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는 상황 고착될 가능성 높아
-분권화 원한다면 중남미 사례 참고해야
-대안시장으로 중남미 가치에 주목

유영식 단국대학교 교수. (사진=이재경 기자)

[데일리비즈온 이은광·이재경 기자] 유영식 단국대학교 교수는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학계의 인사가 대부분의 인생과 시간을 상아탑에서 천착하는 경향이 있다면, 그는 필드에서 잔다리를 밟아 온 ‘현장형’ 연구자에 가깝다.

그는 1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이론과 현장 모두를 접해봤다는 강점이 있다”고 자평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을 선도하고 발전시키기 보다는, 현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업계의 빠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그의 전문 분야인 중남미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미중 무역전쟁이나 아베의 경제보복 등 시급한 이슈에 다소 밀리는 감이 있지만, 중남미 역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손색없는 시장임에는 이견이 없다. 이에 본지 기자들이 궁금한 것은 전부 물어봤다. 

(上)편에서 이어집니다 ▶ [인터뷰] 유영식 교수가 짚어본 ‘중남미 근황’ (上)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나라가 사실상 둘로 갈라졌습니다. 정국은 교착상태로 보이는데요, 어떻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시나요?

두 개의 정부라고들 말하지만, 사실 베네수엘라 케이스를 두 개의 정부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제사회의 시각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겠지요. 과이도의 독립정부는 현재 54개국의 승인을 받은 상태입니다.

베네수엘라 국내 세력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야권은 이례적으로 똘똘 뭉쳐 단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상이몽의 가능성도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여권을 상대로 무력 사용에는 소극적인 입장입니다.

군은 마두로에 대한 충성확인을 받아놓은 상태입니다. 여기에 쿠바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합니다. 쿠바에서 5000명의 정보요원이 베네수엘라에 파견되었거든요. 베네수엘라 내에 쿠바 군이 4만 명 이상 주둔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군이 함부로 현 정권에 배반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다 하류충은 정부보조금을 통해 연명하고 있지요. 현 정권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해외탈출을 시작하였고요. 해외탈출파 그리고 보조금파로 나눌 수 있겠는데, 양 집단의 조직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해외세력은 미중러 3국에 쿠바를 포함한 중남미 국가들, 국제기구까지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얼마 전에 트럼프도 베네수엘라는 굉장히 복잡한 상황이라. 해결이 쉽지 않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반 마두로 세력을 규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무역이나 금융을 봉쇄하고 있기도 하고요. 반면 중국은 금융지원을 통해 경제적 이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군수지원 쪽에서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쿠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베네수엘라는 쿠바의 돈줄입니다. 차베스 시절부터 원유를 쿠바에 저가에 공급했습니다. 쿠바는 베네수엘라에 대금을 상환하는 대신 의료 교육자를 파견하는 식으로 거래를 해왔습니다.

중남미 여러 국가들은 차베스 시대의 수혜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국제기구는 대개 민주주의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마두로의 불인정 표결을 통해 과이도 정부를 인정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굉장히 복잡한 상황입니다. 

한편 출구전망에 대해서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하는 시나리오입니다. 다만 가능성 자체는 매우 낮습니다. 중남미 국가에 대해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했던 것은 1989년 파나마 침공이 마지막입니다. 파나마는 인구나 영토 면에서 미미합니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이라크의 배가 넘는 영토를 자랑합니다. 군 병력만 13만에 달합니다. 거기에 조직폭력단, 친정부 민병대까지 있어서 군사적 개입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과이도 입장에서도 기대할 구석이 있기는 합니다. 헌법 187조를 이용해 해외 거주 베네수엘라 군을 들여오거나 주변국의 군대를 동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의회에서 인정해주는 방안입니다. 하지만 주변국이 개입할 경우 난민 처리 등으로 국경긴장이 고조될 위험이 있습니다. 가능성은 중간 정도입니다.

