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경영실적 첫 공개
-IPO 시기 앞당기기 위한 포석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bbc)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아람코)의 기업공개를 내년에 실시한다고 밝혔다.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 실세로 왕위계승 서열 1위인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영국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적당한 상황과 때가 되면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실시할 것”이라며 “2020년에서 2021년 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2016년 발표한 경제구조개혁안인 '비전2030'에 아람코의 IPO 계획을 담았다. 아람코 주식을 매각해 최대 1000억 달러의 자금을 끌어 모아,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 건설을 위한 밑천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당초 지난해 말 아람코를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2021년으로 미뤘다. 이번 인터뷰는 아람코 IPO 일정을 내년 중으로 앞당길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그동안 빈살만 왕세자는 아람코의 가치를 2조 달러로 산정했지만 시장에서는 1조 달러로 낮춰 잡으면서 IPO가 연기되었다는 분석이 있다. 결국 아람코는 당초 예정되었던 2018년 IPO 계획을 접고 2021년 상장 추진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 세계 1위 기업의 실적발표, IPO 앞당길까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은 아람코가 세계에서 가장 순이익이 높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상장 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베일에 아람코의 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기업 규모는 물론 순이익 규모가 세계 유수 기업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아람코의 순이익은 그동안 시가총액과 순이익 규모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던 애플의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람코가 4월 1일 공개한 기업실적을 참고한 결과, 파이낸셜타임즈(FT)는 아람코가 지난해 전 세계 기업 중 가장 큰 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작년 아람코는 순이익 1111억 달러(약 126조25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순이익 기준으로 각각 2위, 3위 기업인 애플(594억 달러)과 중국공상은행(452억 달러)의 순이익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순이익 기준으로 애플과 중국공상은행, 삼성전자, 중국건설은행,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뒤를 이었다. 

FT에 따르면 미국 회사로 출발해 1980년 사우디 정부가 100% 지분을 확보한 아람코가 실적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사우디 정부는 정부 재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아람코의 재무현황을 비밀에 부쳐왔다.

사우디 정부가 이번에 실적 공개를 단행한 것은 최근 추진 중인 1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위해서다. 아람코는 현재까지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보유한 석유화학업체 사빅의 지분 70%(691억 달러)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아람코는 채권 발행을 위해 JP모건체이스와 모건스탠리 등의 은행을 주간사로 선정했다. 투자자 모집을 위해서는 실적 공개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아람코의 광고이미지. (사진=아람코)

그동안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다른 석유화학 기업에 비해 아람코의 신용등급을 낮게 부여해왔다. 무디스와 피치는 아람코의 신용등급을 각각 `A1` `A+`로 부여했다. 엑손모빌이 무디스로부터 최상위 등급인 `AAA`를 받은 것과 대조된다. 이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과 같다. 로이터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아람코가 엑손모빌과 같은 등급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막대한 규모의 순이익이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분이 높아 정부보다 더 높은 신용등급을 줄 수 없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입장이다. 

리한 아크바 무디스 수석 신용담당자는 로이터통신에 "사우디 정부 예산이 아람코의 로열티와 세금, 배당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아람코의 신용등급을 정부 신용등급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현지매체는 2015~2017년 아람코가 사우디 정부 전체 수익의 70%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했다. FT는 "아람코가 석유 회사 중 가장 강력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다"며 "세금, 배당, 채무 상환 등을 제하고 나서 얼마나 많은 현금을 보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