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의 부족했던 이번 총선
-민생문제는 갈수록 악화

전통의상을 입고 투표소를 찾은 인도 람바디 부족 여성들. (사진=BBC)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세계최대의 민주주의라 불리는 인도 총선이 모디 총리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그의 재선이야 예상된 결과였지만, 놀라운 사실은 선거 내내 인도 경제의 현실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부재했다는 점이다.

집권 여당인 인도인민당(BJP)의 성공은 그들의 경제적 성과 덕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지 시민들이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었을 뿐.

BJP가 승리를 공표하자마자 우울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인도의 지난분기 GDP성장률이 5.8%에 그쳤다는 보도였다. 물론 다른 개발도상국 기준으로는 높은 수치다. 하지만 예상을 하회한 결과였을 뿐더러, 인도 청년들에게 끊임없이 직업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결코 좋은 소식일 수 없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해 인도의 GDP성장률이 지난해 기록했던 7%에 미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 5년 중 가장 낮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라이벌 정당인 인도국민회의(회의당)는 선거기간 내내 민생문제와 함께 GDP성장률에 대한 공격을 되풀이했다. 실제로 2015년 모디 정부는 GDP성장률에 대한 집계방법을 바꾼 바 있다. 이는 회의당 정권 당시 집계되었던 성장률보다 수치가 높게 잡히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업률이다. 일자리 부족은 단언컨대 모디 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실업률이 최근 45년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한다. 이에 정부에서는 정확한 수치를 공표하지 않고 있다.

뭄바이에 위치한 시티그룹의 연구원들은 “인도는 한 달에 적어도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영국의 판테온 메크로이코노믹스는 “작금의 현실이 신정부에게 호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2014년 당시 정권을 잡았을 때와는 다르다. 당시는 회의당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때였고, 구조적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 민중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은 예전과는 다르다는 분석이었다. 니케이 역시 판테온의 다른 연구원을 인용해 “정확한 수치, 장기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비전이 돋보였던 지난 총선과는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다소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정치적 수사만이 존재할 뿐이었다”고 전했다.

인도 농촌의 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물론 모디 정부의 가시적인 성과가 총선승리의 원동력이라고 평하는 이들이 많다. 이를테면 지난 5년간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추진된 공중화장실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반대파들은 “정부 입장에서 성과로 내세우기에 적당한 정책”이라고 평한다. 그보다 더 심각한 민생문제들이 화장실 설립에 묻혀버렸다는 조소였다. 이를테면 물 부족 문제와 날이 갈수록 지연되고 있는 농촌 보조금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관리자들의 만연한 부패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농촌에서 살기 어려워진 농민들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도시로 몰려든다. 그러나 고등, 전문교육을 받은 인텔리들도 직장을 구하기 힘든 마당에, 이들이 찾을 수 있는 직업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기껏해야 운전사, 수위, 정원사, 혹은 건설현장 등의 임금 노동자 등이다. 이들의 삶이 개선될 가능성은 앞으로도 희박하다. 4~50도를 넘나드는 인도의 더위 속에서, 소위 에어컨 달린 직장에서 근무할 직장인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일부 야당의 주장이다.

남편들이 직업을 찾아 도시로 떠나면, 여자와 아이들은 농촌에 남는다. 그렇다보니 농사는 여성의 몫이 된다. 거기에다 남자들이 도시에서 송금해주는 돈이야 사실 변변치 못하다. 사실 부부사이에 연락이나 잘 되면 다행이다. 남편들이 만에 하나 남겨진 가족들에게 스마트폰 하나라도 마련해줄 수 있으면 그 가정은 나름대로 괜찮은 형편에 속한다. 이에 니케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선거열기가 한창인 광장에서도 한편으로는 생필품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걱정하는 푸념이 들려왔고, 동시에 시민들의 휴대폰 너머로는 농촌의 남겨진 가족들로부터 농작물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들려왔다”고 전했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즈 등 유력 언론들은 입을 모아 “회의당이 얼마나 무능했으면”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BJP의 승리가 아닌, 회의당의 무능과 실패에 더 주목해야 하는 선거라는 분석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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