두 번째는 대미협상을 통해 마두로를 퇴진시키는 방법입니다. 마두로가 경제봉쇄 및 경제난에 굴복하고, 공정선거를 약속하며 퇴진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들의 이권을 포기해야한다는 조건까지 달려 있어 이 경우도 가능성 자체는 아주 낮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쿠데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자생적인 쿠데타를 말합니다. 민중이나 군의 이반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것도 민중 시위확산이 동력이 되어야 하는데 쿠바의 정보요원이나 군인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합의에 의한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이들의 이해를 보장시키면서 포스트 마두로가 등장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쿠바와 러시아는 이권을 포기해야 합니다. 고도의 외교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능성은 중간 정도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가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개 정부의 대결구도가 장기화되는 경우입니다. 마두로와 과이도의 대결이 고착되면서, 인도주의적 물자지원으로 타국의 개입범위가 한정됩니다. 이 경우 2025년에 대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려면 외부세력의 대결구도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현실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AFP가 최근 과이도가 바베이도스에서 마두로와 대화를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마두로 역시 대화는 하겠다고 응답했지만, 대화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마두로의 시간 끌기에 가깝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유영식 교수. (사진=이재경 기자)

중남미 난민문제 또한 중요합니다. 관심은 대체로 미국-멕시코 간 국경문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만. 각국의 역학관계나 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떻습니까?

난민과 불법이민 사이의 용어정리가 필요합니다. 정치적 난민과 생계형 불법이민을 구분하기에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집단을 구분해서 파악할 필요는 있습니다. 중남미 난민의 경우는 치안과 고용의 불안정에서 발생합니다. 멕시코를 거쳐 미국을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다.

중남미 난민은 우선 역사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60년대에 케네디가 발전동맹을 제안한 바 있지요. 쿠바에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공산주의가 중남미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정책입니다. 중미지역의 경제발전을 촉진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면 공산주의 확산을 저지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도 상당히 많은 지원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케네디가 암살되고 베트남 전쟁이 실패하면서, 예산 압박에 중단되었습니다.

그 이후 마샬플랜을 통해 60~~80년대 캐리비안 베이싱 이니셔티브(CBI)라는 것이 도입되었습니다. 이들 국가에 무역특혜를 주자는 것이겠지요. 중남미의 봉제산업이 이로 인해 크게 발달되었습니다. 그러나 90년대의 나프타를 통해 이 산업이 타격을 입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2000년대 들어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의 FTA를 통해 카리브 연안의 무역특혜정책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미지역의 봉제 산업이 와해되기 시작했지요. 2010년대 들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며 산업 기반이 중국 혹은 동남아로 이동했습니다. 자연히 중미지역의 경제상황은 악화되었습니다. 멕시코뿐만 아니라 중미의 많은 지역의 노동자가 계절노동자나 불법이민자로 전락했습니다. 그들이 월급을 본국에 송금하겠지요. 자연히 국가 경제가 송금경제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중미 국가들은 가뜩이나 내수 상황도 안 좋은데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입니다. 말하자면 자국민들의 국외 탈출은 최악의 경제위기와 마약문제, 치안문제, 쿠데타 위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메르코수르라는 경제협력기구가 있지만 대체로 관심이 크지 않습니다. 국내 산업계가 마주하는 평가는 어떠합니까?

메르코수르(MERCOSUR·Mercado Comun del Sur)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등 남미 5개국이 관세 등 무역장벽을 전면 철폐해 1995년 출범한 남미공동시장입니다.

한국과 메르코수르가 추진 중인 TA는 자유무역협정(FTA)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통상조약입니다. 발효 때엔 남미지역 인구의 70%, 국내총생산(GDP)의 76%에 달하는 거대 신흥시장과의 자유무역이 가능합니다.

최근 인하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메르코수르 TA 체결 시 우리나라 수출은 약 24억 달러, 수입은 12억6000만 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 및 부품, 전자부품, 철강 등입니다. 수입은 옥수수, 가죽제품, 석유화학제품, 잎담배 등 농산물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됩니다.

