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국민혈세 투입되는데 부실경영책임 대주주에 사재출연으로 고통분담 요구
삼성측, 삼성중공업주 한 주도 없는 이재용 부회장 사재출연요구 논리에 맞지 않아

▲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데일리비즈온 이동훈 기자]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은행단은 해당업체들의 자구계획을 마련, 신속한 이행을 주문하고 있고, 특히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차원에서 대주주의 사재출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은 최근 대주주 사재출연이 포함된 자구계획서를 반려하는가하면 채권단 안팎에서 이 같은 여론이 강력히 일고 있는 점을 감안, 구조조정대상 부실기업의 대주주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사재의 상당부분을 출연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주주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구조조정과정에서 국민혈세의 투입이 불가피한데, 부실경영의 책임자들이 고통분담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부실기업에 대한 유동성지원 문제에서 국민 설득력이 약화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대주주의 사재출연을 압박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미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 현대상선 양대 국적선사에 대해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에 그룹차원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도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을 압박하고 있다.

구조조정대상 양대 국적선사 중의 하나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현대상선의 경우 가장 먼서 오너일가가 사재를 출연해 부실경영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경우 현대상선 회생을 위해 지난 2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사재 300억 원을 내놨다.

물론 금액상으로는 전체 부채규모에 비해 매우 적어 실효성 문제가 따르고 있지만 부실문제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 점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 회장이 일단 어느 정도의 성의를 보인 셈이지만 현대상선의 부채규모가 4조8000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대주주의 사재출연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커 보인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현대상선과는 달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사재출연문제에 일체 함구하고 있다. 이미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인수한 후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룹이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지원을 했는데 오너인 대주주의 사재출연을 들고 나온 것은 지나친 요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이미 위기를 겪고 있던 한진해운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경우”라며 “계열사를 통해 1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경영 정상화 노력을 해 온 점을 감안해 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한진해운의 전망과 그룹의 정체성 등과 관련해 자발적으로 인수한 것이지 구원투수를 자임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대형조선사에 대해서도 대주주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대주주 사재출연 문제를 놓고 미묘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등은 최근 삼성중공업의 자구계획서를 반려하면서 정상화를 위해 그룹차원의 지원대책을 요구했다. 산은은 여기에서 이 부회장의 사재출연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책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점에서 서는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나 삼성그룹 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재출연을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논평에서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이고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한다고 보았을 때 삼성중공업의 경영책임자는 이 부회장이며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사재를 출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사재출연문제 검토할 뜻이 전혀 없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삼성중공업에 대한 출자는 외국인 주주 등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삼성중공업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이 부회장에게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아직은 채권단에서 오너의 사재출연과 관련, 가시적인 요구는 없지만 노조가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벌써 이런 문제를 제기한 마당에 채권단이 정 이사장의 사재출연을 곧 공식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정 이사장이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현대중공업에서 30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아간만큼 회사 위기극복을 위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지 오래돼 고통분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25년 넘게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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