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 상장 1년…주가 부진으로 '고전'
-스마트폰시장 성장 둔화가 주 원인으로 꼽혀
-투자자들은 수익모델 불확실에 우려

레이쥔 샤오미 회장. (사진=바이두)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중국 토종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小米)가 오는 9일 홍콩 주식시장 상장 1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간 주가와 불확실한 사업 전망에 관계자들은 어두운 낯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7월 상장한 샤오미는 홍콩 증시 최초로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하기로 하면서 일찍이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상장 후 주가는 연중 내리막세를 이어가며 “샤오미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이 적어도 두 배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던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의 약속도 무색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홍콩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5일 기준으로 샤오미 주가는 9.95홍콩달러로, 공모가와 비교해 41.47% 하락했다.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7월 21.55홍콩달러와 비교해 50% 넘게 하락했다. 지난달엔 장중 8홍콩달러 대까지 떨어지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시가총액도 1년 사이 1500억 홍콩 달러 남짓 빠졌다.  

이에 샤오미 측도 잇달아 주가 부양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샤오미 그룹은 지난 1월 세 차례 자사주 매입을 공고한 데 이어 올 6월부터 7월 초까지 약 한달 새 18차례 자사주 매입 공시를 냈다.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자사주를 매입한 셈이다.  홍콩 명보 집계에 따르면 샤오미는 총 20차례 자사주 매입을 통해 모두 1억1100만 주를 사들였다. 여기에 쏟아부은 금액만 10억6500만 홍콩달러다.

◆ 샤오미 부진의 원인은?

샤오미 주가는 하루아침에 떨어진 것이 아니다. 상장 후 한 차례 급등하여 역사상 최고가인 22.2홍콩달러를 기록한 이래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작년부터 샤오미 주가는 연 30% 하락률을 보였다. 샤오미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투자자들이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을 달갑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재 주가도 높게 측정되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샤오미는 이른바 '헝거마케팅'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샤오미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사람들은 이제 '기술력'을 기대하며 '실력파'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기술보다는 마케팅으로 수익을 바라는 샤오미가 투자자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 미중 무역전쟁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화웨이는 오히려 이슈 덕분에 '대표 기술파' 기업으로 추대 받고 있다. 샤오미와는 상반된 행보로 적어도 이슈몰이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대로, 전년보다 4.1% 감소했다. IDC는 올해에도 출하량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올 1분기 샤오미는 실적보고서에서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모두 3억1000만 대 스마트폰을 출하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3% 하락한 수준이다. 중국내 스마트폰 출하량도 전년 동비 3% 하락한 8800만대에 그쳤다. Canalys 역시 샤오미가 2019년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전체 4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지만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눈치를 보며 5G보편화를 기다리고 있다”며 긍정적이지 않은 전망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에 화웨이 등 중국 하이테크 기업과 거래 금지령을 내리면서 이것이 향후 샤오미 부품 공급망에도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샤오미는 반도체 칩이나 운영체제(OS) 방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수익 모델 불확실성은 샤오미 상장 때부터 줄곧 레이쥔 회장을 괴롭혀온 문제다. 샤오미가 스마트폰 기업이냐, 인터넷 기업이냐를 놓고 정체성 논란은 여전하다.

샤오미 스마트폰의 어두운 미래. (사진=샤오미)

레이 회장은 그동안 샤오미가 단순한 하드웨어 기업이 아닌 혁신 인터넷 기업이라 강조해 왔지만 실제 매출 구조를 보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샤오미 전체 매출에서 스마트폰 사업이 차지한 비중이 61.72%다. 이는 지난해 67.5%에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스마트폰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레이 회장은 과거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방면에서 5% 이하 마진만 남기겠다고 밝혀왔다.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는 이른바 ‘미끼 상품’이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주요 이윤은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서비스에서 만들어 내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현재 샤오미는 1% 영업이익도 남기지 못하는 하드웨어 사업 부문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샤오미의 수익 모델이 그만큼 불확실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 혁신산업에서 활로 개척해야

이에 시장은 샤오미가 투자자 자신감을 살리려면 스마트폰 사업 마진을 높이고 샤오미가 내세우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 사업에 더 큰 실적을 거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샤오미는 향후 5년간 AIoT 사업에 100억 위안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다만 AIoT 사업을 키우려면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된다. 반면 샤오미의 연구개발(R&D) 규모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올 1분기 샤오미의 R&D 투자액은 비록 전년 동비 49.5% 늘어난 17억 위안이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에 그쳤다. 이는 애플 5.3%, 화웨이 14.1%보다 낮다. 절대적 투자액으로 따지면 훨씬 더 초라한 액수다.

물론 긍정적인 전망도 소수 존재한다. 샤오미의 인터넷 비즈니스 가치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으며, 혁신사업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오미는 이미 1억 대 이상의 스마트 기기를 바탕으로 IoT 생태계를 구축했다. 샤오미 스마트폰과 수많은 IoT기기들이 연결되어 발생하는 '막대한 트래픽과 빅데이터'가 현재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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