메르코수르는 역내 국가들 외에는 이스라엘, 이집트와만 FTA를 체결한 상태입니다. 유럽연합(EU)과는 1999년 개시 후 중단됐던 TA 협상을 최근 재개하여 20년 만에 최종 타결된 바 있습니다.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듯 보입니다. 캐나다와는 지난 3월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한-메르코수르 TA가 체결될 경우 우리로선 현재 77% 수준인 글로벌 FTA 네트워크를 80%로 늘리며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겠습니다. 메르코수르로서는 한국 시장은 물론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에 선제 대응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에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이 절실한 만큼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을 통해 최근 감소 추세에 있는 남미 교역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중남미 4개국 태평양동맹(PA) 준회원국 가입’ 협상도 조만간 개시해야 합니다.

준회원국 가입을 통해 ‘한-멕시코 간 자유무역협정 체결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중남미 통상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경제영토를 확대할 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중인 유영식 교수. (사진=이재경 기자)

일각에서는 한국의 분권화 모델을 연구하는데 라틴아메리카의 사례를 참고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이 상대적으로 연방주의와 분권화가 성숙했다는 이유입니다. 그 이유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지방분권화를 연구함에 있어서 선진국의 이론과 경험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왔습니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지방분권화 추진 과정과 환경이 선진국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양한 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 또한 이견이 없습니다. 이에 한국과 유사한 환경에서 유사한 과정을 거쳐 분권화를 추진한 중남미의 사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중남미국가들은 1970년대까지 대체로 국가주도형의 경제발전을 추구해왔습니다. 따라서 재정은 중앙집권형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멕시코나 아르헨티나와 같은 국가들은 헌법상 연방형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주/도 와 그 산하 지방정부(시)의 재정 자율성은 극히 제약되었습니다.

강력한 집권주의 전통을 갖고 있는 국가들이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면서 여러 가지 이유와 경로를 통하여 분권화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한국도 30여년에 걸쳐 중앙집권적으로 재정이 운영되었으나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을 거쳐 1990년대부터 분권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남미국가들과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이 아직도 개발도상국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보다 한발 앞서 분권화를 실시한 개발도상국들인 중남미국가들의 분권화 추진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남미 지역에서는 지방정부의 주민에 대한 책임성 부족, 방만한 지방재정 운용, 지방정부 예산제약의 구속력 약화 및 지방정부의 채무 불이행 등 한국에서 분권화를 추진하면서 우려하였던 문제들이 대부분 현실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정책과제가 되고 있는 바, 그 원인과 각국의 대응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분권화를 실시한 중남미 국가들의 지방분권화 추진 사례를 분권화 추진과정, 재정분권화 현황과 문제점, 지방채 위기와 예산제약의 견고성, 지방채 정책 등에 대한 검토와 사례 분석을 통해서 한국에 대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데일리비즈온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에 이어, 미-중 무역 분쟁의 장기화 그리고 일본까지 가세한 대한국 경제보복 조치 등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중남미는 한국의 거대한 수출 시장이자 전 세계 에너지·광물·식량 자원의 요충지입니다. 한국은 중남미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써 FTA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2003년 2월 우리나라가 최초로 체결한 ‘한-칠레 FTA’는 발효 6년 만에 양국 교역 규모를 18억불에서 73억불로 4배 이상 증가시킨 성공적인 협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에 2011년 8월 ‘한-페루 FTA’, 2016년 7월 ‘한-콜롬비아 FTA’를 발효시켰습니다. 2017년 3월에는 중미 5개국(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파나마, 코스타리카)과의 ‘한- 중미 FTA’가 체결되어 현재 파나마를 제외한 중미 4개국이 국내 비준절차를 완료한 바 있습니다. 한국 국회에서도 비준동의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중남미지역은 한국과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가진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이 지역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서 한국의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원 확보와 수출 시장 다변화의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중남미국가와의 경제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데일리비즈온이 중남미를 특집으로 정치, 경제, 이민문제 등 주요 주제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양한 뉴스를 전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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