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일본 수출규제 영향 이슈 보고서 내놔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 10곳 중 6곳, 규제 6개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평가

[데일리비즈온 심은혜 기자] 일본이 지난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의 한국 수출과 기술이전 규제를 발표했다. 양국 간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는 이유다. 이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이하 한은 해외연구소)는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 및 영향에 대한 이슈보고서를 발간하며 한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했다. 

한은 해외연구소는 기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규제가 장기화 되면 한국의 반도체 등 IT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외환 및 외국무역법’에 근거해 3개 품목을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서 개별심사 대상으로 전환했다. 해당 품목은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불산(Hydrogen Fluoride, HF), 폴리이미드(Polyimide, PI)로,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서 개별 수출 심사 대상으로 전환됐다. 

(자료=무역협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자료=무역협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한국의 품목별 일본 수입 비중(2018)은 포토레지스트 93.2%, 폴리이미드 필름 84.5%, 불산 41.9% 순으로 일본 의존도가 높다. 해당 품목들은 지난 4일부터 개별 심사가 진행됐으며, 심사는 최대 90일이 소요(일반적으로 20~30일)되어 한국기업의 소재 조달이 지연되고 최악의 경우 일본 정부의 허가를 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는 일본기업 대체가 어렵지만, 불산과 폴리이미드는 일정 부분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노광 공정에 사용되며, 차세대 노광기술인 EUV(극자외선(Extreme UV))용 포토레지스트는 일본기업 대체가 어렵다. 포토레지스트는 광원의 파장 길이에 따라 KrF(불화크립톤, 248nm(나노미터)), ArF(불화아르곤, 193nm), EUV(13.5nm) 등으로 분류하며 파장이 짧을수록 미세화에 유리하다. 

이번 규제 대상은 EUV 포토레지스트다. 일본의 세계 포토레지스트 점유율은 90%로, EUV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의 독과점 구조다. 한국의 주력제품은 KrF(3D 낸드)이며 ArF(D램)는 개발했으나 EUV 포토레지스트는 생산하지 못했다. 

불산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세정·식각공정에 사용되며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70%로 높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일본의 불산 수출 일시중단 등으로 인해 대안을 모색해왔다. 한국기업은 저순도 불산을 생산하거나 일본에서 원료를 수입해 정제하는 구조로, 반도체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산은 일본 의존도가 높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불산 수출 중단 이후 수입선 전환 등의 대응책을 추진해왔다. 이에 국내 불산 생산회사의 기존 공장 내 생산시설 확충 및 신규 공장 증설로 하반기에는 생산능력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리이미드는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등에 사용되며, 한국의 투자 확대로 중기적으로 대체가 가능할 전망이다. 규제 대상은 불소 함량이 10% 이상인 폴리이미드로 투명 폴리이미드(Colorless PI, CPI)와 감광성 폴리이미드(Photo Sensitive PI, PSPI)가 해당된다. 

투명 폴리이미드(CPI) 필름은 폴더블 스마트폰 패널의 핵심 소재다. 삼성의 갤럭시 폴드는 스미토모 제품을 사용하나 한국기업이 투자를 확대해 대체 가능해지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양산체제를 구축, SKC와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하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으로 중장기적으로 기술력이 제고될 전망이다. 

(자료=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자료=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감광성 폴리이미드는 OLED·반도체 절연막으로 사용되며 일본기업의 과점구조이나 이 역시 국내 개발 경험, 한국 디스플레이기업과 협력 등을 통해 대체 가능하게 된다.

또한 한은 해외연구소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의 신성장산업(비메모리반도체, OLED 등) 성장을 저해 하나 기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삼성전자 비메모리반도체 강화방안의 핵심축인 파운드리 사업이 영향을 받지만 메모리반도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EUV 기술을 도입하고 파운드리 1위 사업자인 대만 TSMC를 추격중이나 EUV용 포토레지스트 수급 우려로 사업 확대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EUV 기반의 7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며 EUV 포토레지스트 공급사는 일본 JSR로 추정된다. JSR은 동 제품을 벨기에에서 생산, 규제 강화 시 일본기업의 해외 법인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 삼성전자의 고객사 확대의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미세화에 EUV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나 포토레지스트 수급 우려로 차세대 D램 양산이 연기되고 후발주자와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 

불산은 일본 수입 대체가 가능하나 신규 공급사 제품 테스트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 불산은 과점구조로 증설이 쉽지 않으나 일본기업의 해외 법인, 중국 등 대체 공급사를 통한 수입과 한국기업의 생산능력 확대 등으로 일부 대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사 교체시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며 일본제품의 즉각적인 대체는 어려워 반도체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 

폴리이미드 필름은 폴더블 OLED 패널에 사용되나 수입규제 영향은 제한적이다. 2019년은 삼성전자 폴더블폰 출시지연(상반기→하반기) 등으로 수요가 예상보다 낮아져 보유재고로 충당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이후에는 일본외 기업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할 수 있으며 폴리이미드 필름이 Ultra Thin Glass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 외에도 일본의 수출 규제는 단기적으로 반도체 공급과잉을 해소하지만, 규제가 장기화되거나 확대되면 한국의 반도체 등 IT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재고가 많고, 기업들이 2~3개월 물량의 소재를 보유해 일본의 수출 승인을 90일내에 받으면 반도체 수출과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산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및 소재 의존도가 높아 수출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반도체 장비 주요 수입국(2018) 비중은 일본(45%), 네덜란드(25%), 미국(24%) 순으로 일본기업 의존도가 높다. 

한편 국내 관련 업계는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가 지속되면 6개월도 버티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일본 수출제한조치와 관련된 중소제조업 269개사를 대상으로 ‘일본 정부의 반도체소재 등 수출제한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진행, 9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59.0% 기업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지속될 경우 6개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관련 산업에 대한 영향이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59.9%로 높게 나타났으며, 이에 대한 자체적인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46.8%가 ‘대응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정부에 희망하는 외교적 대응으로 절반 이상인 53.9%가 ‘외교적 협상을 통한 원만한 해결’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실질적인 피해는 한국 기업들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이러한 사태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8월초 중소기업사절단을 구성, 일본을 방문하여 지한파로 알려진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 및 경제산업성 대신과의 간담을 통해 민간 차원의 관계개선 노력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