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러시아 국민들의 생활고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최근 유독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위기다. 최근 10년간 지지율은 최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푸틴은 러시아의 경제 위기에 심각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최근에는 ‘다이렉트 라인(Direct Lline)'이라는 연례 티비쇼에 출연했다. 저조한 경제성장률과 5년째 실질임금의 하락에 정면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라는 분석이 대세다. 경제위기가 민족주의 레토릭과 공격적인 대외정책으로 얻은 인기를 상쇄하고 있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가계수입을 일단 증가시키고 보자는 크렘린의 단기목표도 회의적이다. 이에 푸틴은 최근 국내 문제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수 차례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푸틴은 지난 20일 한 티비쇼에 나와 “2-14년부터 생필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이는 일견 국내경제에 안 좋은 소식일 수 있지만, 최근 평균임금이 3만3000루블에서 지난해 4만5000루블(약 80만 원)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는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TV를 보고 자신들의 처지와 비교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여러분의 삶이 일반적이다“고 밝혔다.

푸틴은 이 날 교사와 소방사들이 월평균 1만 루블(약 20만 원)도 벌지 못 한다는 사실에 다소 놀란 기색을 보였다. 이는 명백히 국민소득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그는 사회자에게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푸틴이 티비쇼에 직접 나와 사회자와 대담을 나누는 모습은 러시아 국민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다. 지난 17년간 매년 해왔던 연례행사와도 같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푸틴은 일반 국민들의 고충을 직접 듣는 있다는 이미지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푸틴의 TV쇼는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미리 준비된 국민들의 불만을 직접 읽고 여기에 코멘트를 다는 방식이었다. 다만 작년만 해도 애초에 걸러졌을 민감한 질문들도 포함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는데 왜 계속 TV쇼를 여는가’, 혹은 ‘언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인가’와 같은 문제도 전파를 타고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한편, 푸틴은 러시아 경제가 점차적으로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보았다. 6년에 달하는 경제부양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최종목표는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라며, 동시에 첨단산업에 선제 대응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며, 국민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국가안보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푸틴은 일단 서방재제에 대해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푸틴은 더불어 “유럽으로부터 현재 500억 루블 가량의 무역손실이 일어나고 있다”며, “식료품 수출제한 같은 보복성 규제까지 합하면 손실은 2400억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는 “만약 우리가 여기에 굴복한다면 향후 러시아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77퍼센트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이후, 푸틴은 내내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푸틴의 지지율은 지난 여름 크렘린에서 정년을 5년 연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률 역시 인플레이션과 최근 18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인상된 부가가치세 덕에 연일 안개 속이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FOM에 의하면 불과 17퍼센트의 국민들이 경제가 조만간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으며, 41퍼센트는 향후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기간 푸틴의 절친한 친구이자, 장관급 감사관에 재직 중인 알렉세이 쿠드린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개선시키려는 전면 구조개혁이 없다면 조만간 ‘민심의 폭발’까지 예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렘린 역시 최근 몇 달간의 시위에 대해 전례가 없는 유화책을 내놓기도 했다. 유명 관광지에 러시아정교회 성당을 짓는다는 계획을 철회했으며, 탐사보도기자인 이반 골루노브를 마약유통혐의로 수사하던 두 명의 경찰관을 해고한 바 있다.

쓰레기 매립지에 대한 문제에서도 타협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크렘린의 지시로 수도 인근의 쓰레기 매립지의 상당수가 몇몇 지방으로 이전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나 국민들과의 소통이 부재했기에 이와 관련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 이에 푸틴은 2017년 반부패 시위를 벌인 야당 지도자들에게 이 문제를 일임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몇몇 문제에 있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푸틴은 이 날 TV쇼에서 ‘가짜뉴스’와 반대파들을 억압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되어져 온 ‘국가모욕죄’. 그리고 골루노브의 경우와 같이 악용될 소지가 많은 마약법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키워드

#푸틴 #러시아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