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모리 대학,중국계 교수 부부 쫓아내
중국계 과학자들 불안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미국 에모리 대학(Emory University)의 중국계 미국인 교수 2명이 미국 정부로부터 연방보조금을 받으면서 중국의 연구자금과 중국 대학 업무를 공개하지 않아 해고됐다고 사이언스(Science)와 야후 파이낸스(Yahoo Finance) 등이 최근 보도했다.

이는 미국국립보건원(NIH)이 두 과학자의 해외 연결고리에 대한 우려를 담은 편지를 에모리 대학에 보낸 데 따른 조치이다.

에모리 대학이 연구원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이들이 부부사이인 리샤오장(Li Xiao-Jiang) 교수와 리시화(Li Shihua)라고 보도했다. 두 연구원은 둘 다 에모리 대학에서에서 20년 이상 일한 중국계 미국인이다.

두 사람은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해서 돼지와 원숭이를 만드는 연구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2018년 3월 헌팅턴 병을 연구하는데 사용될 유전자 변형돼지에 대한 논문을 셀(Cell)에 공동저자로 올려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 대학과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발단

리샤오장이 교수로 있는 중국 지난 대학(Jinan University)은 이 연구가 NIH 보조금 뿐 아니라 중국 정부 및 중국 지방정부 지방 기금에 의해 후원된다고 밝혔다. 리샤오장 교수는 2018년 회계연도에 4개의 NIH 어워드 자금 형태로 170만 달러 이상을 받았다.

에모리 대학. credit : Wikipedia
에모리 의대.  credit : Wikipedia

에모리 대학은 내부 조사를 통해  NIH 보조금 지급의 핵심 인력으로 지목된 교수 2명이 외국의 연구 자금 출처와 중국 내 연구 기관과 대학에 대한 업무 범위를 완전히 공개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에모리는 23일 성명에서 "에모리는 이 정보를 국립보건원과 공유했으며 교수들은 더 이상 에모리 대학에 취업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2005년 이후 에모리 대학에서 일한 리샤오장 교수의 해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리 교수는 11명의 연구원이 있는 실험실도 운영하고 있다.

리샤오장은 1980년대 후반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귀화했다. 2007년부터 중국 대학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았다. 중국은 첨단산업과 신흥학문을 강화하기 위해 2010년 해외인재 유치 프로그램(Thousands Talents Program)을 추진해서 8,000명 이상의 과학자를 유치했다.

리샤오장 교수 역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야후 파이낸스는 리샤오장 교수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조사를 촉발시켰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외국의 불분명한 자금 지원을 받는 과학자들에 대한 관계를 끊고 있다. 이번 사례는 이같은 이유로 연구원을 추방한 두 번째로 공개된 사례이다.

앤더슨 암 센터도 중국계 3명 추방

지난 달에도 텍사스 주 휴스턴에 있는 MD 앤더슨 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가 3명의 고위 연구원을 쫓아냈다. 국립보건원은 앤더슨 암센터에 '이들은 외국 기관과의 관계에 대한 공개와 피어리뷰의 신뢰성을 포함한 국립보건원의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편지를 보냈다.

이 세 연구원은 국립보건원이 편지에서 언급한 5명중에 포함됐으며 모두 다 중국계 미국인이다. 국립보건원은 ‘조사 중인 모든 과학자들이 중국계는 아니지만, 중국의 인재유치프로그램이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다.

국립보건원은 지난해 8월부터 외국 특히 중국이 미국 연방정부의 연구비를 부당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담은 편지를 1만여 개 연구기관에 보내고 있다.

공중에서 본 에모리 대학 전경 credit : Wikipedia
공중에서 본 에모리 대학 전경 credit : Wikipedia

미국 연방기금 수령자들은 다른 나라로부터 자금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보조금 신청을 외국 정부와 공유하는지 등을 공개해야 한다. 이 편지를 받아 최소 55개 기관이 NIH 자금 지원과 관련된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에모리 대학은 그러나 성명에서 “에모리 대학은 아이디어와 연구의 자유로운 교환과 전세계 연구자들과의 협력에 헌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5G, 유전자편집기술 등 핵심 과학기술 분야에서 두 나라의 긴장관계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최근 상황은 미국 내 중국 과학기술인들 사이에 불안감을 높여준다.

중국이나 중국계 미국인 과학자들로 구성된 여러 단체는 지난 3월 사이언스에 서한을 발표하면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학생들과 학자들을 위협으로 몰아내는 최근의 정치적 언행과 정책은 미국의 국익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 중 24%가 외국 태생의 과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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