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타이밍 회장, 대만총통선거 출마 결정
-홍하이 그룹은 집단경영체제로 전환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전 회장. (사진=궈타이밍 페이스북)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2020년 대만 총통선거 출마를 선언한 궈타이밍(郭台銘) 대만 훙하이(鴻海)그룹 회장이 21일 회장직에서 공식 사임했다. 궈 회장을 대신해 내달부터 훙하이그룹을 이끌어 갈 새 사령탑은 그동안 반도체 사업 부문을 총괄해 온 류양웨이(劉揚偉)다.

훙하이그룹은 아이폰 최대 위탁생산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을 자회사로 둔 대만 최대 전자기업이다. 시장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 속 훙하이그룹이 맞닥뜨린 도전과제도 만만치 않다며 류 신임 회장의 지도력에 의문을 보내고 있다.

◆ 궈타이밍, 45년 일군 훙하이 떠난다

궈 회장은 지난 21일 훙하이그룹 주주총회에서 사임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는 ​1974년 24세 혈기왕성한 나이에 직원 10명을 데리고 창업해 훙하이 그룹을 세웠다. 오늘날 대만 최대 기업으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대만 총통직에 도전하기 위해 국민당 경선 후보로 출마, 회장 직에서 내려오기로 한 것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궈 회장은 자산 44억 달러(약 5조 원)로 대만 2위 갑부이자 전 세계 442위 부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그도 막대한 재산을 활용해 국민당 경선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그는 사업가 경력 등으로 인해 ‘대만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궈 회장이 낙점한 류양웨이 신임 회장은 올해 63세로 훙하이그룹의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인물이다. 대만교통대 전자물리학 학사,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 전자엔지니어링·컴퓨터학 석사를 따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창업도 해본 기술 전문 경영인이다. 훙하이그룹 입사 전에는 대만 2대 반도체메이커인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 계열사 경영도 맡았다. 2007년 훙하이그룹에 입사해 궈 회장의 특별비서로 근무하며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일본 전자업체 샤프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 진출을 선언한 이후 그는 그룹 반도체 사업 부문을 진두지휘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궈 회장이 그를 후계자로 낙점한 것은 그룹 미래 전략에 있어서 인공지능·로봇과 함께 반도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류양웨이 차기 홍하이 회장. (사진=징지르바오)

◆ 집단경영체제 돌입...앞날 가시밭길

류양웨이가 차기 회장으로 낙점됐지만 그 혼자 훙하이그룹을 꾸려나가는 건 아니다. '포스트 궈타이밍' 시대에 대비해 훙하이그룹은 이날 이사회 산하에 9명으로 꾸려진 경영위원회도 설립했다. 이들은 거의가 20년 넘게 잔뼈가 굵은 경영진들이다. 이들은 류 회장과 사실상 함께 그룹을 운영하면서 훙하이그룹이 전문경영인 중심의 집단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궈 회장이 ‘상왕’으로서 여전히 경영 문제에 개입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궈 회장은 여전이 훙하이그룹 최대 주주로, 이사회 임원에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궈 회장은 지난 7개월 새 훙하이그룹 주식 약 4만 주도 추가로 매입했다.  

류 신임회장이 헤쳐나가야 할 앞날도 가시밭길이다. 미·중 무역전쟁 속 훙하이그룹 앞날도 밝지만은 않다. 대만 경제도 글로벌 기술수요의 감소와 미국·중국간 무역분쟁에 성장정체에 빠졌다. 수출주문도 7개월 연속 감소세다. 핵심계열사인 폭스콘은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업체다. 중국 각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애플 스마트폰 판매 급감으로 주문량이 급감했다.

이에 폭스콘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대한 위탁생산을 늘리기 시작했는데, 이것마저 미·중 무역전쟁 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웨이 제재로 힘들어졌다.  폭스콘은 지난해 말부터  비용절감을 위해 대규모 인력감축까지 진행 중에 있다. 최근엔 미중 무역전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본토 밖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것이란 '루머'도 돌았다. 하지만 류양웨이 회장은 현시점에서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생산거점을 이전하는 계획이 없으며 고객으로부터 중국공장의 이전 요청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훙하이그룹의 실적도 좋지 않다. 올 1분기 훙하이그룹 매출은 약 1조 대만달러(약 37조5000억 원)로, 순익은 198억 대만달러에 그쳤다. 역대 1분기 순익으로만 보면 5년래 최저치다. 현재 훙하이그룹 순익은 전체 매출의 2%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마진이 악화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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