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피격 두고 난감한 일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접견하는 일본 아베총리. (사진=KBS)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미국과 혈맹임을 과시해온 일본 정부가 최근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을 두고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란의 소행’이라는 미국을 ‘못 믿겠다’며 일본 정부가 미국에 증거를 요청했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사우디에서 유조선 피격사건이 일어난 뒤, 그 배후가 이란으로 지목된 이후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은 한층 더 골이 깊어진 상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이 이란을 한층 더 강하게 압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도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전선을 추가적으로 확대하는 행위만큼은 지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탓이다. 

아프간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이라크 전쟁까지 벌이고, 그 결과 국력이 상당히 손상된 기억이 뼈아프기 때문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이란과 전쟁을 벌일 시 중국에게 정말로 패권을 뺏길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이란은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면서 한층 기세등등한 상황이다.

이에 일본 정부가 나섰다. 몇몇 언론에서는 이에 대해 “이란 문제를 잘 중재해 미국의 체면을 세우면, 무역협상에서 좋은 조건을 얻어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베 총리도 직접 나서 “미-이란 사이를 중재하겠다”며 이란 방문길에 나섰다.

문제는 이란과 회담이 진행 중인 와중에 하필이면 일본 유조선이 이란 해상에서 피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즉시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이란이 일본의 노력을 모욕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을 거드는 듯한 발표였지만 일본 정부는 다소 의외의 반응을 내놨다.

폼페이오 장관 발표만 믿고 이란 소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미 미국이 이란 공격의 증거라는 영상을 공개하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수위를 높였는데도 아베 총리는 피격에 대해서만 비난하면서 이란을 언급하진 않았다.

심지어는 “일본 정부가 이란을 지목한 미국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며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일본은 이란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는 이란 공격을 강조하며 국제사회를 설득해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 정부의 의도와 배치된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와 확실한 공조를 과시해온 평소 아베 내각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뉴욕타임즈는 이에 대해 “이란이 일본 관련 유조선을 공격한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아베 총리는 외교실패에 대해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이른바 ‘헛발질’에 대한 면피용 대처라는 해석이다.

특히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외교 실패가 공론화되면 선거 결과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울러 화웨이 제재 문제로 대립각을 세운 바 있는 아베 총리가 일본의 국익보다 자신의 재선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불거지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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