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사회당, 3개선거 잇따라 승리
-마드리드·베를린·파리의 G3 현실화되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사진=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경제위기, 역내 분리주의 등으로 인해 유럽연합(EU)의 변방으로 밀려났던 스페인이 유럽연합 내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스페인의 중도좌파 사회노동당(사회당)은 지난달 총선에 이어 최근 유럽의회와 지방선거에서 동시에 승리해 정치적 입지를 다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 불고있는 회의론에 더해 브렉시트로 인해 생긴 공백을 세 차례 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한 스페인 정부가 빠르게 메우고 있다는 평가다. 

스페인 사회당은 지난 26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33%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사회당이 유럽의회에서 확보한 의석은 20석으로, 5년 전보다 6석이 늘었다. 또한 같은 날 치러진 12개 지역의 광역 지방선거에서 10곳을 석권했다.

4월 조기총선에서 제1당에 오른 것까지 포함하면 한 달 사이 치른 3개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셈이다. 다만 조기총선 당시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중도좌파가 1위를 차지한 나라는 EU 주요국 가운데 스페인이 유일하다. 스페인 사회당은 보통 유럽의회 내 사회당 그룹에서 독일, 이탈리아에 이어 3위 수준이었다. 이에, 이번 선거로 판도가 뒤바뀐 셈이다.

호세프 보렐 외무장관의 경우 평소 “프랑스와 독일은 더는 EU를 전진시킬 수 없다. 더 많은 나라가 EU의 리더십에 참여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의 흐름은 이 같은 ‘야심’이 실현되었다는 분위기다. 이에 스페인은 유럽의회 내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그룹에서 역할을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 역시 곧바로 대외 행보에 나섰다. 산체스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선거 이튿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나 저녁을 함께하며 EU 집행위원장 인선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중도우파 그룹의 만프레드 베버 후보를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산체스 총리는 국내적으로는 야권과 협상을 통해 재집권을 마무리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이번 유럽의회 선거 승리로 중도좌파 그룹에서 최대 지분을 갖게 된 상황을 십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산체스의 유럽연합 구상은 유럽통합 심화를 주장하는 마크롱의 의견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향후 두 지도자가 의기투합해 EU 논의를 주도할 가능성도 커졌다.

산체스는 유럽연합 차원의 실업 기금, 화석연료에 대한 세금 도입, EU 공동예산제 등에 찬성하는데 이는 마크롱의 견해와 일치하고, 독일 집권세력의 생각과는 상충한다. 그는 28일 브뤼셀에서 “고용, 기후변화, 통화·재정연합 강화 등 우리는 사회적인 유럽을 원한다”며 자신의 유럽연합 구상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 산체스 총리의 존재감 뽐내기

스페인이 이처럼 유럽연합 무대의 전면으로 복귀하는 것은 그동안 EU에서 주변부 국가로 밀려났던 신세를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다.

사실 스페인은 과거 EU의 핵심 국가에 속했다. 금융위기를 맞기 전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는 EU의 주요 이슈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호아킨 알무니아(전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하비에르 솔라나(전 EU 외교정책대표) 등의 정치인들은 EU의 최고위직에 포진했었다. 

그러나 스페인은 오랜 기간 이어진 경제위기, 정부의 광범위한 부패 스캔들,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독립 추진을 둘러싼 정국불안 등으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집권 시절 EU에서 영향력을 크게 상실했다. 

국내 의제에 골몰했던 라호이 전 총리와 달리 산체스 총리는 국민당의 대규모 부패 스캔들이라는 기회를 포착, 라호이 총리 내각을 중도실각시키고 집권했다. 현재는 국제사회에서 스페인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내세우며 활발한 외교를 벌이고 있다. 산체스는 또한 집권 후 난민 문제에 포용적인 자세를 취해 EU 지도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전 총리. (사진=연합뉴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전 총리. (사진=연합뉴스)

여기에다 이탈리아의 높은 국가부채와 집권세력의 반(反) EU 입장, 영국의 EU 탈퇴 등은 스페인이 EU 내에서 움직일 공간을 더 크게 마련해줬다. 

스페인이 2.2%의 견실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오랜 경제위기에서 벗어난 점도 EU 내 발언권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로이터는 유럽의회 스페인 정부의 관계자가 “우리는 G3, 즉, 마드리드-베를린-파리의 축을 원한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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