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볼펜으로 메모하려다 실패한 우주인
-미국의 벤처기업가의 열정으로 우주 볼펜 탄생
-현재 수중 탐사에도 활용돼

인도 영화 세얼간이 갈무리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인도 영화 세얼간이 갈무리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만든 엘론 머스크는 꿈이 우주로 이민을 가는 것이며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관련 기업을 만들었다. 이 꿈은 분명 실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사실 지구의 환경이 녹록치 않아지고 있는 상황은 분명하기 때문에 우주 이민은 꿈이 아니라 불가피한 것일지 모른다.

더 이상 우주가 상상과 미지의 세계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에 대한 무한한 상상은 어릴 때 해봤으니 이제 일상적인 생각을 해보자. 우주에 가서 산다면 먹고 마시고 자고 하는 그런 본능적인 것 말고도 생각을 정리하거나 계획을 세우기 위한 메모, 나아가 일기를 쓰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일기를 쓰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인 펜을 우주에서 사용하기 곤란하다는 생각까지는 못해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소련 간 우주개발 경쟁이 불붙던 시절인 지난 1960년대 두 나라는 각각 자국의 우주비행사들을 우주로 보냈었는데 정작 볼펜으로 남긴 기록을 얻지 못했다. 당시 우주비행사들이 볼펜을 가져갔지만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볼펜이 써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우주에서도 사용 가능한 볼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소련의 경우 연필을 사용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일반적인 볼펜은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사진=픽사베이)
일반적인 볼펜은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연필의 경우 우주선에서 가장 꺼려하는 인화성 물질로 꼽혔다. 아폴로 1호의 화재사건이 발생한 이후 특히 인화성 물질은 제한되고 있다. 연필심 성분인 흑연가루 등도 전도체 물질이기 때문에 우주선 회로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연필을 깎는 날카로운 칼 또한 위험할 수 있다.

일단 볼펜이 써지지 않는 이유는 볼펜의 원리가 무중력 상태인 우주선에서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볼펜의 잉크는 중력, 대기압으로 인해 밑으로 흘러나와 날카로운 촉을 통해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원리다.

이 때문에 우주에서 쓸 수 있는 전용 볼펜 개발이 필수적이었다. 유인 우주선 전용 볼펜 개발에는 미국의 한 기업가 폴 피셔가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개발에 성공했고 1965년 특허를 받은 우주볼펜(AG-7)이 탄생했다. AG-7은 1965년 아폴로 우주선에서 본격 사용됐다.

우주인들은 우주 전용 볼펜으로 인해 우주에서 메모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사진=픽사베이)
우주인들은 우주 전용 볼펜으로 인해 우주에서 메모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사진=픽사베이)

볼펜 개발자 피셔는 볼펜 속 잉크가 무중력에서도 압력을 받을 수 있도록 대기압의 2배 정도 되는 질소를 볼펜심 뒤에 넣은 뒤 밀봉했다. 이 때문에 잉크가 볼펜 촉으로 계속 흘러나올 수 있었다. 문제는 압력이 높기만 하면 잉크가 그냥 들고만 있어도 줄줄 흐른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이 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피셔는 잉크를 개발했다. 반고체 형태 물질의 잉크였고 볼펜 촉이 회전을 해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에만 잉크가 액화된다는 점이 원리다. 이 때문에 펜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잉크가 절대 흘러나오지 않는다.

개발된 잉크는 주변의 온도 변화에도 문제가 없다. 영하 7도 정도에서부터 영상 200도 정도까지의 환경에서도 글씨를 쓸 수 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무중력 상태 뿐만 아니라 물속에서도 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굳이 단점이 있다면 온도가 높아지면 잉크가 변색된다는 점이다. 원래 파란색인 잉크색이 온도가 높아지면서 초록색으로 바뀐다. 그러나 단점으로 꼽기도 애매하다. 글자색으로 우주선 내부 온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탐사에 대단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는 우주 볼펜 발명가는 의외로 큰돈을 벌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우주 볼펜은 현재 10만 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수중탐사를 하는 이들이 주로 구매한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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