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화에 미아예방 활동까지
새벽부터 나와 외래어종 퇴치도
애국가는 4절까지 애국심 투철
‘세종호수 공원 지킴이’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우리나라의 행정을 이끄는 세종정부청사는 세종호수가 있어서 더욱 아름답다. 세종정부청사를 품에 안 듯 둘러싼 세종호수는 세종시의 대표적인 자랑꺼리이다.

거의 매일 이 세종호수를 자기 집처럼 아끼면서 혹시 더러워질까봐서 혹은 불량 물고기들이 호수를 어지럽게 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어른들이 계시다. 바로 세종호수 지킴이이다. 

이들의 호수사랑 이야기는 눈물겹도록 다양하다. 세종호수 지킴이를 처음 만든 분은 윤광웅 1대 회장. 올해 나이가 벌써 78세지만, 거의 매일 지킴이 사무실로 나와서 함께 어울린다. 

“제가 거제도 출신이에요. 매일 바다를 보며 살았지 않습니까. 2013년 10월에 세종시에 와서 보니 바다 닮은 호수가 보이는 거에요. 눈물 날 정도로 기뻤습니다.”

세종호수 지킴이 임원단.
세종호수 지킴이 임원단. 왼쪽부터 최해필 3대 회장, 윤광웅 1대 회장, 고상덕 부회장 부부, 위세환 2대 회장.


거제도에서 고교까지 나오고 시인이면서 서울대 사범대학을 졸업한 김기호 교장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대학에서 식품생물공학을 전공한 윤광웅 회장은 파주 농촌지도소, 농산물검사소, 축협중앙회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호수에서 파라다이스를 본다

이렇게 50년을 경기지방에서 돌다가 아들이 사는 세종시로 처음 왔는데, 그렇게도 그리운 바다 닮은 호수가 보이는 것이었다. 호수에 나와 보니 너무너무 좋았다. 김광섭 시인의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노래는 바로 윤 회장을 위해 나온 곡일 것이다. 

“아침에 산책 나오면 새소리, 물소리가 들리고 소나무 향기가 좋아서 반했어요.” 얼마나 좋은지 표현할 말이 없어서 “세종호수와 결혼했다”고 밖에.

이 좋은 호수를 위한 모임이 왜 없을까 하던 차에 2014년 호수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당연히 한 걸음에 달려 갔다. 그리고 그 정성과 사랑과 뜨거운 가슴에 감명 받은 회원들은 윤 회장을 초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윤광웅 초대 회장
윤광웅 초대 회장

정관에 회칙도 만들고 그저 나와서 풀 뽑고 휴지를 줍는 환경정화사업을 시작했다. 세종호수의 물고기들을 괴롭히는 외래종 물고기 퇴치 사업도 시작했다. 창립총회를 열고 회장단을 구성하고 남녀 부회장 뽑고 총무를 선출했다. 

회원들의 열성에 감동 먹은 세종시에서는 창고로 사용하던 작은 건물 중 하나를 지킴이 사무실로 내 줬다.
현재 세종호수 지킴이 회원은 모두 64명이다. 회원 대부분은 정년퇴직한 분들이고, 일부 가족은 50대 중후반이다. 남녀비율은 반반.

호수 주변 휴지를 줍는 환경정화활동을 벌이면서 외래어종 퇴치 활동도 하고,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엄마 아빠 따라오는 내방객 중 미아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해서 미아예방명찰을 달아준다. 

64명 회원이 거의 매일 나와 봉사

지킴이 활동은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로 구분해서 오전반 오후반이 교대로 나온다. 가장 부지런한 봉사활동은 외래어종 퇴치활동이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 새벽 3시에 15명이 모여 4시부터 토종 물고기를 괴롭히는 블루길, 배스 등 난폭하고 덩치 큰 외래어종을 잡는 활동을 벌인다.
  
봉사단원이 많다보니 지킴이는 몇 개 팀으로 나뉘었다. 수요팀은 문학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가끔 다른 지방 나들이도 떠나는데 30여명이 모여 일산 호수로 견학도 다녀왔다. 세종시내 탐방에 천문대연구소 방문과 캠핑장 순회 같은 친선활동도 펼치고 있다.

모든 회원들의 호수 사랑은 똑같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1대 윤 회장의 호수마음은 서정이 넘친다. 윤 회장은 호수를 보면 “마음은 천상에서 온 것 같다.”고 한다.

봉사단원.
봉사단원.

호수는 그의 행복이다. 저녁 소나무에 달린 달이 호수에 잠겨있는 모습을 설명하면서 “천당같다, 지상의 파라다이스요, 에덴의 동쪽”이라는 표현이 쏟아져 나올 정도이다. 

