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참의원 선거
-공적연금·소비세율 쟁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ytn)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일본의 수출규제가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고 간주한다. 애초에 수출규제가 참의원 선거(상원의원 선거)의 공식 선거전이 시작한 날 발효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오는 21일 예정돼 있는 참의원 선거 승리가 간절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마지막 절규라는 해석도 무리는 아니다. 개헌과 소비세율 인상, 공적 연금 등 주요 쟁점에서 유권자들의 눈을 돌리게 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아베의 의도는 실패로 돌아갔다고 보아도 좋을 듯 하다. 어느덧 막바지로 접어든 선거전에서는 '수출 규제'보다 '연금'이 화두로 비춰지는 모양새다.

◆ 일본 열도 뒤흔든 2000만 엔

일본 집권당인 자유민주당 소속인 마루카와 다마요 후보는 지난 16일 도쿄에서 열린 참의원 선거 관련 개인 연설회에서 고령화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호(介護·환자나 노약자 등을 곁에서 돌보는 것) 대책 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현 내각을 지지해야 기존 고령화 대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내각의 고령화·경제 정책에 대해 맹렬히 비판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가 “2000만 엔(약 2억1800만 원)이 없어도 안심하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논란으로 불거진 ‘2000만 엔 스캔들’을 비꼰 것이다. 

2000만 엔 스캔들은 95세까지 생존할 경우 노후 자금으로 개인 저축 2000만 엔이 필요하다는 전망을 말한다. 일본 금융청이 공개한 경제 보고서에 담긴 이 내용은 일본 열도에 충격을 안겼다. ‘노후는 개인의 몫’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공적연금제도의 이점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가 밝힌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100세 안심’이라는 슬로건으로 연금 개혁을 추진해온 아베 내각의 경제 대책과도 대치되는 부분이다.

아베 역시 이번 노후자금 보고서 논란에도 격노했다. 최근 약 6년 반 동안의 경제 성장 실적을 강조하면서 “정책에 연금을 늘릴 수 있다. 튼튼한 연금 재정을 만들기 위해 강한 경제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연금은 후생연금(厚生年金)과 국민연금(国民年金) 등 두 가지로 나뉜다. 후생연금은 근로자로서 소득 기준으로 부금하는 형태여서 한국의 국민연금 개념이다. 국민연금은 한국의 기초노령연금과 비슷하다.

후생연금은 일주일에 30시간 이상 근로하는 경우 급여에서 자동으로 차감된다. 2018년 기준 납세율은 9.15%다. 고용주도 직원 급여의 18.3%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부담이 적지 않다. 국민연금도 59세 이하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간 높은 세율을 감당하면서도 세금을 부담해온 납세자들의 분노가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본이 전 세계에서 초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데다 저축률이 저조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수년째 기준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에 머무르면서 20%에 달했던 일본의 가계 저축률은 최근 몇 년간 3~4%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20대 인구 10명 중 6명은 아예 저축을 하지 못한다는 통계도 나온다. 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불안감이 번지자 아베 총리는 “오해와 불안을 야기하는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며 즉각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지금부터 모아도 2000만 엔 모으기는 어렵다”는 자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본 도쿄도(東京都) 주오(中央)구의 참의원 선거 후보자 게시판. (사진=연합뉴스(

◆ 연금문제는 아베의 아킬레스 건

연금은 아베 총리에게 악몽과도 같은 키워드다. 지난 2007년 이른바 '사라진 연금' 사건으로 정권을 내주는 아픔을 겪은 탓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5000만 건에 달하는 국민연금 납부기록을 분실해 공분을 샀다. 연금 가입 기록을 정리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수천 명의 연금 수급 권리가 소멸된 것이다. 연금 수혜자들인 노년층이 투표에 적극 나서면서 집권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여권에서는 이번 스캔들로 인해 제1기 아베 내각을 몰락시켰던 ‘사라진 연금’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아베 총리가 성난 민심을 발빠르게 수습하고 나선 것도 실각에 대한 초조함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아베 내각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아베 내각은 지난 1월에도 부정 통계 사건으로 한 차례 몸살을 앓았다. 후생노동성이 지난 15년간 근로통계의 데이터를 조작해온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근로통계는 종업원의 급여 추이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임금과 초과근무 수당, 노동시간 등을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 정책의 근간이 되는 만큼 충격이 적지 않았다. 당시 아베 내각은 통계 부정 문제를 '제2의 사라진 연금'으로 규정,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했다.

특히 노후 자금 논란을 야기했던 이번 금융청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주요 문구가 삭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을 속였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초안에는 '중장기적으로 연금 급부 수준에 대해 실질적인 저하가 예상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가 최종안에서 삭제됐다는 것이다. 

◆ 소비세율 인상은 또 다른 변수

유권자의 표심을 가르는 또 다른 쟁점은 아베 총리가 추진한 소비세율 인상이다. 여당은 증세에 찬성, 야당은 반대하는 가운데 일본은 오는 10월1일부터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0%로 올리는 인상안을 지난달 확정했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은 인상에 대한 반감이 강한 상황이다. 16일 발표된 산케이신문·FNN 합동 조사에서는 반대가 55.3%로 지난번 조사보다 2.2%p 늘었다. 찬성은 40.6%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소비세율 인상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저번 조사보다 1%포인트(p) 증가한 52%로 집계됐다.

日 선거유세 청중들이 아베 등장에 "물러나라"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아베 정권에서 더 이상 (소비세율을) 올리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향후 10년 정도 동안은 올릴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참의원선거에는 소비세율 인상에 대한 국민투표적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5일 삿포로시에서 진행된 아베 총리의 가두연설에서 ‘물러나라’고 소리치는 남성을 제복 차림의 경찰 여러 명이 둘러싸 밖으로 끌어낸 일이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증세 반대 등을 외쳤던 여성도 사복 차림의 경찰관 몇몇에 둘러싸여 연설 현장에서 배제됐다.

경찰 측은 "트러블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비 전문가 등은 "과잉"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 소셜미디어에서 퍼지며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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