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실험에서 확실한 증거 발견
미주신경 절단하면 진전 안되
루이 소체 치매 예방에 도움 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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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본 내용과 상관 없음(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전문기자] 파킨슨의 병의 기원이 내장에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또 나타났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존스 홉킨스 의학(Johns Hopkins Medicine) 연구팀은 파킨슨 병이 내장에서 발생하여 신경세포(neuron)을 타고 올라가 뇌로 이동한다는 추가적인 증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뉴런(Neuron) 저널 6월호에 게재된 이 연구는 파킨슨 질병의 진행을 막거나 멈추게 할 치료법에 대한 새롭고 더 정확한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다.

테드 도슨(Ted Dawson) 존스홉킨스의대 신경과 교수는 “이번 발견은 파킨슨병에 대한 내장의 역할을 보여주면서, 병의 초기 진행 과정을 연구하는 모델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뇌 세포에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이라고 하는 잘못 접힌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단백질들이 많이 뭉치기 시작하면 뇌 신경조직을 죽게 하고, 루이 소체(Lewy body)라고 하는 죽은 뇌 파편들을 남겨둔다.

뇌세포가 죽으면 감정을 일으키거나, 생각하거나, 움직이는 능력이 손상된다. 이런 형태의 질병을 루이 소체 치매라고도 한다.

이 새로운 연구는 2003년 독일의 신경해부학자인 하이코 브라크(Heiko Braak)가 수행한 관찰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브라크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내장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 부위에 잘못 접힌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축적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고한석(Hanseok Ko) 존스홉킨스대학교 의대 신경과 교수는 “이 신경 손상 단백질의 등장은 변비를 포함한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브라크는 파킨슨병이 내장과 뇌를 연결하는 신경을 사다리로 올라가는 것처럼 발전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점점 더 많은 증거들이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것이 장-뇌와 관련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원들은 잘못 접힌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위와 소장에서 뇌의 아래 부분으로 전기케이블처럼 연결된 신경다발인 미주신경(vagus nerve)을 따라 이동하는지 가장 궁금해 했다.

연구원들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25마이크로그램의 잘못 접힌 알파-시누클레인을 수십 마리의 건강한 생쥐 내장에 주입했다.

연구진은 쥐의 뇌 조직을 주사 후 1개월, 3개월, 7개월, 10개월 뒤에 표본 추출해 분석했다. 10개월간의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연구원들은 알파-시누클레인이 내장에 연결된 미주신경을 따라 계속 뇌의 모든 부분에 퍼지는 것을 보았다.

그 후 연구원들은 외과적으로 한 그룹의 쥐의 미주신경을 절단하고 잘못 접힌 알파-시누클레인을 내장에 주사했다. 7개월에 걸친 조사 결과, 미주신경이 잘린 쥐는 온전한 미주신경을 가진 쥐에서 발견된 세포 사망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절단된 미주신경은 잘못 접힌 단백질의 발달을 멈추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도슨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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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본 내용과 상관 없음(사진=픽사베이)

그 뒤 연구원들은 파킨슨병 진행에서 나타나는 행동 변화를 가져왔는지 조사했다. 잘못 접힌 알파-시누클레인을 주입한 생쥐, 미주신경이 절단된 상태에서 잘못 접힌 알파-시누클레인을 주입한 생쥐, 알파-시누클레인 주입 없이 온전한 미주신경을 가진 생쥐 등 3그룹으로 나눠 조사했다. 

연구원들은 쥐들이 인간 파킨슨병에 의해 일반적으로 영향을 받는 미세한 운동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둥지를 트는 행동을 관찰했다. 건강한 쥐들은 보통 크고 촘촘한 둥지를 만든다. 더 작고 지저분한 둥지를 만들면 운동 제어에 문제가 있다는 표시다.

연구원들은 주사를 놓은 지 7개월 뒤에 쥐들에게 둥지를 틀 재료를 주고 16시간 동안 둥지 짓기 능력을 0~6의 척도로 평가했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쥐와 미주신경을 잘라낸 쥐는 둥지 짓기에서 꾸준히 3, 4점을 받았지만, 잘못 접힌 알파 시누클레인 주사를 맞은 쥐는 1점 미만이었다.

대부분의 생쥐는 제공된 2.5그램의 재료를 모두 사용했지만, 알파-시누클레인 주사를 맞은 쥐는 둥지 재료의 반 미만을 사용했다. 인간 파킨슨병 증상과 비슷한 방식으로, 쥐의 미세한 운동 조절은 병이 진행되면서 악화되었다고 고 박사는 말한다.

인간의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분석하는 또 다른 실험에서 연구원들은 쥐들이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함으로써 쥐의 불안 정도를 측정했다.

연구원들은 카메라가 설치된 큰 박스에 생쥐를 넣었다. 건강한 생쥐와 파킨슨 질병을 방지하기 위해 미주신경이 절단된 생쥐들은 20~30분 정도 박스를 탐험했다.

반면 잘못 접힌 알파 시누클레인 주사를 맞으면서 미주신경이 온전한 쥐는 상자 중심을 탐색하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것도 주로 구석을 돌아다녔는데 이는 파킨슨병 증상과 일치한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전반적으로 이 연구 결과는 생쥐에게 있어서 잘못 접힌 알파-시누클레인이 미주신경을 따라 내장에서 뇌로 전달될 수 있으며, 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파킨슨병의 신체적, 인지적 발현을 막는 데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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