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 여성 배아세포 변형 발표
‘생식세포 계열’ 위험성 지적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러시아 분자생물학자 데니스 리브리코프(Denis Rebrikov)가 유전자 변형 배아를 여성들에게 이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데 대해, 많은 과학자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고 네이처(Nature) 저널이 지난 6월 10일 보도했다.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쌍둥이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을 때 국제적인 비난이 일어났다.

리브리코프는 에이즈를 걸리게 하는 HIV를 활성화시키는 CCR5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런 면에서는 허젠쿠이와 같은 방향이지만, 허젠쿠이가 아버지로부터 나온 배아에 있는 CCR5 유전자를 변형시킨데 비해, 리브리코프는 HIV에 감염된 여성 배아에 있는 CCR5유전자를 변형시킬 계획이다.

많은 유전학자들은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HIV를 물려줄 위험은 미미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브리코프는 러시아 최대 불임 클리닉인 쿨라코프(Kulakov) 산부인과 연구소와 피로고프(Pirogov)국립 연구 의학 대학 연구원이다.

유전자 편집기술을 인간 배아에 이용하는데 대한 반대가 거세다. credit : Pixabay
유전자 편집기술을 인간 배아에 이용하는데 대한 반대가 거세다. credit : Pixabay

그러나 리브리코프가 사용하려는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 박사는 "기술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놀랍지는 않지만 매우 실망스럽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의 인간 게놈 편집 윤리거버넌스 정책을 만들고 있는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알타 차로(Alta Charo) 연구원 역시 리브리코프의 계획은 유전자편집기술의 윤리적 이용이 아니라고 말한다.

리브리코프는 지난해 자신이 편집장인 RSMU 불리틴( Bulletin of the RSMU)에 실린 논문에서 자신의 기술은 CCR5 유전자를 50% 이상 비활성화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논문 검토자와 편집자들은 논문 저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심사했기 때문에 이 저널에 게재하는 것은 이해의 충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제니퍼 다우드나는 그 결과들에 대해 회의적이다. "내가 본 자료는 DNA 수리가 작동하는 방식을 통제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편집은 유전자가 제대로 비활성화되지 않았음을 의미할 수 있고, 따라서 세포는 여전히 HIV에 접근할 수 있다. 혹은 변이된 유전자가 전혀 다르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기능할 수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치료는 계획대로 진행돼 CCR5 유전자가 모두 비활성화 된다 하더라도, 아기들이 HIV에 감염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CCR5에 의해 암호화된 세포 표면 단백질은 HIV 감염경로의 90%로 추정되지만, 그것을 제거해도 다른 HIV 감염 경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변이되지 않은 CCR5 유전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혜택을 제공할 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가 독감에 따른 주요 합병증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를 제공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HIV 감염에 대한 CCR5의 역할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만 다른 영향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알지 못한다.

유전자 편집 배아를 이식하는 것은 많은 나라에서 금지되어 있다. 러시아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유전 공학을 금지하는 법을 갖고 있지만 배아 유전자 편집과 관련된 조항과 시행에 대한 내용은 불분명하다.

2017년 여러 국가의 규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의 '보조 생식'에 대한 규정은 확실하게 유전자 편집을 지칭하지 않는다. 중국 역시 2003년 인간 배아를 유전적으로 수정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이 금지 조치에 따른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리브리코프는 이번 실험으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보건부를 포함한 3개 정부기관의 승인을 먼저 받을 계획이다. 이 과정이 한 달에서 두 해가 걸릴 수 있다.

유전자를 편집한 배아가 세계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아기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면 그 영향이 미래 세대에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생식세포 계열'(germ line)을 바꾸는 것으로 알려진 광범위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연구자들은 유전자 편집 기술이 언젠가는 낫세포 빈혈과 낭포성 섬유증과 같은 유전적 질병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인간의 변화에 이용되기 전에 훨씬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학자들과 윤리학자들은 유전자 편집 외에도 피임약이나 HIV의 모성 전염을 막기 위한 약물 등 합리적인 대안도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허젠쿠이가 유전자 아기를 태어나게 했다는 발표가 있은 후, 많은 과학자들은 생식선 편집에 대한 국제적인 모라토리엄을 다시 요구했다. 모라토리엄이 선언되지는 않았지만, 세계보건기구, 미국 국립과학원, 영국 왕립학회와 저명한 단체들은 인간 게놈 편집의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사용을 중단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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