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화의 신식민적 특성
-분권화와 자립성은 다른 의미다

호세 곤잘레스 카마레나 作. Mural panoramico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더 많은 정부예산이 지방정부에 주어지는 것이 언제나 좋은 소식일 수만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방행정이 점차로 정부예산에 의존하게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상당한 수준의 분권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만일 이 예산집행이 지연되거나, 예산규모가 줄어든다면 지방행정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다. 당장 진행되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의 진행에 차질이 생길 것임은 자명하다. 이에 해당예산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협력적이어야 한다. 이는 지방정부의 ‘자립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분권화가 자립도를 높인다는 주장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자립도를 낮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는 펀딩에 대한 변화를 초래할 경우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를 비교해보면 분권화수치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정치적 자립 없는 재정적 자치권은 더더욱 현 정권에 충성할 가능성을 높인다. 그렇기에 말레이시아에서는 야당 정권이 어느 순간 연립정권으로 편입되는 경우도 많았다. 아울러, 이는 작년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국민전선(BN)의 정권 유지에 상당부분 기여하는 부분이 있었다.

지역개발 보조금과 같이 유망한 프로젝트에 비정기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경우, 중앙정부는 그들의 이해를 해치지 않는 프로젝트에 한해서만 투자할 것이다. 만일 자금이 분리주의세력의 자금줄을 될 위협이 있다면 이들 지역은 비정규적 지원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될 것이다. 적게는 집권세력을 후원하는 기업의 사업망이 뿌리내리지 못한 지역에서부터, 부동산 정책에서 이해를 달리하는 경우 지방정부는 중앙으로부터의 도움을 기대하기 힘들다.

가령, 지방정부는 언제나 역내 경제성장과 해외투자기업으로부터의 세금을 위해 늘 부동산경기를 부양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때로 부동산을 진정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양자간의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이지만 대개는 지방정부의 이해관계가 포기된다. 중앙정부의 정치적 권한이 특히 더 큰 중국과 베트남이 늘 겪는 현상이다. 그래서 정치적 자치권 없는 분권화는 중앙정부의 트랩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트랩이다. 

가난한 지방정부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재정적 자립이 아닌 재정적 분권화가 주로 논의되는 것도, 가난한 지역에서 세금 징수의 범위를 늘려봐야 결국 가용 가능한 예산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는다. 홍콩을 제외하자면 특히 아시아의 분리주의가 대부분 경제적으로 빈곤한 지역에서 발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자. 인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네팔뿐만 아니라 연방제 후보국인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미얀마 등이 모두 그러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으로의 재정 분권화는 이 지역에 대한 중앙정부의 경제적 예속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리소스가 중앙정부에 집중되고, 그들의 의지 하에 행정적 재정적 권한이 분권화될 때 가능한 일이다. 최근 연방주의의 흐름이 특별한 한 가지의 이유는 민주주의의 이행이 함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집중화를 견제할 견제 세력의 부재는 위 논의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따라서 연방 시스템 안에서의 정치적 분권화는 민주주의의 이행과 동일한 성격을 갖는다. 그렇기에 아시아 연방주의는 필연적으로 민주주의와 밀접한 관계를 맺음에도, 이를 허용하지 않는 대결의 장이자, 지방정부의 정치경제적 예속을 강요하는 신식민주의의 가능성을 함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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