalis가 헬륨 섬광으로 발전하는 모습. credit : Image courtesy of ESA/NASA

그러나 천문학자들은 이같은 불일치에 대한 원인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프리드먼 박사는 "별들에 대해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측면으로부터 이 불일치가 오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우주모델이 아직 불완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아니면 둘 다 개선되어야 할 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적색 거성'은 별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난다. 태양이 지금부터 수십억 년 후에 거쳐야 할 진화의 단계이다. 적색 거성은 어느 시점에서 '헬륨 섬광'(helium flash)이라는 재앙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온도가 약 1억 도까지 올랐다가 결국 붕괴한다. 천문학자들은 이 단계에서 다른 은하의 적색 거성들의 겉보기 밝기를 측정할 수 있으며, 이것을 거리측정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프리드먼은 "세페이드 측정법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 측정법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적색 거성법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플랑크 위성 측정치와 더 밀접하게 나타나지만 그렇다고 세페이드 측정법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어 보인다.

웬디 프리드먼 교수. credit : UChicago Creative
웬디 프리드먼 교수. credit : UChicago Creative

2020년대 중반에 발사될 예정인 NASA의 WFIRST 우주망원경은 허블 상수의 값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것이다.  WFIRST는 허블망원경과 같은 해상도를 가지고 있지만 우주를 100배 더 크게 볼 수 있다.

적색 거성은 세페이드보다 더 흔하며, 별들이 서로 잘 분리되어 있고 먼지가 문제가 되지 않는 은하계의 주변 지역에서 발견하기 쉽다. 적색 거성의 밝기는 매우 다양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측정하기가 더 용이하다.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진 점 구름처럼 보이는 적석 거성의 그 가장자리에 있는 별들은 우주 나이를 측정하는 표준 양초 역할을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