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재조정 백지화가 시급한 아베
-재선 위해 미국과 각 세운다는 비판도

지난달 아베 총리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 (사진=SBS뉴스)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지난달부터 조짐은 보였다. 양 국은 오바마 정부 시절까지만 해도 혈맹관계를 과시했으나, 현 트럼프 정부가 자국의 무역불균형을 지속적으로 지적함에 따라 일본은 난처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선공은 트럼프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무역협상을 5월 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베 정부로서는 청천벽력이었다. 일본은 7월에 총선을 앞두고 있다.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된다면, 필시 총선은 여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을 일본에 초청했다. 일왕 즉위식이 명분이었다. 아베 총리는 자국의 언론으로부터 일본 총리가 미국대통령 가이드나 해주는 사람이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했다. 요미우리와 니케이 등에서는 당시 아베의 행보를 두고 ‘굴종’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례적으로 자국 총리를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를 두고 ‘외교 천재’라는 비아냥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입장에선 트럼프에 대한 불만이 많이 쌓여 있으니 아베의 지나친 친절이 불만스럽긴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는 많은 것을 얻어냈다.

무역협상을 선거 후인 8월로 미룰 수 있게 된 것이 큰 소득이었다. 거기에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힘 있게 밀고나가려면 일본의 지지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F-35 전투기의 설계도 일부까지 넘기기로 통 크게 약속했다. 이에 일본 역시 화웨이의 와이파이 블루투스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데 공조하기로 했다.

대응에 나선 중국은 희토류 문제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희토류는 워낙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원자재인데,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3~40%를 독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에도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재제를 선언한 바 있었고, 그 결과 일본산업 전반에 타격을 주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아베 입장에서는 처지가 더욱 난감해졌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압박하는 공세의 수위가 모두 선거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만한 것들이었다. 그 결과 아베는 자국 기업들을 압박해 화웨이의 와이파이 블루투스 회원 자격을 복귀시켜 버리고 말았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블루투스와이파이 협회 지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회원 자격을 복원되면 다시금 국제 표준 규격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셀카. (사진=트럼프대통령 트위터)

일본 입장에선 불만을 드러내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트럼프의 대 화웨이 전선에 치명적이진 않지만 약간의 구멍을 낸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거기에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아베 입장에서는, 정치경제적으로 미일 무역협상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에 니케이에서는 “아베 정부가 (이미 연기하기로 합의된) 무역재조정을 무산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의혹을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의 보복은 피할 수 없다. 예전부터 일본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트럼프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보복한다면 아베로서는 “할 만큼 했는데 미국이 너무했다”는 면피를 획득할 수 있다. 선거에서 동정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트럼프는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많이 배려해 준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6월 초 공식 성명을 내고 “무역 불균형을 다시금 재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베 정부 입장에서는 앞서 이뤄놓은 합의를 전부 날려버린 상황이 되었다. 이에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아베 정부가 정치적으로도 난처한 입장에 몰리게 되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당초 남중국해와 화웨이 보이콧 문제에 지지의사를 포명한 일본에게 상당한 이권을 넘겨줄 생각이었다”며, “뒤통수를 맞게 된 트럼프의 입장 고려하자면 절대 이 문제를 두고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G20 정상회담 시 일본의 태도여하에 따라 8월 일본의 자동차와 화학산업을 건드릴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미국의 보복은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자면 아베는 본인의 재선을 위해 국익에 손상이 가는 행위를 반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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