인간의 수명연장에 대한 확신이 강한 윤 회장은 “500년을 살면서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바라는 그의 충심은 애국가 중에서도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랑하세’라는 표현이 들어간 4절을 가장 좋아한다. 윤 회장의 영향으로 세종호수 지킴이들은 애국가는 4절을 다 부른다. 

노년의 봉사는 혜택받는 것

지킴이의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3대 최해필 회장은 올해로 72세의 만만하지 않은 나이를 자랑한다. 작년 11월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공직생활 38년을 마치고 서울에서 살던 최해필 회장 역시 공무원인 아들 손주들을 돌보러 세종시로 내려왔다.

친구들을 다 떨어뜨리고 뒤늦게 자리잡은 곳에서 마음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았다. 주민센터에 가서 온갖 교양강좌에 문화활동에 참여했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동네 경로당에서 맹자서당을 열어 한문을 가르치다가 앞자리에서 배우던 초대 윤 회장을 만나 지킴이활동에 합류했다.

최해필 3대 회장
최해필 3대 회장

 


정년퇴직한 노년의 기쁨과 관심사는 아무래도 건강이 많다. 또래들끼리 만나서는 치매예방법이나 건강유지법, 몸에 좋은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최 회장은 “자기가 돈 모아서 호수 만들면 얼마나 비용이 많이 드느냐. 세종호수 지킴이는 공짜로 호수를 내 것처럼 이용하는 아주 좋은 활동”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원봉사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 가끔 회원들에게 잔소리를 한다. 나이 많다고 인사를 받기만 하지 말기, 반말하지 말기 등 서로 동등한 마음가짐을 갖도록 유도한다. 한마디로 “자원봉사 하는 것 자체가 수혜자인데 자기 목소리를 내면 되겠느냐”는 방침을 강조한다.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는 고상덕 회원은 아마 열성으로 치면 누구 못지 않다. 호수를 아름답게 가꾸고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5년째 월수금토일 5일을 지킴이 사무실로 출근한다. 환경정화, 미아예방 명찰 달아주기에 외래어 퇴치활동과 환경정화까지 그가 세종호수에 쏟는 시간은 일주일에 50시간이 넘을 정도이다. 

부부금슬 좋아 “365일이 짧다”

37년간 교직생활을 마친 고 부회장은 봉사활동 못지 않게 너무나 부부금슬이 좋기로 모든 세종시에 소문이 좍 퍼졌다. 

‘부부간에 정이 있으면 칼끝 같은 침대도 넓어 보인다’, ‘금슬 있게 산다면 365일이 길겠느냐?’는 명언은 체험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일 것이다.

고 부회장은 사병으로 근무할 때 군무원인 아내를 만났다. 부인 역시 사랑을 위해서 한 달 만에 사표를 던졌다. 두 사람은 “부부간에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뢰와 정직은 고 부회장의 자랑이다. 군수사령부에서 근무할 때는 ‘한 목숨 초개와 같이 조국을 위해 바치겠노라’ 다짐하면서 ‘아름다운 산하를 젊은이들의 피로 물들이지 않겠노라’ 되뇌었다. 

고상덕 부회장 부부
고상덕 부회장 부부

사병이면서도 부정을 반대하는 결기로 선임하사로 설득했을 정도로 그의 충직한 신뢰는 부부금슬로 보답을 받고 있다. “제자들이 달아주는 카네이션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스승의 날 행사 때는 일부러 피했다”고 한다.

세종시 중심에 위치한 세종호수 공원은 세종시 및 인근 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행사와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주민들의 산책코스로도 좋지만 공연행사가 아주 다양하다. 주말에는 거의 매일 공연이 자리잡혀있다. 올 6월 한달에만 21회 프로그램이 무대에 올려졌다. 

세종호수 공원은 호수를 중심으로 5개 테마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책로 8.8km와 자전거도로 4.7km가 깔려있어서 주민의 심신과 안정을 회복할 수 있다. 다양한 꽃과 나무가 계절별로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한다. 

공원 전체 면적은 69만7,246㎡(21만1천평)이며 이 중 물에 잠긴 호수 면적은  32만2,800㎡(9만8천평)이나 된다. 평균 수심은 1.5m이다. 건축물이 5동이고 분수 4개가 가동중이다.

이곳에는 수상무대섬, 축제섬, 물놀이섬, 물꽃섬, 습지섬 등 5개 테마섬이 있다. 수상무대섬에 있는 공연장은 금강 조약돌 모양을 본 뜬 것으로서 672석 규모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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