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 위해 개발된 생체공학 보행보조 로봇
-로봇 착용한 장애인들이 겨루는 ‘사이배슬론’ 내년 스위스서 열려
-국내팀, 지난 국제 대회에서 3위 기록…이번엔 우승 노린다

사고 이후 의사가 손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혼자 젓가락 등을 이용해 식사도 해내는 유튜버 박위씨 (사진=유튜브 채널 위라클)
사고 이후 의사가 손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혼자 젓가락 등을 이용해 식사도 해내는 유튜버 박위 씨 (사진=유튜브 채널 위라클)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건강한 몸으로 태어나 누구보다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불의의 추락 사고로 인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고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의사는 손도 쓸 수 없을 거라고 했지만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됐고 혼자 차를 운전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현재 그는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하며 열심히 헬스장에 출석도장을 찍으며 운동 중이다.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희망을 전하며 기적을 논하는 ‘위라클’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박위 씨의 이야기다.

박 씨처럼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신체 일부가 마비된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이 두 다리로 혼자 걷기도 하고, 심지어 시합을 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신체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이 생체공학 보조 장치(로봇 등)를 몸에 착용해 겨루는 국제 대회에서 이 같은 일이 실현된다. 국내에서도 출전해 화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세브란스 재활병원 연구진 등으로 구성된 한국팀이 장애 극복용 첨단 로봇 기술을 들고 국제대회에 출전한다는 소식이다.

KAIST에 따르면 공경철 기계공학과 교수를 포함한 국내 연구진은 내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사이배슬론 2020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사이배슬론의 뜻은 인조인간을 의미하는 ‘사이보그’와 경기를 뜻하는 ‘애슬론’을 합한 것이다.

이 대회는 지난 2016년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에서 최초로 열렸다. 국제 대회를 대표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4년에 한 번씩 개최된다.

하반신 마비가 된 이가 로봇을 입고 두 다리로 걷는 모습
하반신 마비가 된 이가 로봇을 입고 두 다리로 걷는 모습

종목은 사지 마비 장애인이 생각만으로 아바타를 조종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완전마비 장애인 다리에 전기자극을 줘서 달리는 자전거 경주, 의수를 착용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바이오닉 암, 의족을 한 채 장애물을 넘는 바이오닉 레그 등이 있다.

또 완전마비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목표를 완수해야 하는 전동 휠체어와 완전마비 장애인이 로봇을 착용하고 도전적 장애물을 통과하는 웨어러블 로봇 분야가 있다.

앞서 열린 대회에서 공 교수팀은 웨어러블 로봇에 출전해 3위라는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 기록은 앉고 서기와 지그재그 걷기, 경사로를 걸어올라 닫힌 문을 열고 통과해 내려오기, 징검다리 걷기, 측면 경사로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의 코스 중 5개의 코스를 252초에 통과했다.

지난 대회에서 3위의 영광을 얻은 이들은 내년 대회에서 우승을 노린다. 이들은 다가오는 대회에서 기존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워크 온 슈트 4.0’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슈트는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을 위해 개발한 보행 보조 로봇으로 완벽한 개인 맞춤형이다. 사람의 다리 근육 구조를 모방해 설계하며, 양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지난 24일부터 훈련에 돌입한 이들은 KAIST 대전 본원 기계공학동(N7)에서 출정식을 열고 7명의 선수 후보를 선발했다.

이 자리엔 지난 대회에 출전했던 김병욱 선수도 참석했다. 김 선수는 지난 1998년 뺑소니 사고로 하반신 전체가 마비되는 장애를 입고 20년을 가까이 휠체어를 탄 채 생활했다. 그가 밝힌 소감에 따르면 지난해 대회를 위해 로봇을 입고 두 다리로 처음 섰던 날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 들었고 눈물까지 흘렸다.

한편 내년에 열릴 대회에 앞서 선수 후보 7명 전원에게 개인 맞춤형 워크 온 슈트 4.0을 준 뒤 연습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11월쯤 대표 선수 1명, 보궐선수 1명을 선발한다.

로봇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제작된다. 공경철 교수는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동작으로 대회 미션을 구성한다”면서 “대회 코스를 잘 따라가도 실제 장애인 사용자를 위한 기술다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은 “장애인을 위한 로봇기술 개발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분야”라면서 “사이배슬론 대회 출전뿐만 아니라 로봇을 상용화하는 단계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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